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기도모임에서 함께 읽고 있는 책에서 좋은 생각들을 많이 길어올린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얻은 통찰은 한 번쯤 정리하지 않고 지날 수 없는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온통 자녀교육 잘하기에만 눈이 뒤집힌 나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가끔은 위를 올려다보는, 다시 말해서 우리의 부모님을 한 번 쯤 생각해 보는 일을 하고 있나?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말이다.
 
졸업식에서 상을 받고 대표로 연설을 하기로 되어있던 저자가 단상에 올라가 섰을 때, 친구 중 한 명이 낄낄거리며 말했단다. '저기 저 술주정뱅이 좀 봐'라고...그 술주정뱅이는 다름 아니 저자의 아빠였고, 당시 저자와 저자의 가족은 술에 취한 아빠로 인해서 공포와 고통 속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런 순간에 육신의 아버지가 아닌 하늘 아버지에게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내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겠다. 그 분을 용서하겠다' 결심하고 연설이 끝난 후에 아빠의 손을 잡고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께 아빠를 소개시켜 드렸다는 얘기.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내적치유를 위해서는 과거의 아픔을 다 끄집어 내고, 털어내서 직면하고 또 직면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많은 상담가들의 얘기가 성경처럼 여겨지는 요즘에 '더 이상 부모님의 약점을 들추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긍정적인 것에 촛점을 맞추고 깨끗하게 용서'하라는 메세지로 들렸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유산을 전수해주기 위해서 내가 먼저 내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의 좋은 유산들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최근까지도 우리 시어머님이 남편을 칭찬하지 않으면서 키웠기 때문에 가져온 결과들에 대해서 곱씹고 묵상하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어머니를 비난하곤 했었다. 그런 면에 촛점을 맞추면서 대체 어머니가 양육을 위해서 잘하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부모님들과 우리 부부, 그리고 우리 아이들...
이렇게 세대의 위 아래를 두루 살펴보니, 좋은 선택은 하나 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부모님들로부터 받은 좋은 유산들에 대해서 찾아보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것을 은혜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친정 엄마는 물론이거니와 시부모님에 대해서도 공경하고 순종하는 것이 한결 더 쉬워지는 것 같다. 그 분들로 인해서 온 상처들로 온통 피해의식에 싸여 있을 일이 아니었다.그나마 이 정도로 믿음을 유지하고, 행복한 부부관계를 일궈 나가게 된 유산이 바로 우리 부모님들로부터 온 유산이었다는 것.
 
채윤이와 현승이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존경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이 어디서부터 왔는지'에 대해 알게 하는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 분들을 존경하고, 그 분들의 질곡의 세월들을 감싸 안고, 용서하고, 감사하는 길 외에는 없다는 것도 이제는 알겠다.
 
이런 결론을 얻은 이후로 몇 달 동안 시부모님 섬기는 일이 훨씬 쉬워지고, 가벼워졌다. 그 분들로 인한 섭섭함이나 노여움이 오래 가지를 않는다.
 
이 또한 나 스스로 부모됨이 주는 또 다른 성숙이 아니겠나?

200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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