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오셨어도 이런 저런 이유로 다같이 식탁에 둘러 앉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쩌다 우리 네 식구와 엄마가 다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입니다.
아빠가 채윤이를 놀릴 요량으로
'너는 앞니 두 개가 진짜 크다. 이빨이 왜 그렇게 크냐?'
채윤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신데다가 농담으로도 부정적인 느낌이 새어나오는 걸 못 견디시겠는 외할머니가 바로...
'얼라, 그르믄 잘 산댜아~ 이빨이 크믄 부자루 잘 산댜~아' 하시면서 채윤이의 엄청난 대문 이빨을 복 받을 징조로 만들어 버리셨습니다.
그 말 끝에 아무 생각없이 제가 그랬습니다. '현승이는 이빨이 다 디게 쪼끄맣지' 하니깐 채윤이가 바로 '엄마, 현승이 이빨은 진짜 쪼끄만게 꽉 차 있어. 꼭 옥수수 같애' 하면서 현승이 이로 화제가 옮겨갔습니다. 그러자 또 바로 외할머니 등장...
'얼라, 그게 좋은 거여. 이빨이 그르케 생기믄...(아주 짧은 침묵)..... 좋탸~아'
이빨이 쪼그만 건 어떻게 좋다는 건지 추가 설명은 없으셨고 그저 뻘쭘한 침묵으로 일관하셨습니다. 이빨이 큰 채윤이가 좋은 건지, 이빨이 작은 현승이가 좋은 건지 수습은 어려울 듯 합니다. 할머니의 마음만은 우리 모두 알겠고요.
그 날 이후로 우리 집에선...
키 얘기가 나오면 무조건 '키가 크믄 부자로 잘 산댜~아. 키가 작으믄 좋탸~아.'
피부 얘기가 아오면 '얼라, 얼굴이 희면 부자로 잘 산댜~아. 얼굴이 검으면 좋탸~아'
이러고 놀게 되었습니다.
이 글 보고 댓글 달믄 부자로 잘 산댜~아.
댓글 안 달믄...... 좋탸~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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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y 2009.08.11 13:30
어으~ 순발력 있으셔요.
대문니가 잘 사는거 사실이여유~ <부자로> 요건 장담못하지만.
나두 소시적에 대문니, 옥수수, 토끼이빨 이런 별명이 있었거든.
지금 잘~ 살쟎아?ㅋㅋ
근데 채윤이가 대문니였다는거 전혀 몰랐는디. -
hs 2009.08.11 22:33
순간적으로 난감하셨겠어요.
그래도 그 사랑의 마음이 모두에게 전해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지요.^^
^^ 외할머니 크신 사랑을 채윤,현승이도 알아 차렸겠죠?
외손녀를 둬 본 사람만이 그 마음을 압니다. ^^ -
챙 2009.08.11 23:35
선생니임~~지 왔슈~
댓글덜러 왔슈
지도 한 앞이빨 하는디 부자되는거에유?
사실 거끔 캔음료 먹을 띠 부딪혀서 아플 때가 종종 있었는디
감사허고 살아야겠어유~~ -
민갱 2009.08.12 12:17
아 ㅋㅋㅋㅋㅋㅋ
아이들은 많이 민감하자나요 특히 외모 이런거..ㅋㅋ
할머니께서 아이들 상처 안가게 센스있는 표현해주시면서도
자칫 아이들 상처입진 않을까 조마조마 하신 듯해요!!
할머니 실제 음성(ㅋ) 듣고싶어요 ㅋㅋ
제가 상상하고 있는 말투와 목소리가 맞는지 확인하고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forest 2009.08.12 15:14
앗싸~ 댓글 달기 놓쳐서 그냥 좋을 뻔 했는데 나도 이제 부자로 산댜~야~ ㅎㅎ
저두 큰 일 났어요.
어머님의 말투가 머리 속에서 맴맴 도는 것이...
'어휴~ 집사님, 복에 복을 받으셔유~'
제가 '복받으세요'라는 말을 이렇게 거부감없이 들어본 건 생전 처음이거든요.^^
우리집에도 대문니, 리아스식 이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분이 계신데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