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뮤지컬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봐보겠습니다. 할 수가 있어야지 말이다.)
뮤지컬로 말할 것 같으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렇다 해도 말이다.
나중에 천국 가면 거기선 꼭 뮤지컬 배우 한 번 해보려고 한다.
그런 장래희망이 있다.
남편 덕에, 남편이 가진 직함 덕에 좋은 자리에 앉아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봤는데....
아직 심장박동이 공연장 비트에서 못 벗어나고 있어서 이 시간까지 잠을 안 자고 있다. 내가.
나로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이런 감동을 선사(선물-gift-은혜)받은 것이 참 감사해서 말이다.
진짜 감사했는데 어떻게 감사하단 인사도 제대로 못해서 송구하여 몸이 꼬인다.
헌데 생각해보면 그렇다. 내 돈 내고 봤으면 은혜가 아닌가?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은 애초 내 것이었나?
일찍이 김광석은 노래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가 가진 '시와 노래'는 애초 자기 것이었나?
시와 노래야말로 신이 주신 정말 멋진 선물 아닌가?
초대로 본 뮤지컬, 만남, 오늘, 지금 여기.... 모든 것이 선물이고 은혜이다.
나도 시가 있고 노래가 있으니 뮤지컬 창법으로 찬양 한 곡조 뽑는다.
사람이 무엇이관데 주께서 저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관데 저를 권고하시나이까.
주의 손가락으로 지은신 주의 하늘과 주가 베풀어 두신 달과 별 내가 보오니......
# 2
'됐다마, 고마해라마'
누군가 이렇게 뒤통수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고 산다.
그만 따지고, 그만 읽고, 그만 성찰하고 남들 사는대로 살아라마.
(누가 자꾸 이렇게 말하는 거지?)
늘 약간씩 기분이 안 좋다.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가? 너무 까칠한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 삐딱해?
이상주의자?
오늘 기사 돈키호테가 노래 한 자락으로 엄청난 지지를 해주었다.
쓰레기 더미에서 보물을 찾는 것이 미쳐 보입니까.
아니오.
너무도 똑바른 정신을 가진 것이 미친 것이 될 수 있다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과 이상을 포기하는 것이라오
# 3
어젯밤에........ 나 꿍꼬또.
그런데 어젯밤에 꾼 꿈과 오늘 본 뮤지컬이 묘하게 겹쳐서 말이다. 그것참 묘할쎄!
꿈이 내 속에서 나온 거라 그 누구도 아닌 나, 지금의 나를 보여주고 안내한다고 믿는데.
어제 꾼 꿈에 종일 생각하다 저녁에 공연을 보러 갔다.
가는 차 안에서도 남편에게 꿈 얘기를 했다.
어머 어머, 왠일이니! 기사 돈키호테님이 노래로 꿈해몽을 해주네.
라만차의 남자가 합정동의 여자에게 꿈에 대한 노래로 꿈해몽을 해줬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로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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