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일정 정도 그럴 것 같습니다. 자신의 책이 팔려야 하는 이유, 자신의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 읽혀져야 할 이유를 백만 가지 댈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특히 첫 책 <오우 연애>를 내고는 정신없이 그러했습니다. 오죽하면 책을 한 권 내는 것을 애를 낳는 것에 비유하는데요. 백만 가지 이유에 집중하다보면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하는 환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 물론 아주 잠깐이요. 아주 잠깐!)


그런데 책이 많이 팔리는데는 책이 아니라 출판사의 재력이라는 것을 아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드는 것, 눈에 띄는 자리에 떡 허니 누워있을 수 있는 것 역시 돈이라는 것을요. 그저께 영등포 교보에 갔는데 딱 한 권 남은 <와우 결혼>이 심지어 기독교 서적의 출판사별 모음에 있지 않고 일반서적의 '가정과 결혼'에 있더군요.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지만(왜냐면 검색을 했을 때
는 그 자리가 '여행, 취미'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차차 웃음이 샐샐 흘러나왔습니다. 출판사 또는 서점의 착오일지라도 일반서적 쪽에 혼자 삐대고 있는 <와우 결혼>이 볼수록 쌩뚱맞아 귀여웠거든요.


급 딴 얘긴데. 글을 쓰면서 가지는 원칙이 있습니다. 아래 포스팅한 글에 드러낸 원칙 외에 '종교적이지 않을 것' 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신앙적'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거부감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적'이기마 한 글은 나 자신도 읽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나름의 가장 깊은 신앙적 고뇌와 고백을 담되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내놓자는 것이 부부 사이의 불문율 같은 것이었습니다. 단지 글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그러하길 바라고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아래 붙인 글은 제게는 참 소중합니다. 종교를 가지지 않으신 털보 선생님께서 (아무리 애써도) 종교적일 수 밖에 없는 저희 책을 소개해주셨다는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자랑스러운지요! 이 분을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종교인이 아니라 참 구도자로, 신앙인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죠. 여하튼 무한 자랑 겸, 이 신선한 책 소개를 나눕니다. '성찬 예배'는 부부의 '성을 찬미하는 예배'로 읽으셨다니! 이거 정말 제대로 읽으신 것이죠.  (털보님께서 페북에 알라딘을 링크하며 쓰셨던 글을 허락 없이 가져왔습니다.ㅎㅎㅎㅎ)

 

아는 부부가 책을 냈다.
나는 남편은 feel님이라 부르고 있고 아내되는 분은 실님이라 부르고 있다.
부르는 이름을 달리 둔다는 것은 상대가 특별한 존재일 때 종종 있는 일이다.
남편은 목사님이고,
아내는 뭔가 이것저것 하는 것이 하도 많아서 정체성이 헷갈리곤 하는 분인데
나는 합창단 지휘자이자 미모의 여성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요즘은 합창단 지휘는 그만 둔지 오래된 것 같고..
미모의 여성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계신 둣하다.
나는 믿는 종교가 없어 대개 종교인들을 만나면
함께 있기만 해도 어디에 갇힌 듯한 구속의 느낌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분들은 함께 있어도 나를 자유롭게 해준다.
세상에, 믿는 사람들 가운데도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책의 제목은 <와우 결혼>.
책을 받아서 다 읽지는 못하고 한부분만 읽어보았다.
부부의 성에 관한 부분.
성찬예배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지는지 잘 모른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본 느낌에 의하면 그건 성을 찬미하는 예배가 틀림없었다.
아니, 그런 예배가 다 있다는 말이야.
갑자기 예배를 매일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며,
장소 불문하고 사람들하고 예배드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마음을 접었다.
이게 아무래도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고
책을 잘못 읽었을 때 나타나는 나만의 부작용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혹시나 내 얘기 듣고 부작용을 기대하며 책을 사는 것은 말리지 않으련다.
만나서 얘기해도 내게 자유를 주는 이들 부부의 책과 한번 만나들 보시라.
구입처 헤맬까봐 책방까지 안내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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