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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일상

오만 구천 원

larinari 2009.07.25 17:18

엊그제 엄마가 집에 오셨다. 동생네 대식구와 함께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잠깐 집에 들러 가셨다. 용돈을 드리기로 한 날이라서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미처 돈을 못 찾아놓고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엄마 몰래 애들 지갑에 있는 지폐까지 긁어 모아서는 만 원 짜리 네 장, 오천 원 한 장, 천 원 짜리 다섯 장 해서 오 만원을 만들었다. 시어머니면 천 원 짜리 까지 넣어서 맞추는게 좀 그렇지만 우리 엄마니까 하고 드릴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봉투는 꽤 두툼해지고....ㅋ

다음 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야, 신실아! 내가 봉토지(봉투)를 보고 울었다. 돈도 없으믄서 엄마 조금이라도 더 줄라천 원 짜리까지 느서(넣어서) 어트게 구천 원은 그냥 두지 뭐하러 그르케 까지 혔냐? 내가 그걸 봉게(보니까) 눈물이 났어'
'무슨 구 천 원? 구 천 원 아닌데.....'
'그릉게 말여. 돈 없으믄 오만 원 만 주지 잔돈 구 천 원 까지 늤어(넣었어)?'
알고보니, 만 원 짜리 하나를 천 원 짜리로 보고 넣어서 결국 오만 구천 원을 넣어 드렸던 것. 엄마는 그걸 엄마 식으로 말도안되는 해석하시고 감동의 도가니탕이 되시고.
'아냐, 엄마. 오만 원 만 줄려고 했어. 구천 원은 잘못 들어갔어. 괜히 감동받고 울고 그러지말어. 그거 쓰지말고 나뒀다가 다시 줘'ㅋㅋㅋㅋㅋ  했더니..
'야~이, 이 년아! 푸후후후후후....'
한참을 수다 떨고 전화 끊으면서 '아! 엄마, 구천 원 꼭 잘 놔둬. 아놔, 완전 아까워. 나중에 꼭 줘' 했더니 엄마 다시 한 번 폭소.

이 얘길 들은 동생은 엄마한테 가서 '엄마! 누나가 구천 원 잘못 준 거 이리 내놔. 그거 누나가 나 주래. 빨리 내놔' 이러고. 엄마는 안된다고 나중에 누나한테 다시 줘야 된다고 그러고. 여든 넘으신 엄마, 40 줄의 아들 딸이 구천 원 가지고 오늘 오후 내내 전화로 실갱이 한 얘기.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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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omments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7.25 23:55 며칠 전 엄마한테 갈 때 생선초밥을 사갔어요.
    그냥 집에 와서 엄마가 해주는 밥먹지 돈썼다고 드시는내내
    돈쓰지 말라고 하시는거예요.
    당신은 맛있게 드시면서요...ㅋㅋㅋ

    어머니들은 딸이 돈쓰는 건 당신돈보다 더 아까와 하시는 것 같아요.
    며늘님 돈은 별로 아까와 하시는 것 같지 않은데요.ㅎㅎ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6 08:44 아우, 저는 이 날 야심차게 간만에 맛있는 식당으로 모시고가서 저녁을 사드렸는데요... 5000원 짜리 갈비탕이 맛있는 집이 있는데 거기 가셨어야 한다면서 못 드시는거예요. 너무 속상했어요.
    증말 어쩌면 그렇게 자식들 돈을 아까워 벌벌 떠시는지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09.07.26 00:18 신고 봉토지..봉게..마ㅜㅜㄹ어레후러제ㅜㅎ
    완전 충청도 어감은 개그 기폭제에요^^

