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도착해서 차에 내리자마자 채윤이 엄마한테 와서 팔짱을 끼더니 한 쪽으로 끌고 갑니다.
'아~ 나 엄마한테만 할 얘기가 있어. 엄마, 영화같은 일이 나한테 일어났어' 합니다. 얘긴즉슨, 현승이랑 얘기하다가 갑자기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 조성조 라는 아이가 생각났는데.... 생각해보니 이 아이가 너무 잘 생겼고, 멋지고, 자기한테도 잘해줬고.... 무엇보다 지금 얘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립답니다. 이건 어른들이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그런 거 같다고... 영화같은 일이 자기에게 일어났다고 하네요.
그런 것 같네요. 지금 채윤이한테 일렁이는 이 느낌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어른이 되어가는 도 다른 섬세한 정서인 것 같네요.
언제 작성된 문건인지 모르겠으나 채윤이가 혼자 놀면서 해 놓으신 거랍니다. 지난 번 할머니 생신 때 고모가 이걸 보고는 '할아버지 특기 - 고장난 물건 고치시기, 할머니 특기 - 오가피, 홍삼 만드시기' 여기서 빵 터져버렸지요. 그래서 모두들 식사하고 나신 후에 이걸 공개적으로 읽었는데 채윤이가 펄펄 뛰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아무리 달래도 달래지지가 않구요.
나중에 들어보니 이런 사정입니다. '사람들이 이제 자기를 어른으로 보는데(완전 지 생각) 자기가 아직도 이런 놀이를 하고 있는 걸 알면 어린애로 다시 볼 것 아니냐?' 이거 였습니다. 그래서 챙피하다는 것이지요. 그런 애를 달래느라고 '너가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이 웃는거야. 니가 써 놓은 게 너무 귀엽잖아'를 연발했으니 그걸로 울음이 달래질리가 없었지요.
어린 아이와 영화 속 사랑에 빠진 언니 사이의 정체성을 오가는 요즘 채윤이.
사춘기가 오려나 봅니다.
헌데 여전이 집 안 여기 저기에는 이런 종이 쪽이 굴러다니고 있고요. ㅎㅎㅎ
조만간 끝나버릴 이 놀이들이 엄마는 아쉽기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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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2009.03.17 10:53
아, 채윤이게 사랑이 오다니...
영화같은 일이네요.
하지만 할머니 특기 오가피 홈삼 만드시기... 요거 너무 재미납니다.
아이들 시각은 왜이리 재미날까요
아무래도 화석처럼 굳어버린 어른들의 머리를 뒤흔들기 때문이 아닐까요.^^
근데 채윤이가 털보네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사랑스럽고 예쁘네요.^^ -
myjay 2009.03.17 12:12
사진 잘 나왔네요.
할머니 존함을 잘못 쓴 듯.
어린 시절 흔적들을 잘 모으면 나중에 커서 추억거리가 되더라구요.
어머니가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모아두셨는데,,,
제가 맨날 일기에 "우리 엄마는 오늘도 집에 없다"라고 썼더군요.
어머니랑 어찌나 웃었는지... -
털보 2009.03.17 13:44
50mm 렌즈가 사진은 잘나오는데 초점을 빨리 잡지를 못해요.
최근에 초점을 빨리 잡는 좋은 렌즈가 나왔는데 그걸 구입하게 되면 아주 잘 찍어드리겠습니다. -
주안맘 2009.03.17 15:16
ㅋㅋㅋ 엿보는 우리도 재미납니다 어느새 커버린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애기인것 같기도 하고~~` 너무 귀여운 우리 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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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mary 2009.03.17 16:19
ㅋㅋ 정말 심심할새 없는 채윤이
말도 글도 참 디테일해.
맘속에 있는걸 어찌 그리도 잘 꺼내놓을까?
이담에 모녀가 앉아 대화하면 끝이 없을끼야.
얼굴에 "꼬"자가 웃고있는거 같아 ㅎㅎ -
hs 2009.03.17 22:26
요즘 아이들 사춘기가 빨리 온다던데....
TV,영화 이런 것들 때문에 빨라졌나?
하긴 아이들을 보면 말하는 것이 아이같지 않은 면들이 많아서
놀랄때가 종종 있어요.
글자 한자,한자가 다 재밌습니다. ^^
그나저나 잘 생각하며 대하셔야겠어요.^^ -
채영 2009.03.20 00:23
채윤인 벌써 11살 부터 영화같은 인생을 꺄악!!!
어떻게 저렇게 자기 감정에 섬세할 수 있는 거에요?
채윤인 에니메이션으로 따지면 몇 번 유형인거에용???
(로즈마리님이 누구신지 알아버린 챙 ㅋㅋ 집사님!! 해인양 덕분에 엄마랑 아침 7시부터 넘 재밌게 하루를 시작했어요 ㅎㅎ) -
hs 2009.03.20 23:08
채윤이외 현승이 노래,율동 아주 확실하게 하네요.
저런 놀이를 많이 해 봐서인지....^^
누구의 제안으로 이런 음악회를....?
온 가족의 적극적인 참여가 아름답고...
노래들도 너무 너무 좋고,잘 하고...^^
아이들이 누구라도 보면 안 하면서도 이렇게 만인이 보고 있다는 것은 모르남?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