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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그리스도의 마음

와글와글 커피

larinari 2014.12.30 08:21

 

 

 

손님들이 돌아가고,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폰에 담긴 사진을 들여다 본다.

어머! 사진 속 커피잔에서 소리가 들린다.

커피 한 잔의 여유,

아니고 커피 여덟 잔의 와글와글 북적북적.

목사님 넷, 집사님 넷, 나름 형아들 셋, 아가 하나.

'나름 형아들'을 돌보던 진짜 현승이 형아 하나, 방에 처박힌 이모같은 채윤이 누나 하나.

시끌벅적 정신없이 맛있는 송년의 밤이었다.

 

 

 

 

 

 

우리 교회가 '사모'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목사 부인' 또는 '집사'로 쓰기 때문이다. 남편과 한 팀에서 일하고 있는 목사님 가정들이 모이니 목사-집사 네 커플이 된 것이다. '사모님'이라는 말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다. 딱 두 경우만 조심해준다면.

 

1. 사람 많은 곳에서 큰 소리로 '사모님, 사모님' 부르지 않기.

(그래서 늘 주장해왔다. '스름 믄은데선 은니르그 블르라')

2. 내 연배 또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님' 빼고 '사모'라고 부르지 않기.

(특히 손아래 사람이 '정신실 사모'라고 부르면 옛자아가 부활하여 성대 근처에서 분노의 한 마디가 부글거린다. '야! 사모가 뭐야, 사모가. 사모님이면 사모님이고, 신시리면 신시리지. 사모라고 하지마! 헤헤. 다른 게 아니고.... 그렇게 부르는 네가 천박해보일까봐 그래.')

 

집사님들 넷이서 음식을 하나 씩 준비해 모이니 와, 풍성해졌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완전 귀여운 사모님인 집사님은 손수 치킨을 사오기도 했음.ㅋㅋ 커피를 마시며 나름 진지해지고 싶었으나, 기타 들고 노래도 해보곤 했으나 와글와글에 묻혀서 묻히는대로 좋았다.  

 

 

 

 

 

사모님이란 호칭 대신 쓰는 '집사님'도 그다지 편하지는 않다. 그런데 날 정말 행복하게 하는 '집딴님' 이란 목소리가 있다. 바로 사진의 저 녀석들. 

인형 많은 집딴님. 현승이 형아 엄마 집딴님.

이 녀석들 선물을 준비해서 보물찾기로 주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아직들 문맹이시라 글자는 안 되겠고,  자기 사진 붙은 선물을 찾으라고 해야겠다! 오후 내 선물을 사고 준비했다. 모임 중에 보모 담당(보부?) 현승이랑 치밀한 작전을 세웠다. 식사를 마친 후에 내가 아이들을 거실로 유인하면 현승이가 선물을 숨기는 것이다. 중간에 선물을 옮길 수 없기 때문에 현승이 방 책장 높은 곳에 일단 숨겨두었다. 

현승이가 식탁에서 식사를 하다 사색이 되어 엄마를 불렀다. '엄마!!!! 해언이가 선물을 찾아냈어' 방에 가보니 아이언맨이 선물을 꺼내 들고 '집딴님, 이거 뭐예요? 어, 형아 얼굴이다. 어, 내 껀가봐. 우리 줄 거예요? 이거 비밀인가봐.' ㅠㅠㅠㅠㅠ

선물 빨리 회수하여 베란다에 다시 숨기고 '맞아, 비밀이야. 조금 있으면 비밀의 열쇠가 풀려. 너희가 접시에 있는 고기를 다 먹고 빈접시를 가져오면 비밀의 열쇠가 풀려.' 바로들 꾸역꾸역 고기를 입에 넣는 '나름 형아들'! 그래서 극적으로 이벤트를 성공시켰다.

 

오늘의 보부, 현승이 형아를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조용한 리더십의 보부 현승이 형아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거실에 있는 엄마 아빠들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아이들을 흥분시킬 줄 아는 동네 형아이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데리고 놀았는데. 괴물 놀이도 해주고, 때리라고 하고 맞아주고 그랬단 말야. 빨리 나 칭찬해줘. 더 쎄게 칭찬해줘' 이러는 아직 형아가 덜 된 형아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오늘 가슴에 남은 한 문장. 현승이 형아가 다른 놀이를 위해서 준비하느라 잠시 사라졌던 모양. 아이들이 현승이 형아~ 현승이 형아~ 목놓아 부르면서 찾아다녔다.  그렇게 찾으러 다니다 네 살 해언이가 16 개월 된 은유를 붙들고 말했다. '애기야, 너 현승이 형아 어딨는 줄 알아?' 16 개월 된, 걸은지 40일 된, 동안(童顔) 은유는 '현승이 형아가 대체 뭔지? 먹는 건지?' 하는 표정으로 에라 고기나 먹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고, 웃다가 눈물나. 이 장면은 앞으로 몇 개월간 내 우울 치료제로 사용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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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 프로필사진 mary 2014.12.30 18:31 신고 옛날 생각난다. 10년전 ㅎㅎ 좋은 추억이야. 이제 우린 이런 송년회 같은거 읎다.
    저 8잔의 커피를 설마 드립으로? 그러자면 대형 리시버가 필요할텐데..
    다 따끈하게 서빙하려면 말이지.
    얼마전에 첨으로 쪽갈비구이를 했다는거 아냐.
    먹으면선 옛날 성탄파뤼때 등갈비구이 해왔던 얘기 했었는데..
    저 쪽갈비 구이도 쥔장작품인지 모르겠지만..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12.30 18:36 신고 물론 모두 핸드드립이구요.
    두 번에 나눠서 드립했지요.
    물론 쪽갈비(저는 바비큐립이라고 하는데 ㅋㅋㅋ)도 제 작품이구요.

    저도 송년모임 하면 그때 생각나요.
    얼마 전 iami님 포스팅에서 말씀하셨지만 목장 시작하자마자 현승이 태어났었고, 또 분가한 이후에 홈커밍데이 겸 송년회도 했었죠.
    참 좋은 추억! 맞아요.
    그랬던 현승이가 아가들 봐주는 형아가 되었어요.^^

    낮과 저녁으로 모녀님과 각각 데이트할 뻔 한 날에,
    따님과 데이트 잘 해씜다. ㅎㅎㅎㅎ
  • 프로필사진 forest 2014.12.30 23:20 신고 설마 위의 언뉘님의 따님과 데이트하면서 이런 송년회도 준비했다는 말씀은 아닌거지?
    바쁜 모님에게 우리도 이렇게 해줘라고 할 수도 없고... 쩝~~

    나도 송년이라 몇자 남기러 왔다가
    아, 이렇게 송년 모임한 적이 언제던가 싶은게...
    이런게 진짜 송년이지 싶네.

    에이쒸~ 우린 신년 하자.^^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12.30 23:45 신고 그분과는 할리스 아메리카노로 했싐다.
    질투하지 마십쇼.

    그러고보니, 전에 장미다방 집에 사실 때요. 설 명절 끝에 언니 집에서 츄르릅 깔끔하게 먹었던 회, 그리고 땅에 묻은 김치로 끓인 김치찌개. 츄르릅, 츄르릅. 생각나네요. 그 신년회.

    송년회는 물 건너 갔고 신년회 포트락 파티로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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