여보! 요즘 식단이 참 별로지?
어머니 나름대로 신경 쓰신다고 하지만 우리 취향과는 참 다르고 말야.

아침에 먹은 것 저녁에 고대로 먹는 거 참 재미없는 일이지? 음식을 먹는 것도 행복한 일 중 하난데...
그렇게 먹다보면 단지 먹기 위해서 먹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나도 그래. 여보~
어머니는 지금도 밖에서 가지나물을 하고 계시는데 가지 일곱 개를 한꺼번에 삶으셨어.
이렇게 가지 나물을 하면 일주일 넘게 또 냉장고에 들락날락 하다가 또 쓰레기통으로 가겠지.^^;;;
대가족 맏며느리로 살림을 해 오신 어머니 방식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당신도 '조금씩 해야지' 생각을 하시면서도 막상 그렇게 안 되시고 그러다 보면 식단이 늘 며칠 된 반찬들로 넘쳐나고...

며칠 전에 아침 반찬 그대로 저녁 상에 올라왔다고 하는 당신에게 미안하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참 어려운 일이야. 아버님도 이미 그 반찬에 식사하셨고 국도 찌게도 없이 그냥 드셨는데 당신만 주자고 내가 찌게 끓이기는 그렇잖아.

나 원래 그러지 않잖아? 여보!
현승이 가지고 만삭 때 일곱 시 반에 출근하면서도 아침에 여섯 시에 일어나 국 끓이고 새 반찬 만들어서 아침 식사 했었잖아.
내 비록 무거운 거 옮길 때, 귀찮은 일 할 때 당신을 돌쇠로 부리지만서도 먹는 것에 관한한 왕처럼 모시고픈 사람이야. 당신 위해서 요리하는 것 세상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고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섣불리 달려들 수가 없어. 당신(우리) 식사 취향과 아버님 취향이 너무 다르고, 조리 방식도 어머님과 내가 너무 달라. 가끔 별식을 하는 것 외에는 도저히 내가 식단에 손을 댈 수가 없어. 그저 최대한 조미료 덜 쓰시게 하는 것, 덜 짜게 하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살고 있어. 내가 섣불리 나섰다가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을 것 같아. 그저 맛있다고 먹어 드리고 어머니 잘 하시는 된장찌게 같은 거 배우고 그럴께.

그리고나서 다시 분가하면 예전처럼 해 줄께. 매 번 새 밥과 금방 한 반찬, 당신이 늘 주장하는 먹을만 한 반찬 세 가지만 깔끔하게 놓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밥상을 차려줄께. 나도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 금방 한 밥과 금방 한 반찬을 예쁜 그릇에 담아서 우리 식구 도란도란 식사하던 때가 그리워. 토요일 아침마다 늦잠 자고 일어나 뽀얗게 끓여 먹던 떡국도 그립고...

조금만 더 감사하면서 참자. 다시 분가하면 예전보다 더 잘 해줄께. 더 맛있고, 균형 잡히고, 행복한 그런 식사를 해 줄께. 그 때까지 어머니 음식을 맛있게 감사함으로 먹어줘.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맛있다는 표현도 더 많이 해드리도록 하자.

점심 때 맛있는 거 먹어!
오늘 저녁은 내가 오리고기 쏘는 거 알지? 일찍 와~
        
김종필 흐흐..^^ 근데, 누구시져? 글을 보니 와이픈데, 사진 보면 연애인같구.. ㅋㅋㅋ (04.09.16 16:32) 댓글삭제
서재석 으이구~ 내가 미쳐. 이런 JP 데리고 SS 이길 훈수 뜨다니. 그저 먹는 얘기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둥 백기 드는구먼. (04.09.16 16:51) 댓글삭제
김종필 에이~ 다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목짜님.. 험한 세상, 살아 남아야져..-,.- (04.09.16 20:18) 댓글삭제
정신실 몽녀님! 남자분덜의 공조가 금이 가지 시작하는 거 같아요!!ㅎㅎㅎ (04.09.16 20:49) 댓글수정삭제
김인아  이거 우리 남편보여주면....뭐라말할까 그때에는 부끄러움 없어야지. 우리 서로 사랑해..사랑은 허물을 덮는다. 우헤헤 (04.09.17 00:25) 댓글삭제
김복자 감동입니다... 이분의 남편 참 행복하시겠네요~~~ (04.09.17 12:32) 댓글삭제
이경림 정말 좋겠네 누구는. 많이 반성하고 가네요 난. (04.09.17 14:34) 댓글삭제
박동선 애교플러스, 설득력플러스, 한가지 더 사랑! 좋아요좋아요그렇게만 살아요 (04.09.18 00:25) 댓글삭제
정신실 우히히히....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아! 감사합니다. 더 잘 하겠습니다. (04.09.18 02:25)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박선생님! ^^한 마디 남겨 주시니 옛날 생각나고..참 좋아요~ (04.09.18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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