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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SS 영혼의 친구

영부인 따라잡기

larinari 2017. 7. 12. 23:27



해리포터 마법학교 강의실은 아니다. 빨간 물은 그냥 허브티, 파란 물은 블루 레모네이드, 검정 물은 독극물 아니고 커피일 뿐이다. 저녁 먹고 야근 출근하는 남편이 '수요 성경공부 종강' 날이라며 커피 배달 안 되냐고 했다. 일 잔당 천 원씩 쳐주겠다니 남는 장사이긴 한데..... 어르신들이 밤에 무슨 커피를 드셔? (딱히 커피로 밤잠 못 주무실 어르신들은 아니지만서도 일단 연배가 높으시니)  그리고 나 피곤해..... 일단 튕겨는 보았다. 


말에 신중한 사람이라, '커피 해줄 수 있어?' 말로 나왔을 때는 백 번 생각한 것일 테니 응해주고 볼 일이다. 야밤에 커피는 좀 그렇다 싶고. 다른 음료가 없을까 생각해 보니, 현승이랑 장보면서 산 저칼리 블루 레모네이드가 있다. 시원~한 푸른 색이 일단 좋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강의 하고 선사 받은 허브티의 붉은 색도 있다. 청홍의 조합이 딱이네! 여기에 생각이 마치자 소파에 달라붙어 있던 몸에 힘 빡 들어간다. 끌어안고 있던 쿠션 집어 던지고 급히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조제하였다.


그리고 우리 특급 도우미 채윤이. 힘이 세서 무거운 것 잘 들어, 엄마 닮아 이벤트 좋아해, 이런 채윤이와 함께 배달에 나섰다. 콩알 만 한 쿠키도 가져갔는데 옥수수 쪄오신 집사님 계셔서 짧고 가볍게 풍성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커피 내리며 채윤아, 사진 찍어! 했더니. 엄마 또 블로그에 '커피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올릴 거지?' 한다. 눈에 힘 딱 주고 '아니, 커피 어쩌구 저쩌구 하지 않을 거야. 이 사진 제목은 영부인 따라잡기야.'라고 했다. 그렇다. 이 포스팅의 주제는 대외적으로 '김정숙 여사 코스프레'로 하겠다. 실은 두어 주 전 금요일에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대학 친구들과 일박 여행을 작당한 날이었다. 한참 전부터 정해진 약속 날인데 남편이 '사랑방(구역)모임 종강파티'를 한다며 커피 안 되겠냐고 했다. 당연히 안 되지!


친구들 일박 숙소가 여차저차 하여 에버랜드 근처가 되었고, 이러쿵 저러쿵 끝에 다섯 명 완전체로 모이는 시간이 밤이나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요리조리 머리 굴려보니 에버랜드에서 교회까지 달리면 20분인데다 아침부터 가장 성실하게 풀타임으로 놀며 운전수로 몸도 바쳤기에 저녁시간 잠시 나왔다 들어가도 되겠다. '그래, 여보. 커피, 콜!' 하고 받았더니, 같이 노래도 하자, 잠시 게임도 인도해라 요구 사항이 많아졌다. 한 학기 수고하신 사랑방장(구역장)님들 위로하는 의미로 모든 프로그램을 혼자 준비하려고 한다니. 목사의 마음이 갸륵하여 허락했다. 핸드드립 하고, 율동도 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듀엣도 했습니다. (네네, 목사 부부가 특송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불렀습니다. '그대 고운 목소리에' 시작하자마자 아멘, 아~아멘! 은혜 충만이었습니다.)


미션 클리어 하고 그제야 다 모인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칭찬쟁이 친구 하나가 '신실아, 너 김정숙 여사 같애.' 뭐라고? 김정숙 여사라고라? 다짜고짜 기분 좋은 이 말, 가슴에 품어두었던 것이 확실하다. 게다가 그날 낮부터 만나 놀던 친구가 내가 신을 쪼리 예쁘다 예쁘다 해서 줄까? 하고 벗어준 터였다. 세상에! 다음 날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와 뉴스 보는데 우리 김정숙 여사님, 미쿡 가셔서 예쁘다 예쁘다 하는 말에 옷을 벗어주고 오셨더라. 아, 나는 진정 분당의 김정숙 여사로구나! 그렇구나! 셀프 감동, 셀프 추앙이었다. 혼자 김정숙 여사처럼 웃어보았다. 오호호호호호홍....... 라면이라도 먹고 가야지. 종피리 너 나랑 결혼 할 거야, 말 거야. 빨리 말해!


영부인이라서, 오직 남편에게 맞춘 역할로서의 행동만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할에 맞춘 연기로서의 삶에는 '기쁨'이란 없는 법이다. 기쁨 없이는 '자발성'도 없다. 기대역할에 부응하려는 동기가 없지 않겠지만 내 나라, 내 민족, 민주주의에 대한 개인적 열망과 사명감이 없을까. 나는 김정숙 여사의 예측불허 미담행보를 그렇게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분의 남편, 우리 이니님이 평생 보여준 삶에 대한 신뢰도 자발성과 기쁨의 원천일 것이다.


내조니 외조니 하는 말이 와닿지 않을 뿐더러 가끔 거부감까지 느껴진다. 무엇이 안쪽의 도움이고 누구의 도움은 바깥의 도움인가? 내가 밖에서 하는 강의와 쓰는 글을 시니컬하게 비평하고 검증해주는 그의 도움은 내조인가? 외조인가? 그가 안방에서 설교준비 하는 동안 집안을 고요하게 만들고, 간식을 챙기고, 거실에 앉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돕는 것은 내조인가? 외조인가? 믿음이 가는 사람이 하는 일에 도울 일이 있다는 것이 기쁠 뿐이다. 엄밀히 따지면 그의 일도 아니다. '내 공동체, 내 교회'의 일이다. 해리포터, 아니 파파스머프의 발명실에 있을 법한 빨간약과 파란약을 발명한 여름 밤, 보람과 기쁨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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