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향
노래에 담긴 깊은 혼, 순수, 열정 이런 것들과 상관없이 홍순관의 음악이 취향에 잘 맞지 않는다. (존중입니다. 취향해 주세요) 노랫말도 좋고 멜로디도 좋고 한 마디로 노래 좋고 노래를 부르는 이의 철핟고 좋은데...... 그냥 스타일이 안 맞는다. 내 충청도 양반 출신이라인지 감정의 과잉이 버겁다. 그나마 좋았었는데 언젠가 라이브를 접하고 더욱 마음이 멀어졌다.


* 콩깍지
그런 홍순관을 내가 좋아하는 줄 알고 있던 적도 있다. 사실 홍순관의 노래를 접하게 된 건 20여 년 전인데, 몸담고 있던 교회 청년부에 홀연히 나타난 찬양 인도자 K 때문이었다. K가 찬양인도를 맡게 되면서 유난히 분위기가 무거워졌는데 북한가요인 '반갑숩네다'를 부르라고 하지 않나. <뜨인돌>인지 <많은 물소리>인지에  나오는 노래들과 홍순관의 노래를 많이 시켰다. K 스타일에 훅 가버린 탓으로 홍순관 노래가 좋아보였고, 그걸 홍순관 노래가 좋은 줄 착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콩깍지다.


* 지겨움
그 시절 K와 20여 년이 지나서 주고받은 메시지 이다. 그때는 내 취향 아닌 것도 단지 그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껌뻑 죽곤 했었는데.... 와, 그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일 마음을 많은 두는 그것이 내게는 최고의 지겨움이라. 올해 교회 구역공부 교안을 맡고 있는 K. (지적인) 완벽주의자 K는 늘 교안만 생각하는 듯. 그리하여 여호수아만 마음에 품은 듯. 퇴근하고 잠시 커피라도 한 잔 할라치면 마주앉아 스마트폰의 스포츠 영상에 넋을 놓고 있다. "여보, 그런데 오는 채윤이가.... 현승이가.... 어머님과 통화했는데....." 웬만한 걸 던져도 영혼없는 '엉, 그래?" 의 리액션이다. 여기에 갑자기 "여보, 그런데 교안은 잘 돼?"라고 묻자마자 "어, 잘 안돼. 이번 주 본분이 몇 장인데 말야...... 여호수아가........ 블라블라..... 가나안  땅에......블라블라....." 눈에 생기가 돌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수다가 길어진다. 췟, 지겨워.


* 당신도 지겹겠지
"여보, 그런데 오늘 꿈집단에서~어....  며칠 전에 꿈을 나눴는데 대애~박! 어떻게 그런 투사가 되지? 와, 놀랬어. 놀랬어" 내가 제일 재밌는 얘기는 내적인 성찰에 관한 이야기, 꿈, 에니어그램, 이런 것들인데 남편에게 오죽 지겨운 얘기일까? 쯤은 알고 있다. 나도 가끔 얘기 내놓고 벌줌하고, 다시는 니한테 꿈 얘기 하나봐라. 이를 갈며 결심하기도 한다.


* 사랑일 뿐이야
한때는 내 취향 아니어도 그의 취향에 마냥 취하기도 했었는데, 그도 그랬었는데..... 우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의 취향이 지겹고 나의 취향이 그에겐 귓등으로도 안 들리는 얘기다. 사랑이 식었나? 아님, 이건 정~말 신빙성 있는 추측인데. 질투일까? 내 남편의 마음을 앗아간 교안, 여호수아, 회의 /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원고, 에니어그램, 꿈을 서로 질투하는 것일까? 너무 사랑해서? 오메, 그런가 보다. (손해볼 것이 없다. 이걸로 가자) 맞어. 맞어. 맞어. 사랑일 뿐이야!

사줘

* 덧
맨 아래 뜬금포 애교 뿌잉뿌잉은 쓰고 원고 탓임. 애교에 관한 얘기를 쓰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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