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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실의 내적여정

열정적인, 열정적이고 싶지 않은

larinari 2008. 1. 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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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배운 지가 좀 됐습니다. 이제 웬만한 영법은 다 배웠고 영법 교정을 배우거나 체력 기르는 것을 배우는 상급반 입니다. 수영을 웬만큼 배웠다는 것은 제 생애 몇 안 되는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칠 수 있습니다.
100m 21초로 대변되는 제 운동신경으로는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운동이 없었으니까요. 어찌됐는 '쪽팔려도 포기는 하지 말자'를 되뇌이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배워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자유수영을 가면 25m를 쉬지 않고 30번 정도는 왔다 갔다할 정도의 지구력도 기르게 되었습니다. 은근히 수영에 대한 자부심이 충천을 하고 있었지요. 뿐만이 아닙니다. 그렇게 안 되던 평영이 쭉욱~쭉 앞으로 나가기도 하니....어깨에 힘 좀 주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 쯤인가 제가 접영을 하고 돌아오니 같이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엄마는 손끝이 왜 항상 그렇게 물 밖으로 나와 있어?' 하면서 킬킬거리셨습니다. 그런가? 손끝이 물 밖으로 나와있나? 나름 이제는 좀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지적 비슷한 걸 받으니 자존심이 쬐께 상했습니다. '그까이꺼 쫌만 의식하고 고치면 돼' 하고는 그 때부터 손끝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리고 고쳐졌으려니 했습니다.
엊그제 월요일날 수영을 갔는데 코치가 그러는 겁니다. '아~놔, 회원님! 손끝이 그렇게 물 위에 살아 있으면 저항을 받아서 안 나가죠. 손끝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하세요. 회원님은 자유영 할 때도 그래요' 이럽니다. 살짝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제 힘이란 힘은 다 빼고 수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쁜 습관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니요. 그리고 요즘은 계속 손 끝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그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지요.
참 희한합니다. 한 번도 나쁜 습관을 가지겠다고 마음 먹은 적이 없는데 오히려 좋은 운동 습관을 몸에 붙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연습하는데 언제 그렇게 좋지 않은 습관이 몸에 붙어 있대요?

지휘를 하거나 음악치료를 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제게  '참으로 열정적이세요'하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가보다. 나는 좀 열정적인가보다. 하는 정도로 받아들입니다. MBTI나 에니어그램에서 제 유형을 설명하는데 빠지지 않는 형용사가 '열정적인, 유쾌한' 이런 것들이니까요. 남편이 얼마 전에 진지하게 그래요. '당신 정말 열정적이야' 남편이 그렇게 말할 때는 진심으로 200%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거든요. 순간 남편 입장에서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매사에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는 남편, 말도 가장 효율적인 말 한 마디만을 하기 위해서 고르고 고르는 남편에게 있어서 나의 에너지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느껴질까가 새삼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에너지일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 얘기를 왜 했는지 다시 물었을 때 '그래서 부럽다는 얘기' 라고 했지만 그래서 버겁다는 것으로 저는 들렸습니다.

'열정적이다' 라는 칭찬을 저는 별로 칭찬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를 잘 아는 누군가가 이런 제 마음을 읽어주었습니다. '언니 정말 열정적이야. 그런데 열정적이라는 말, 언니가 별로 듣기 좋아하는 말이 아니지?' 라고요. 맞아요. 저는 열정적이라는 말을 최소한 나에게 쓸 때는 칭찬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저는 열정적으로 살지 말라고 하면 그게 죽음이니까요. 열정적인 것은 제게는 자연스러움이니까요. 오히려 최근 남편과 이런 저런 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열정적인 내 자신'이 밉기도 했습니다.

좋은 계기였어요. 마음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하면서 이만하면 나는 나를 잘 안다. 내 약점도 잘 안다고 은근히 자부하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니 자부심이 충천했던 것 같은데 '열정적인' 이라는 형용사가 화두가 되어 한바탕 홍역을 치루고 났더니 어느 새 원하지 않는데 내 몸에 붙어 버린 나쁜 습관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어요. 열정적인 것이 자연스러운 나는 열정적일 때 주어지는 스포트 라이트를 진정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도록 해야할 것 같아요. 나의 '열정'은 나에게는 자연스러움이지만 남편에게는 또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안으로 쓰는 사람들에게는 '몹시 버거운' 덕목이 된다는 것도 잊어버리면 안되겠어요.

