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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이야기

왼쪽과 왼쪽

larinari 2009.05.07 22:14


외할머니가 애들 선물 사주라고 통장으로 넣어주신 삼만원을 가지고 시계를 하나씩 샀습니다. 매번 어린이 날마다 동심에 상처를 내는 장난감 가게들 미워요.
시계를 생각하고 갔는데 입구부터 즐비하게 늘어서 고가의 로보트를 비롯한 장난감들.
그걸 보고나면 완전이 눈 베리는 거죠. 그렇게 갖고 싶던 시계 아니라 시계 할애비가 보여도 눈에 차야 말이지요. 아~ 상술이 미워요. 그러나 우리는 해냈어요.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손목시계 하나 씩만 딱 차고 나왔어요.그리고는 눈을 어지럽히던 그 화려한 장난감들을 잊어버렸죠. 그러니 행복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난 토요일 어린이날 선물로 손목시계를 샀고, 그 다음 날 아침이었어요.
교회를 가려고 준비하는 중이었죠. 오랫만에 먼저 준비를 끝낸 두 망아지가 각각 시계를 차고는 '엄마! 열 시 십 분이야! 이제 십 이 분이야' 하면서 신이 났더랬습니다. 화장을 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두 녀석 투닥거리는 소리가 나요.

'누나! 엄마가 시계를 왼 손에 차는거래. 누나 시계 잘못 찼어'
'아니거든. 내가 맞거든'
'아니라니깐, 왼손에 차야지. 이거 봐. 여기가 왼손이야. 밥 안 먹는 쪽'
'그러니까! 여기가 왼쪽 맞다고~오'
'아니잖아. 이 쪽이 왼쪽이잖아. 엄마가 여기래~애'
'아니야. 이 쪽이 왼쪽이야. 니가 틀린거야'

그렇습니다. 둘은 지금 마주보고 있는 겁니다.
삼류 개그도 아니고 둘이 마주보고 왼팔을 내밀고 서로 내가 왼팔이라는 겁니다.
그러기를  한참.
그나마 먹물 좀 먹었다는 누나가 먼저 정신이 들었나봅니다.

'야, 너 이 쪽으로 와봐. 이렇게 해보니까 둘이 똑같지? 둘 다 왼쪽이지?'
'어? 그러네. 이야, 웃기다. 이거'

니네들이 젤 웃기다. 이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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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 프로필사진 호호맘 2009.05.07 22:39 우리 호야 이제 선물에 눈이 팍팍 떴습니다~~
    어린이 날을 지대루 배워온 후부터 어린이 날을 기다리더군요.
    이누므 아들이 약은건지...
    "엄마 친할머니는 내가 하고싶은거 모두 다 하게 해주시고 다 사주시지요~~ 근데 외할머니는 안하시죠?"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주말에 외할머니댁을 먼저 갔었죠. 외할머니는 이쁜 봉투에 용돈을 넣어서 "꼭 필요한거 있으면 사고 안그러면 통장에 저축해라~~"라고 하시며 봉투를 주시니까
    울호야 내 귀에다대고 "엄마 내말이 맞죠?"라고 하더군요...
    흠~~ 이녀석의 앞날이~~ㅋㅋ
    아직 혼자라서 그러는 거겠죠?

    채윤이 현승이를 보면 둘이라서 정말정말 행복한것 같아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08 19:40 머지 않아 둘이 되잖아.^^
    지호가 키워서 델꼬 놀려면 시간이 좀 걸리려나?ㅋ

    우리 현승이도 엄마한테 졸라서 안사주는 건 '할아버지한테 사달라고 해야지'그래. 조금만 조르면 뭐든지 사주시니까. 때론 현승이에게 그렇게 무조건 들어주는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이 있어서 좋겠다 싶으며 부럽기도 하더라구.^^
  • 프로필사진 BlogIcon 털보 2009.05.08 00:38 무슨 동지 만난 듯한 느낌이...
    제가 학교 다닐 때 제일 헷갈린 것이 왼쪽과 오른쪽이었거든요.
    지금도 왼쪽으로 가시오 하면서 손으로는 오른쪽을 가리켜요.
    좌우의 구별이 없는 거지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08 19:41 아~ 그럼, 현승이 처럼 '좌회전 좌회전' 하시면서 오른쪽으로 가시고 '우회전' 하시면서 왼쪽으로 가시고 그러신다는 말씀이시죵?ㅋ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5.08 00:56 아, 이거 무지 헷갈려~

