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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일상

우연일 수 없는 만남

larinari 2007.07.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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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대학가에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공부하러 가는 건데도 공부와 멀어진 일상을 살다보니 '공부하러' 가는 것이  '나들이' 가듯 설레더라구요. 한양대에서 하워드 가드너란 분이 오셔서 다중지능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어요. 책으로만 보던 분이라 직접 보고 강의 듣는다는 것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하루 일을 다 비우고 부푼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한양대로 갔죠.
그런데 이게 웬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전접수한 사람들도 자리도 못 앉고 교재도 못 받고 심지어 영상강의를 듣는 교실조차 미어 터집니다. 삐집고 들어볼려다가 도저히 강의가 귀에 들어올 것 같지 않아서(게다가 통역도 없는 강의ㅜㅜ) 세미나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안 그래도 끝나고 들러보려고 했던 구내서점에 가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 만난 책 <남한산성>. 소설을 읽어본 지가 언제던가? 아마 마지막으로 읽었던 소설도 김훈의 소설이었던 것 같은데요. 책도 끌리지만 책 디자인 또한 눈을 사로잡아 버리네요.

책을 사서 들고 점심으로 김밥을 한 줄 먹은 후에 캠퍼스에 있는 커피집 창가에 앉았습니다. 창 바로 앞 벤치에서 도시락을 싸와서 먹고 있는 커플이 참 예뻐 보였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내고는 큰 아쉬움 없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하워드 가드너를 만나러 갔다가 슬쩍 얼굴만 보고 돌아선 아쉬움이 있었지만 우연히 김훈을 다시 만난 것 또한 기쁨이었으니까요. 날이 갈수록 이렇게 계획되지 않는 만남 또한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따지고보면 계획대로 된 만남이 인생에 몇 번이나 있을런지...

우연히 만난 사람 때문에 진로가 바뀌고, 우연히 만난 후배가 남편이 되고, 우연히 만나 몇 마디 주고받던 사람과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되고.....
우연히 다시 만난 김훈님을 통해서 몇 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 인조를 만나고 남한산성의 사람들을 만나느라 며칠이 행복했습니다.

어떤 만남인들 우연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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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 프로필사진 hayne 2007.07.19 10:48 아! 이 핑그빛 책..
    나두 이 책 보며 내가 마치 책속의 인물들인양 허우적거렸잖아.
    김훈씨 소설은 사람을 푹 빠지게 만들어.
    한번 보고 지나치기 아까운 문장, 대사들이 많았었는데...
    어따 좀 기록해둘걸...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7.07.19 17:34 신고 아~ 이 책 보셨어요?ㅎㅎ
    문장 하나, 대사 하나 하나가 다 예술이죠.
    맨 첫 문장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
    '말의 성' 이런 거...기억에 남아요.

    저 조정 대신들이 회의하는 장면 읽다가 채윤이 공부를 갈키는데요 완전 말투가 영의정 말투인 거예요. 혼자 말하면서 막 웃었잖아요. 채윤이가 '이 엄마 왜 이래?'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드라구요.ㅋ
  • 프로필사진 신의 피리 2007.07.19 11:03 나와의 만남이 우연이라구?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7.07.19 17:35 신고 종피리라구.
  • 프로필사진 BlogIcon forest 2007.07.19 13:28 참 풍요로운 하루를 보내셨네요.
    저도 그런 하루를 무척이나 사랑한답니다.
    마치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자기애가 쑤~욱 자라는 것 같이 느껴져요.
    매일 매일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의 엄마로, 어머니의 며느리로, 일로서는 책임자로 살아가다가 온전히 자기를 만나는 시간이 어찌나 고마운지요...
    마치 제가 하루를 온전히 저만을 위해서 쓴 것 같이 기쁘고 행복하네요.^^

    신의 피리님/ 우연이는 또 누구여요? 맨 밑에 아니라고 써있는데요... 에고~ 휘리릭~~~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7.07.19 17:37 신고 그러게요.
    일상이 참 소중하고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기는한데...
    가끔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서야 내가 제대로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정말 아내, 엄마, 며느리, 직장인의 옷을 더 벗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아으~ 정말 forest님 살앙해요~^^;;

    신의 피리님은요 오늘 아침에 행동 하나하나가 맘에 안 들어어서 제가 구박을 좀 줬더니 쫄아서 자존감이 낮아졌어요. 그래서 정신을 약간 내보신 것 같아요.
    ㅎㅎㅎ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07.07.19 16:10 제가 가끔 좀 맹구가 돼요 ㅜㅜ
    뭔가 한 문장이 맘에 걸리면, 딴 게 하나도 안 보여요..ㅜㅜ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7.07.19 17:38 신고 긍까 똑바로 하세요~
  • 프로필사진 나무! 2007.07.19 16:10 맞아요 우연이란 있을 수 없는 우리의 삶이 가끔 생각해보면 신기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지요 ^^ 사모님의 이쁜하루가 그려지네요... 저는 언제쯤 아기키워놓구 그런시간들이 오려나 ㅋㅋ 남편과 오붓이 차한잔 마시며 느긋하게 얘기할 시간이 없네요
    한손으로 아기를 안고 서서~ 앉아 밥먹는 남편에게 재잘재잘 ^^

    우연이 아닌 계획된 우리의 만남... 거기에 저와 사모님과의 만남도 있겠죠? ㅎㅎ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7.07.19 17:32 신고 그럼요~ 그럼요~ 우연이 아닌 좋은 만남,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계획된 만남이죠.^^
    어른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그 때가 좋은 때다'같은데...
    저두 나이를 먹었나봐요.
    생각해보면 그 때가 참 좋았다고 느껴지는 것은요.
    완전 그림이 딱 그려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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