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영화같은 일이 채윤이에게 본문

푸름이 이야기

영화같은 일이 채윤이에게

larinari 2009. 3. 17. 10:25

                                                                                                                     사진 : 김동원님

얼마 전 이마트에 가는 차 안, 앞좌석은 엄마빠가 뒷좌석은 누나와 동생이 열띤 수다의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목은 좀 아프지만 두 녀석들이 수다에 몰입해주면 우리도 방해받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지요. 하이튼 이 날 따라 뒷좌석 분위기가 상당히 화기애애 상콤새콤 했던 것 같은데...
마트에 도착해서 차에 내리자마자 채윤이 엄마한테 와서 팔짱을 끼더니 한 쪽으로 끌고 갑니다.
'아~ 나 엄마한테만 할 얘기가 있어. 엄마, 영화같은 일이 나한테 일어났어' 합니다. 얘긴즉슨, 현승이랑 얘기하다가 갑자기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 조성조 라는 아이가 생각났는데.... 생각해보니 이 아이가 너무 잘 생겼고, 멋지고, 자기한테도 잘해줬고.... 무엇보다 지금 얘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립답니다. 이건 어른들이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그런 거 같다고... 영화같은 일이 자기에게 일어났다고 하네요.
그런 것 같네요. 지금 채윤이한테 일렁이는 이 느낌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어른이 되어가는 도 다른 섬세한 정서인 것 같네요.



언제 작성된 문건인지 모르겠으나 채윤이가 혼자 놀면서 해 놓으신 거랍니다. 지난 번 할머니 생신 때 고모가 이걸 보고는 '할아버지 특기 - 고장난 물건 고치시기, 할머니 특기 - 오가피, 홍삼 만드시기' 여기서 빵 터져버렸지요. 그래서 모두들 식사하고 나신 후에 이걸 공개적으로 읽었는데 채윤이가 펄펄 뛰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아무리 달래도 달래지지가 않구요.
나중에 들어보니 이런 사정입니다. '사람들이 이제 자기를 어른으로 보는데(완전 지 생각) 자기가 아직도 이런 놀이를 하고 있는 걸 알면 어린애로 다시 볼 것 아니냐?' 이거 였습니다. 그래서 챙피하다는 것이지요. 그런 애를 달래느라고 '너가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이 웃는거야. 니가 써 놓은 게 너무 귀엽잖아'를 연발했으니 그걸로 울음이 달래질리가 없었지요.

어린 아이와 영화 속 사랑에 빠진 언니 사이의 정체성을 오가는 요즘 채윤이.
사춘기가 오려나 봅니다.

헌데 여전이 집 안 여기 저기에는 이런 종이 쪽이 굴러다니고 있고요. ㅎㅎㅎ
조만간 끝나버릴 이 놀이들이 엄마는 아쉽기만 하고요.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트레스는 이렇게 날려요  (14) 2009.04.15
사랑이 걸리적거린다(사진추가)  (31) 2009.04.06
영화같은 일이 채윤이에게  (19) 2009.03.17
꽃보던 남자  (10) 2009.03.06
이것이 진정 자기주도학습  (16) 2009.02.09
댄스교습  (12) 2009.02.01
19 Comments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3.17 10:53 아, 채윤이게 사랑이 오다니...
    영화같은 일이네요.

    하지만 할머니 특기 오가피 홈삼 만드시기... 요거 너무 재미납니다.
    아이들 시각은 왜이리 재미날까요
    아무래도 화석처럼 굳어버린 어른들의 머리를 뒤흔들기 때문이 아닐까요.^^

    근데 채윤이가 털보네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사랑스럽고 예쁘네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17 17:38 청소하다보면 별게 다 굴러다니는데요.
    별 것을 다 적어놓고 그려놓고 그래요.
    forest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것처럼 이게 얼마 안 가면 하라고 해도 안 할 짓이란 걸 생각하면 다 귀하고 사랑스럽고 그래요.
  • 프로필사진 myjay 2009.03.17 12:12 사진 잘 나왔네요.
    할머니 존함을 잘못 쓴 듯.
    어린 시절 흔적들을 잘 모으면 나중에 커서 추억거리가 되더라구요.
    어머니가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모아두셨는데,,,
    제가 맨날 일기에 "우리 엄마는 오늘도 집에 없다"라고 썼더군요.
    어머니랑 어찌나 웃었는지...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17 17:40 myjay님 댓글 보고 궁금해서 살짝 띠어 봤잖아요.
    바로 쓰긴 썼는데 글씨가 맘에 안 드셨었나봐요.

    그보다 '천호동 삼결교회' 이게 오탄데요...
    진짜 교회 이름이 뭔줄 아세요?

