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는 현승이를 어떻게 키울 생각이야?

 

옹?

 

아니이, 현승이를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키울 거냐고?

 

왜애, 지금 잘 키우고 있잖아.

 

계속 저렇게 놀게만 하고 앞으로 영어 수학 학원 같은 거 안 보낼 거야? 엄마, 중학생이 되면 현승이도 공부를 해야 해. 너무 저렇게 놀리면 안 돼. 알고 있지?

 

 

(풉, 다른 사람도 아니고 놀짱 김채윤 선생께서 동생 공부를 논하시니 참으로 와닿는구나.)

 

하긴 자격이 있다고 봐야 하는 게, 작년 그러니까 중2 1학기 기말시험에서 놀짱 선생께서 일종의 득도를 하셨고 그 이후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엄마, 나는 시험이 뭐라는 걸 (중)2학년 1학기 때 알았어.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고. 그런데 엄마 왜 나한테 시험에 대해서 진작 가르쳐주지 않았어?"

 

시험이 무엇인지 깨닫고 난 후부터 시험기간 만큼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있다. 그런 자신에게 만족은 또 얼마나 하는지,

 

"엄마, 아우 나 너무 많은 지식을 쌓고 있는 것 같애. 나 시험공부 열심히 해서 너무 유식해지는 것 아냐?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여기에 역설법이 있는 것 알아? 아오, 나 너무 유식해"

 

그렇게 자신에게 만족하면서 쌓아올린 지식의 탑은 시험 마지막 시간에 다 날아간다고 한다.

 

"엄마, 마지막 시간에 과학시험 답안지 체크 다 하고 펜 딱 내려놓는데 너무 좋았어. 이제 끝났구나. 이따 홍대 가서 놀 일만 남았구나. 하면서 휴~ 하고 한숨을 쉬는데.... 쉬는데.... 며칠 동안 공부한 것이 그 한숨과 함께 싸아~악 머리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야."

 

*****

 

오연호 대표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으면서 우리는 결코 덴마크처럼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슬픈 확신이 굳건해질 뿐이다. 우리 사회가, 우리 학교가 과연 저렇듯 평등해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나는 내 삶에서 작은 실천을 하고, 연대하고, 깨어나는 시민의 힘을 믿어야 할 것이다. 시간이 걸릴 것이고.

시간이 걸릴 동안 우리 아이들의 시간이 휙휙 지나가고 쑥쑥 자라고 있으니 오늘 시급한 마음을 가질 필요도 있다. 행복사회가 올 때까지 아이들의 행복을 유보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오늘 행복한 아이로 키운다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한 번 용기를 내서 되는 일도 아니다. '과연 내 선택이 옳은가?' 자주 불안해진다. 아이들 친구 엄마들과 접촉하고 나면 더욱 그렇다.

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를 다독인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저당 잡히지는 말자, 좋은 대학을 가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중딩이어야 행복한 대딩, 직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갈수록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원대한 목표 같은 것들이 흐릿해진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두 아이의 오늘이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대한민국에서 엄마하기를 버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꽤 힘든 중학시절을 보내고 있는 채윤이지만 아주 불행해 보이진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학과 성적이나 실기 성적, 친구 관계에서도 그다지 성공적이질 않아서 자주 위축되곤 하지만 그만큼 즐거워 하는 날도 많다. 시험성적이 아니라 시험공부 자체로 행복해지는 법도 알고 있는 중딩이다. 시험 끝나는 날 신나게 놀기 위해서는 시험을 망치면 안 된다며 수준급 쾌락주의자의 철학을 설파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어 수학 점수, 대입에 목숨 걸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을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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