    역시 선생님 아파트 환경은 넘 좋아요.
    쌤 어머님 뒤로 밤에 볼만한 걷기족이 낮에도 저런 포즈로 다니시네요 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6 08:45 여기 선생님 아파트 아닙니다.
    구리에 있는 무슨 공원입니다.
    선생님 아파트 이제 슬슬 버리고 이사할 때가 되었습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ibrik 2009.07.26 00:36 택시비로 만 원짜리와 천 원짜리를 혼동해서 엉뚱한 돈을 낸 것은 아깝지만, 글에 적힌 혼동이라면 얼마든지 기쁘고 감사할 것 같습니다. :)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6 08:46 그렇죠. 무엇보다 이걸 가지구 두고두고 엄마를 웃겨드릴 수 있다는 것이 좋네요.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엄마, 구천 원 쓰면 안 돼. 아까워 죽겄네' 이러면 큰 웃음 빵빵 터뜨려주시거든요.^^
  • 프로필사진 hs 2009.07.26 20:41 어머님께서 건강이 많이 좋아 지셨나 봐요.
    재치있는 따님 때문에 엔돌핀이 팍팍 나서 몸과 마음의 기력이 회복 되시고....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8 16:41 건강이 많이 좋아지진 않으셨어요.ㅜㅜ
    저 사진은 몇 년 전에 그래도 자유롭게 다니실 때 사진인데... 보면 마음이 아파요.
  • 프로필사진 준래 2009.07.26 23:56 맨날 눈팅만 하고 가는데
    이건 정말 대박이네요
    ㅎㅎ
    저는 머 하루가 멀다하고 몇일씩 외박하는
    방학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저의 주희씨는 두 딸에게 시달리느라
    요즘 신경이 많이 거시기 하네요!!
    건강하시고, 꼭 그 좋은집에 계실 때 한번 더 놀러 갈께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8 16:46 오~오, 줄래도사님!
    방가방가 방가워요.

    아이들 어릴 때 제일 힘든 때인 것 같아요. 누가 그러시더라고요. 부모 되는 건 3년 감옥에 30년 집행유예라고요.
    혜린맘님 많이 힘드실거예요. 게다가 빨래가 채 마르기도 전에 다시 떠난다는(?) 그 계절이 왔으니 말이죠.
    이 여름 너무 어렵지 않게 잘 넘기고 수련회 마친 담에 한 번 뵈요. 혜린네 가족 화이팅요!
  • 프로필사진 영애 2009.07.27 01:12 오만구천원이 이거군요~~~
    아 그 말투 쓰고싶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8 16:47 근육, 웃기고 있네...
    이거 말야?
    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yoom 2009.07.27 09:16 예약 받아 주셔서 감솨합니다.
    한국에서 입을 수 있는 정상적인(?, 많이 가리는 ㅋㅋ) 수영복두 샀습니다 ㅋㅋ
    설레요 설레~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8 16:48 멀리서 그렇게 일찌감치 예약하는데 특석으로 모셔야쥐~
    나 요즘 자세 엄청 신경쓰면서 수영하고 있다.ㅋㅋ
  • 프로필사진 민갱 2009.07.27 09:47 ㅋㅋㅋ실감나는 말투로 정말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어투 따라 읽으면서 봤어요 ㅋㅋㅋㅋ ^^

    감동이 있는 글..♡
    역시 아침에 출근하고 달려온 보람이 있네요 ^^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8 16:49 민갱이가 슬쩍 따라하는 거 상상해보니 더 웃기다.ㅎㅎ
    너는내 목장, 박빙의 승부 끝에 준우승. 대단해요!
  • 프로필사진 수기 2009.07.28 12:18 ㅍㅎㅎㅎㅎㅎ 사모님~~
    완전 빵터졌어요ㅋㅋㅋ
    유쾌통쾌상쾌한 가족~~~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8 16:50 이거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개그예요.
    요즘도 통화할 때마다 한 번씩 들먹여주면 우리 엄마 디게 좋아하신다는...ㅋㅋ
  • 프로필사진 hayne 2009.07.28 13:45 아으~ 재미지다.
    옆에 있었으면 몸 구겨지게 한판 흔들어 대는건데 ㅎㅎ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8 16:52 진짜 더 재미진 거 얘기해 드릴께요.

    접 때 엄마한테 전화통화 하는데....
    '왜, 목소리가 힘이 옶어? 오디 아프냐?'하세요.
    '응, 엄마 나 어젯밤에 잠을 못자서...'
    '왜, 왜 잠을 못잤다? 오디 아퍼서?
    '아니, 그게 아니고... 구 천원이 아까워서 잠이 안 와. 엄마 나중에 구 천원 꼭 돌려줘야 돼'

    엄마가 아픈 허리 부여잡고 몸이 구겨지게 웃으시드라구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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