    ㅋㅋㅋ
    천호동 성결교회.
  • 프로필사진 털보 2009.03.17 13:44 50mm 렌즈가 사진은 잘나오는데 초점을 빨리 잡지를 못해요.
    최근에 초점을 빨리 잡는 좋은 렌즈가 나왔는데 그걸 구입하게 되면 아주 잘 찍어드리겠습니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17 17:42 간만에 글이 좀 살아요.ㅎㅎㅎ
    사실 쓰고 싶은 글이 있어도(특히 애들에 관련된 글)은 맘에 드는 사진이 없어서 포스팅을 못하다 그냥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아요. ㅜㅜ

    저는 저 정도 사진으로도 감지덕지지만, 어뜨케 forest님과 렌즈구입에 관한 협상하실 때 쫌 거들까요?ㅋㅋ
  • 프로필사진 주안맘 2009.03.17 15:16 ㅋㅋㅋ 엿보는 우리도 재미납니다 어느새 커버린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애기인것 같기도 하고~~` 너무 귀여운 우리 채윤이~~~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17 17:42 기록이 이래서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아이들에 관한 기록은 모아두면 그대로 자라가는 모습이 보이니까요. 오늘 밤에 배달가려고 하는데...ㅎㅎㅎ
  • 프로필사진 rosemary 2009.03.17 16:19 ㅋㅋ 정말 심심할새 없는 채윤이
    말도 글도 참 디테일해.
    맘속에 있는걸 어찌 그리도 잘 꺼내놓을까?
    이담에 모녀가 앉아 대화하면 끝이 없을끼야.
    얼굴에 "꼬"자가 웃고있는거 같아 ㅎㅎ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17 17:44 아뒤가 지대로 되셨네요. rosemary님!^^
    맞아요.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아이예요.
    시간만 주어지면 놀 게 지천이니깐요.

    에니메이션 아니고요.
    에니어그램 이고요...ㅋㅋㅋ
  • 프로필사진 rosemary 2009.03.17 19:29 아놔~~ 이름까지 바꿨는데 왜 따라다니는거야.
    기사나 잘 쓰라 그래. 엉뚱하게 에니메이션 기사 쓰지말고.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17 22:42 아흐~rosemary님 댓글센스가 갈수록 젊어지셔서 20대 센스세요.ㅎㅎㅎ
  • 프로필사진 hs 2009.03.17 22:26 요즘 아이들 사춘기가 빨리 온다던데....
    TV,영화 이런 것들 때문에 빨라졌나?
    하긴 아이들을 보면 말하는 것이 아이같지 않은 면들이 많아서
    놀랄때가 종종 있어요.

    글자 한자,한자가 다 재밌습니다. ^^

    그나저나 잘 생각하며 대하셔야겠어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17 22:41 빠르다고 하니 저도 방심하고 있다가 당황하지 않으려고 이제는 우리 채윤이에게 언제든 올 것이 사춘기다 하고 있어요. 애 취급 안 하고 할려고 하는데 그게 또 그렇게 쉽게 되야지요.^^;
  • 프로필사진 2009.03.19 22:44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채영 2009.03.20 00:23 채윤인 벌써 11살 부터 영화같은 인생을 꺄악!!!
    어떻게 저렇게 자기 감정에 섬세할 수 있는 거에요?
    채윤인 에니메이션으로 따지면 몇 번 유형인거에용???
    (로즈마리님이 누구신지 알아버린 챙 ㅋㅋ 집사님!! 해인양 덕분에 엄마랑 아침 7시부터 넘 재밌게 하루를 시작했어요 ㅎㅎ)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20 09:30 에니메이션으로 따지면 나랑 같은 거 같애.
    그래서 우리 채윤이 고생좀 하지.
    엄마가 괜히 자기 약점 싫은 거 채윤이한테 덮어 씌워서 화풀이 하고 그러거든.
    꽃풔 어머님도 잘 계시지?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hs 2009.03.20 23:08 채윤이외 현승이 노래,율동 아주 확실하게 하네요.
    저런 놀이를 많이 해 봐서인지....^^
    누구의 제안으로 이런 음악회를....?
    온 가족의 적극적인 참여가 아름답고...
    노래들도 너무 너무 좋고,잘 하고...^^

    아이들이 누구라도 보면 안 하면서도 이렇게 만인이 보고 있다는 것은 모르남?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21 10:04 윗 글 보시고 아랫 글에 댓글을 다셨어요.^^
    저건 첨에 시작은 음악회가 아니라 그냥 저녁 먹고 가끔 하는 식구들 놀이예요. 아빠가 '야~ 노래하자. 기타 갖구와' 이러면 시작되는 거지요. 이 날은 유난히 돌아가면서 독창과 이중창 까지 있어서 음악회 설정으로 한 번 포스팅 해봤구요.ㅎㅎㅎ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