    이거 헷갈리는 남자랑 20년 넘게 살았더니 나두 요즘 무지 헷갈려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08 19:42 털보아저씨, 털보부인님, 채윤, 현승, 넷이서 동그랗게 앉아서 방향바꾸기 게임 이런 걸 함 해봐야겠어요.ㅋ
  • 프로필사진 누가맘 2009.05.08 08:28 저 사진 보고 새삼 더 느껴진건데..
    채윤이 팔다리가 가늘고 길게 뻗어나고 있나봐요.
    어릴적부터 팔다리 길~~던 고모의 체격을 닮아가는 듯~~ ^^
    현승이 시계는 열면 멜로디 나오는 건가요?
    예전에 그런 시계 인기였는데 ㅎ

    이번 어버이날에는..
    지난주말부터 손발이 띵띵 부어서 구부려지지도 않고, 온 관절이 쑤셔서
    대전에도 못가고, 시댁에도 못가고.. 할머니 뵈러 흑석동도 못가고..

    다들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고들 하지만..
    40여일 남으니 얼른 나왔으면..하는 생각이 간절하네요.
    몇년 후면 저한테도 어린이날이 단순 휴일은 아니겠지요 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08 19:45 맞어. 채윤이가 팔다리 가느다란게 꼭 고모같다. 참 희한해 어찌 그리 닮는지 말이야. 현승이는 손 생김새가 꼭 고모부 같거든. 누가는 누구를 닮을 것이냐?^^

    막달이 가까와오면 몸이 진짜 힘들지. 아까 할머니 통화했는데 '지희는 애기가 큰 지 어쩐지 손발이 부었단다. 그려서 박서방이 밥해먹고 그런댜' 하시면서 막 웃으시더라. 40일! 이제 머지 않았다.
  • 프로필사진 hs 2009.05.08 08:30 정말 어린이들의 장난감이 너무 고가들이라 속이 상합니다.
    울 어렸을 때는 돈 주고 사는 것들은 거의 없고 만들어 가지고 놀곤 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을 사야 되는데 시시한 건 눈에도 안 차고...ㅠ ㅜ
    채윤이 현승이 저 선물에 만족하고 조아라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저도 즐거워집니다. ^^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08 19:47 오죽하면 현승이가 연휴 마치고 유치원 갔다오더니 그래요.
    '엄마! 친구들이랑 형아들 다~ 어린이날 선물 받았는데 나만 못 받았다' 그래서 '너도 시계 받았잖아?' 했더니... '아, 맞어! 받았구나. 근데 친구들은 다 아주 큰 자동차 무선으로 움직이는 거 이런거야' ^^
    친구들이 받은 선물과 째비가 안되니까 시계 정도는 선물 축에도 못든다고 생각이 들었나봐요.
  • 프로필사진 hayne 2009.05.08 10:36 ㅎㅎ 현승이와 채윤이의 이야기 사건은 무궁이로세.
    스스로 정답 찾았으니 이젠 절대 왼쪽을 오른쪽이라 하는 일은 없겠지.
    외할머니 선물 좋은거 해주셨네.
    현승이 뚜껑달린 시계보니 생각나는데 기원이가 초등학교때
    저런시계 선물받았는데 딱 하루차고 날렸다네.
    학교에서 친구가 빌려달라해서 줬다는데 그리곤 땡이었거든.
    현승이는 부디 오래 간직하길..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5.08 19:48 그러게요. 이 무궁무진한 소재가 몇 살 쯤 되면 바닥이 날지 모르겠어요.
    저 시계가 메이드 인 챠이나인 관계로 사실 금방 망거져요. 금방 시간도 안 맞고... 애들 장난감 보면 만들고 파는 사람들 진짜 나쁜 사람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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