그러니, 몸으로 하는 운동이든, 마음공부든 끝이 없지요. 뭔가 배웠다 하면 그것으로 인한 교만으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생기고요. 잘 하게 되는 만큼 그로 인한 그림자도 길어지기 마련이니.... 그걸 또 넘어서야 하고, 또 넘어서야 하고....^^ 그러다 보면 '주님의 마음을 본받는 자'가 될 수 있으려나요.
10 Comments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08.01.23 18:08 '부러움 이면에 버거움'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니지요? ^^
    때론 부러움, 때론 버거움, 대개의 경우엔 자랑스러움이라 할 수 있겠소.
    어느 것이 본질이냐 하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겠소이다. ^^;
    근데, 언제 이 글을 썼대? 거 참 대단하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8.01.24 08:02 신고 당신 꼼짝 안 하고 교정 보고 있을 때. 홓홓홓...
  • 프로필사진 forest 2008.01.23 20:44 벌써 수영이 상당한 수준이 되었네요. 부러워요.^^

    언젠가 정신과 의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아주 착한 사람이 옆에 사는 것 만으로도 주위 사람이 피해을 입는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냐면 너무 착하니까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만 있어도 착하지 않은 사람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래요. 그랬더니 상대 패널이 그러면 어떻게 살으란 말이냐고 물었지요. 그때 그 의사의 대답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면 된다는군요. 자신의 착함을 주위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주장하지 않는게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하더군요. 착한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이 옳기 때문에 그걸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주장하게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상대가 힘들어진다구요. 진정으로 착하기도 힘들지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8.01.24 08:07 신고 제가 요즘 읽는 책에서는 '진정한 영적 우정'이란 어떤 것을 해주는 것보다는 '하지 않는 것'을 선물로 주는 것이라고 하대요.

    말을 가로막지 않는 것,
    문제를 해결해 주려 하지 않는 것,
    때 이른 부적절한 충고를 하지 않는 것,
    내가 맞았던 해결책이 다른 사람에게도 맞을 것이라고 속단하지 않는 것.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저 누군가를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도록 인정하고 지켜봐주는 것이 우정이고 사랑인 것 같아요.
    헌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는 것죠. 의식을 하든 못하든 어느 새 다른 사람도 나같은 방식으로 살았으면 욕심과 은근히 통제하고 비난하려는 못된 마음이 뽑아내도 뽑아내도 자라는 잡초처럼 자라니 말이죠. ㅜㅜ
  • 프로필사진 hayne 2008.01.23 22:03 25M 30회 왕복이라~
    수영장 젤 왼쪽 라인 선수반에서 하는거 아냐?
    이정도면 바닷물에서 편히 놀 수준이겠다. 부러우이.

    저 사진은 그 열정적인 이라는 화두와 관련되어 있겠지?
    사진 스크랩 멋지게 잘 됐네..
    자신의 장점이 단점일 수도 있다고 지적받거나 받아들이는 일은 참 고통스러운거지?
    그리고 나의 본 모습을 거스러 행동하는 것도 어려운거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8.01.24 08:12 신고 아하!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아요. 바닷물에서는 완전 다시 맥주병이 돼죠. 레인만 없어져도 갑자기 수영을 헤매기 시작한다는....ㅎㅎㅎ

    사진은 좀 짤라봤어요. 제 지휘하는 사진 찍기가 정말 어렵다고 누가 그러더라구요. 그느무 지나친 열정 때문에 찍는 사진마다 사진이 굴욕사진 이라나요.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숲과 나무 두 분이 사진을 찍으시면 꼭 건질 사진이 여러 장 되더라구요. 헤헤..
  • 프로필사진 2008.01.24 11:35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8.01.24 19:54 신고 전혀 그렇지 않사옵니다. 덕분에 시모님께서 며느리가 당신 관심사에 적극 동참해 드리는 것으로 인하야 사랑받고 있사옵니다.^^
  • 프로필사진 h s 2008.01.24 23:04 건강 관리를 전혀 안하시는 줄 알았는데 좋은 운동을 하시고 계셨군요.
    자세도 중요하지만 머 선수로 나갈 것도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시지 마시고 걍
    운동이니까...생각하시고 편한 맘으로 하세요.

    괜히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수영도 하기 싫어지면 큰일이니까.... ㅋ


    그리구 무엇을 하시든지 그것에 추~~~웅실하게 하시니까 모두 열정적이라고 들 하시지요.^^
    걍 복잡하게 생각지 마시고 칭찬이니까 좋게 생각하세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01.25 14:03 네~ 제가 좀 복잡하죠. 헤헿....
    아닌게 아니라 오늘도 제 자세 때문에 아줌마들이 한바탕 웃고 난리였어요. 제가 너무 웃기다고 어떤 아줌마는 커피 사 준다고요.ㅜㅜ
    사실 제가 운동신경이 둔해가지고 수영하면 별 이상한 폼 다 나오거든요. 그게 너무 챙피하고 스트레스 받았는데 '에이 신경 쓰지 말고 기냥 열심히 하자' 했더니 맘이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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