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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당 양다리들에게 고함

larinari 2009.03.25 08:22
<QTzine>4월호
유브♥갓♥메일16_목적이 이끄는 연애


은혜에게

당혹스럽고 마음이 아프구나. 네 친한 친구 H와

너희들 선배 T, 둘 다 기억나지. 기억하고말고. 너랑 H는 어려서부터 단짝 아니었니? 늘 둘이 붙어 다니던 것, 예배시간에도 꼭 붙어 앉아서 둘이 속닥거리던 모습 눈에 선하다. T도 물론이지. 장난기 많아서 성가대 연습시간에 자주 혼을 냈던 기억도 난다. 헌데 H와 T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고 H가 그렇게 힘들어 한다니…. 한 번 얼굴 보고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구나. 은혜 말만 듣고 T를 무작정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일이지만 '양다리'에 관한 한 화가 많이 난다. 네 메일을 확인하기 며칠 전 가까운 후배 하나가 결혼을 앞두고 양다리 스캔들(?)에 휘말려 큰 상처를 받고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걸 보고 왔었단다. 더더욱 내가 아끼는 제자들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니 더욱 마음이 아프구나. H는 물론이거니와 T 역시 선생님의 사랑하는 제자니 이번 기회에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싶어. 아래 붙이는 편지는 H에게 하고픈 말이고 또 재미삼아 가볍게, 아니면 어쩌지 못하는 고뇌 속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교회 안의 형제들에게 하고픈 말이다. (물론 양다리가 형제들의 전유물이 아니란 걸 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게 입수되는 모든 양다리 스캔들의 주연은 모두 형제들이구나.)

양달 군에게
양달 군! 내가 지금부터 부르는 양달 군은 세상의 많은 양달 군 중에서 교회의 아들들만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먼저 밝혀둘 것은 이 글은 궁극적으로 양달 군에 대한 사랑의 발로입니다. 그러나 양달 군에게 가 닿는 것도 사랑일지는 의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지금 양달 군에 대한 사랑을 전제했지만 정서적으로는 양달 군이 걸치고 있는 양쪽의 두 자매들에게 더 많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글은 양달 군에게 두 자매들의 깊은 속마음을 전하기 위한 시도인지 모르겠습니다. 양달 군의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먼저 밝힙니다. 나는 후배들의 연애 얘기를 듣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을 부업처럼 여기며 지냅니다. 헌데 많은 커플 또는 싱글들의 기쁨과 슬픔을 들어봤지만 양달 군의 속마음을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양달 군에 관한 얘기는 군이 걸쳤던 양다리의 두 자매들의 입을 통해서만 무수히 들었습니다. 허니, 내가 가진 양달 군에 대한 정보는 자매들에 의해 해석된 것임도 밝혀야겠습니다.

양달, 삼달… 상습범들에게 고함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 그렇게 뜨겁게 사랑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변할 수가 있느냐고들 하지만 사랑은 변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보다는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가 우리의 진실을 더 잘 대변해 주는 말일 겁니다. 인간사랑 중에 가장 본능적이라고 하는 부모의 사랑도 아이가 눈에 차지 않는 행동을 할 때 순간순간 미움으로, 때로는 증오로도 변하는데 하물며 남남의 사랑이겠습니까? 양달 군이 200% 공감하고 자주 말하는 것처럼 사람의 사랑은 변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니 사랑, 특히 로맨틱한 사랑만으로 관계를 맺어가다 보면 그 끝은 결국 파경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마법의 보자기가 씌워진 듯 그녀 옆에 후광이 생기고 마음속에서 종이 울리는 불가사의한 경험으로 시작된 사랑일지라도 이후에는 다른 양분이 필요합니다. 신뢰, 헌신, 인내… 이런 두 글자짜리 매력 없는 덕목들이지요. 사랑이 변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특히 양달 군 같은 경우에는 '나는 원래 모든 것에 빨리 질리는 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얘가 좀 슬슬 내게 집착을 하는 것 같고 난 구속받는 건 질색'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본인도 모르게 새로운 자매를 향해 마법을 스스로 뒤집어쓰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오래 전 사귀던 여자 친구와 이별을 결심한 남자후배가 토로하듯 내뱉은 말이 있습니다. '연애를 사역처럼 할 수는 없지 않아요?' 이 말을 했던 후배는 오랜 기간 사역처럼 참고 믿어주며 연애를 했었기 때문에 이런 말할 자격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암튼, 양달 군에게 해주고픈 얘기는 이렇습니다. 연애를 사역처럼 할 수는 없습니다. 연애는 연애고, 또 로맨스지요. 하지만 연애를 사역처럼 해야만 그 환상적인 로맨스가 유.지.되는 역설이 있답니다.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지 말고 연애의 쓴맛을 견디고, 상대방에게 질려버린 상태를 한번 넘어서 보길 부탁합니다. 지겨워질 때마다 바꾸고, 집착을 시작한다고 잘라버리는 사람은 필시 언젠가 꾸릴 결혼생활에 실패할 것입니다. 사랑이 변하는 게 당연하지만 때론 연애도 사역처럼 해봐야 합니다.

