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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영성 ‧ 형성 본문

정신실의 내적여정

여성 · 영성 ‧ 형성

larinari 2019. 12. 10. 23:23

2박3일 피정을 다녀오....지 못가고, 바로 다시 1박2일 피정을 다녀오...지 못하고 바로 강의 들으러 갔다 겨우 집에 돌아'왔다'. 두어 주 전 일이다. 몸과 마음이, 영혼이 물러나라고 소리치는 때가 있다. 아이들 어릴 적에 남편이 내게 기도 시간을 주면서 엄마랑 같이 있고 싶다고 칭얼대는 아이들에게 말했었다. "얘들아, 엄마는 지금 기도해야 해. 엄마가 기도 안 하면 죽어!" (극약처방 @.@ ) 맞다. 이러다 죽을까 걱정이 되었는지, 심술쟁이 하늘 영감님이 극적인 계획을 세워 몰아 넣으셨다.

 

요 몇 달 주제는 '영적 식별'이다. 피정도, 배움도, 삶도. 일주일 앞두고 피정을 결정했고, 등 뒤에 두고 가는 일상과 일의 복잡함은 말할 수가 없었다. 일상과 일의 복잡함이 다 내 마음에 담겼으니 결국 다 끌고 간 셈인가? 완전 기도응답 받고, 은혜 충만, 마음 평안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분의 창의성에는 혀를 내두르며 감동하게 되었다. 같은 말을 같은 방식으로 하는 적이 없으시고, 내가 그리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여러 인물을 동원하셨으니. 창의성에 더불어 성실함까지!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오백 개 드린다.

 

소그룹에다 대부분 수녀님인 피정 그룹에 가서 첫 인사 나눌 때는 늘 조금 위축된다. 개신교인이라 하면 교회에서 새 신자 대하 듯 신기해서 하거나 어리게 보면서 까꿍, 하는 느낌도 있고. 낯선 자리에 앉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며 자기연민에 빠지기도 한다. 과도한 자기연민도 좀 털어버리기로 했다. 경계를 넘어 가톨릭 영성을 배우러 다닌 지가 10년이 넘었고, 많은 신부님 수녀님께 많은 것을 배웠는데. 에니어그램 / 향심기도 / 영적 식별, 이 세 가지가 지금 여기 나의 영성 생활을 구축하는 세 축이 되겠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세 가지를 결정적으로 가르쳐주신 세 분의 수녀님을 동시에 만났다는 것이다. 영적 스승으로 모시는 세 분 스승님을 누가 한 자리에 불러 모은 것인가! 그 다음 벌어진 일들, 더 놀랍지만 여기까지만 하련다. 돌아보니 긴 시간, 여러 학기 강의 들으며 많은 무릎을 쳤던 신부님들의 강의도 있는데. 꼭 필요한, 아니 내 몸에 꼭 맞는 가르침은 모두 수녀님들 강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이제는 안다. 여성의 영성을 남성에게 배울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정말 어쩌면... 영성은 여성들의 것인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그러나 지극히 주관적인 확신이기에 살짝 자신이 없으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것이 사회적인 것’이니 어쩌면 정말 그럴 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11월부터 6주간 ‘영적 식별력을 기르는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는데, 이번 주 마지막 시간이었다. 각자 먹을 것을 조금씩 가져와 나누기로 하여 풍성한 나눔이었다. 여기서도 검은 수도복 입으신 수녀님들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어쩌면 정말 여성들의 영성모임은 그 자체로 영성적이다. 잘난 척이 없고, 뭘 많이 안다는 자랑이 없고, 배제가 없고, 쪼개고 분석하는 지적 허세가 없고, 처음 보는 자매와도 마음의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정말이다.. 내적 여정을 비롯 여성들의 집단 여정을 오래 이끌며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바이다. 환대가 있고, 나눔이 있다. 

 


어느 수녀님께서 어느 수녀님의 영명축일과 또 다른 수녀님의 생일 축하를 위해 2단 케이크를 만들어 오셨는데 장식이 모두 생화이다. 다 먹고 나니 어느 새 꽃들은 투명 볼에 띄워져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피어 있다. 헨리 나우웬 신부님(남자네!^^)이 말씀하셨다. ‘감정은 영혼으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기쁘고 슬픈, 화가 나고 섭섭하고, 즐겁고, 외롭고... 이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낄 줄 아는 인류는 ‘여성’이라서 영성은 여성의 것인지 모른다.

 

2박3일 피정을 마치고 집으로 오지 못하고 바로 연구소 1박2일 피정이었다. 2년 동안 꿈집단을 함께한 소중한 벗님들과 마침표 찍는 피정이다. 이 집단 안에서 일어난 말로 다 할 수 없는 치유와 성장의 경험이 연구소 세울 힘이 되어주었다. 2년간의 수많은 에피소드를 담아 ‘여성적인 것의 구원’이란 주제로 나눔과 의례, 먹고 마시는 꿈같은 시간을 가졌다. 강같은 눈물, 폭포 같은 웃음은 기본이다. 여성들의 영성은 이렇다. 작위적 형성(formation)으로 구축하고 쌓지 않아도 그저 삶으로 흐르는 것이 여성들 영성의 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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