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얼마 안 된 봄 어머님이 쑥개떡을 직접 해주셨다. 내가 얼마나 반색을 했던지 쑥개떡 이름이 바뀌었다. “에미가 좋아하는 쑥떡” 그리고 해마다 이맘 때면 저렇게 쑥개떡을 만드시고 냉동된 반죽을 여러 덩이 주신다. 쑥개떡 반죽은 치댈수록 찰지고 맛있어지는데 이제 치댈 힘이 없다시며. 장정한테 치대라 해서 조금씩 쪄서 먹어라, 하신다.

엄마가 어렸을 적에 해주시던 떡이라 특별히 사랑하는 것이다. 친정 엄마도 한때 ‘신실이가 좋아하는 개떡’이라며 가끔 해주셨는데. 쑥을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기력도 없으셨다. 이제 친정 엄마는 쑥개떡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딸이 좋아하는 떡인 것도 잊으셨을 것이다. 아니 당신이 쑥개떡이며 각종 김치며 곱창전골 같은 걸 얼마나 맛있게 만들었는지, 기억 너머의 기억으로 희미해졌을 터.

어제 할머니 댁에서 쑥개떡을 본 딸이 “와, 할머니 쑥떡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떡이에요.” 하니까 “채윤이가 에미 닮아서 쑥떡을 좋아해” 하며 좋아하시는 어머니. 오늘은 어버이날 챙기러 친정 엄마에게 간다. 어머님이 주신 반죽으로 쑥개떡을 쪄서 가져가려 한다. 어쩐지 엄마는 “나 쑥떡 싫어혀. 치킨이나 사와” 할 것 같지만. 나와 어머니들, 나와 딸을 이어주는 봄날의 쑥개떡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떡. 여자들의 떡.

(떡 가운데 박힌 건 나름 어머님의 아티스트 감각. 땅콩으로 화룡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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