우유부단 양달 군에게 고함

아마도 교회 안의 양달 군은 본인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군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사귀던 여자친구와 뜨겁고 달콤하던 시기가 지나고 '밥 먹었니?' 정도의 문자 외에는 딱히 보낼 말도 떠오르지 않는 시기에 말입니다. 거기다가 '오빠 변했어. 첨엔 이러지 않았잖아. 지금 어디야? 왜 내 전화 안 받았어?' 하면서 슬슬 자유에의 억압이 몰려오고 있을 때입니다. 그 때 지금 여친과 전혀 다른 성향의 자매가 작업인지 뭔지 헷갈리는 친절을 베풀어 옵니다. 뭐 딱히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닌데 기분이 나쁘지 않아 받아주기 시작합니다. '내가 이미 교제 중인 것도 아니까 뭐 더 이상 기대하지는 않을 거야.' 하는 식으로 자신을 속여 가며 새로운 자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지요.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내는 것, 그것이 엄밀히 말하면 양다리입니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일이 드러난 후에 '그 때까지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너하고 헤어지고 난 후의 일이다.' 하는 식으로 말하는 건 자신을 속이는 것이 됩니다. 또 '말하려고 했었다. 네가 너무 상처받을까봐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라고 하는 것도 정말 가장 큰 상처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회피하는 또 다른 속임수입니다. 한 여자만 주구장창 사귀라는 것이 아닙니다. 한 여자를 사귀는데 다른 여자에게 한 눈 파는 것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양달 군이 처음에는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이 상황. '이미 내가 교제 중인데 이제 와서 다른 자매가 눈에 들어오다니….' 이것도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있을 수는 있는 일입니다. 다만, 페어플레이 하자는 것입니다. 지금의 여친과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면 로맨스 섞인 애매한 멘트를 아무에게도 날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의 여친이나 새로 마음을 앗아가는 새 여친을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양달 군 자신을 위하는 길입니다. 양쪽에 애매하게 끼어 있는 우유부단 양달 군의 행동은 두 자매를 실족케 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양달 군 자신을 가장 실족케 할 것입니다.

양달 군이여! 엄히 명하노니 페어플레이 할지니라

'교회당은 연애당'이라는 오래된 경구(?)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교회 청년 공동체를 움직이는 어느 정도의 힘은 거미줄처럼 얽힌 사랑의 작대기인 것 같습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그 누구는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누가 누구랑 사귀고 있고, 지금 사귀는 누구는 예전에 누구 누구랑 사귀었었고…. 청년이라는 이름이 풍기는 푸르른 기운이 그러하듯 엇갈리고 이어지는 사랑의 작대기는 여러분만의 특권인 것 같습니다. 당사자들이야 힘들겠지만 그 충만한 에로스의 에너지는 옆에서 보기에 청년스럽고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어떻게 자매 좀 하나 낚아보려고 교회에 발을 들여놓는 불순한 동기조차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귀엽게 봐주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풍성한 연애의 장에서 페어플레이 원칙만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정한 프로선수에게 있어서 페어플레이는 기본이지요. 더더욱 군이 스스로 작업의 선수라고 자부한다면 엄히 명하노니 페어플레이 하십시오.

사랑하는 양달 군! 군 안에 충만한 에로스의 에너지를 단 한 사람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로 백분활용하고 즐기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너희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고전 16:14)고 하신 말씀 속의 '사랑'에 군의 충만한 '에로스의 사랑'을 복종시키기를 진심으로 부탁합니다. '더 큰 사랑'의 그늘에 안긴 에로스의 에너지는 궁극적으로 언젠가 군이 가꿀 천국과 같은 가정을 위해서 군의 몸과 마음을 지켜줄 것입니다.
양달 군! 어떠십니까? 내일로,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일어나 양다리의 오명을 씻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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