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네 학교 가을 운동회가 열렸답니다. 채윤이네 학교에 딸린 유치원에 다니는 덩달이 현승이도 덩달아서 운동회라는 걸 해봤다지요. 아침에 비가 와서 할까 말까 했었는데 결국 강행을 했고 비가 교장선생님에게 밀려서는 더 내리질 못했습니다.


운동장에 고인 물웅덩이를 제거하느라고 한 시간이나 늦게 시작된 운동회. 아이들이 개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남매가 비슷한 곳에 서 있어서 한 사진에 담게 되었답니다. 채윤이를 찾아보세요.


선생님들! 고생이 많으시지요?  허리 쭉 펴시고요.... 마음에 여유도 가지시구요...
아이들을 '아이들'로만 보시지 마시구요. 때로 '한 아이, 한 아이'로도 봐주세요.



훈화, 축사, 이런 거 왜 하나 몰라요. 애들은 다 저러고 있는데요....ㅋㅋㅋ


이 날 하루에 현승이 엄마, 채윤이 엄마 둘 다를 하느라고 정신없이 뛰어 다녔습니다.
현승이 엄마는 유치원 엄마라 동원돼서 해야할 일도 많았습니다.
아빠는 엄마를 찍을 때이빨에다 촛점을 맞춰놓고 찍는 게 그렇게 재밌나봅니다.


교단총회 때문에 일주일 수업이 없었던 아빠도 코가 끼셔가지구 운동회에 오셨는데요...
보시라구요. 뭘 하시는지. 틈만 나면 저리 책을 들고 계시는데 책이 눈에 들어올까 싶습니다.
의외로 아빠는 이러십니다. '아~ 야외에 앉아서 책 보니까 진짜 좋다'
앵앵대며 울려퍼지는 동요에 진행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아이들 응원에 엄마들 주변에서 떠드는 소리에 데시벨로 따지면 엄청날텐데 정말 대단한 공부쟁이 아닙니까?


자, 드뎌 현승이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 에 맞춰서 태극기 들고 흔드는 댄스랍니다. 귀챠니스트 아빠가 촬영하신 관계로 계신 곳에서 보이는대로 찍으셨습니다. 그래서 내내 현승이 등판만 나왔습니다. (필자가 아빠를 너무 갈구는 겁니까?ㅋ)

012345


운동회를 준비하는 내내 저 춤이 즐거워서 학교 가는 것이 간만에 신이 났던 채윤이랍니다. 우리 채윤이 이제 무슨 낙으로 학교 다니나?
신이 나기도 할 것이 자기네 반에서 저 댄스를 젤 빨리 외워서 칭찬을 받았을 뿐 아니라 운동장에 나가 2학년 전체가 연습을 하는데 잘한다고 뽑혀서 단상에 올라가서 연습을 했다니까요. 뙤약볕에 친구들 땀 뻘뻘 흘리면서 했는데 자기는 그늘에서 했다고 얼마나 좋아하는지요.

0123


사진이 흐리기는 하지만 채윤이 빙고댄스의 백미는 바로 저 모션이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맨 앞줄 정가운데 서서는 몸을 흔들어대는데 역시나 김채윤 신명이 났습니다. 타고난다는 것이 저런 것인가 봅니다. 앉아서 공부하는 건 그렇게 따분한데 춤을 추고 노래를 하기만 하면 전혀 다른 채윤이가 되니 말입니다.

이번 운동회에서 알게된 놀라운 일은 어벙벙 현승이가 달리기가 쫌 되더라는 것입니다. 비록 같이 뛰는 아이들 중에 여자 아이들이 많기는 했지만 현승이가 2등을 현저하게 (이렇게 말하면 바로 과장이 심하다면 치고 들어올 도사님이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앞서는 1등으로 뛰었다는 말이죠. 헌데, 결국 손등에 찍은 건 2등이었습니다. 왜냐? 결승점이 뭔지도 모르는 현승이가 내내 뒤에 오는 친구들 힐끗힐끗 보면서 뛰다가 결승점 가까이 엄마들이 서 있는 지점에서 서버린 겁니다. 그 순간 2등하던 친구가 달려 들어와 결승 라인에 몸을 댔죠. 그래서 안타까운 2등이 되었건만..... 범생이 현승이는 엄마 아빠가 '우리 현승이 진짜 잘했어. 1등이야' 하는 소리에 '아니야~아, 나 2등이야. 선생님이 2등 찍어줬어. 나 2등인데 왜 자꾸 1등이래~애?' 합니다.



허면 채윤이의 달리기는 어땠냐구요? 채윤이는 작년 운동회때 친구들은 모두 달리는데 혼자 슬로우 비디오를 찍어서 할아버지 할머니 뒤집어지게 만들었드랬죠. 운동회 연습이 한창이었던 어느 날 '엄마! 나 오늘 여섯 명이 뛰었는데 5등했다' 하길래 '우와~ 대단한데.... 어떻게 6등을 안하고?' 했더니...
'응~ 한 명이 쓰레빠 신고 왔어' 하더라구요. 그러나 채윤이 운동회에서 다섯 명 중에 4등하는 쾌거를 올렸습니다.ㅎㅎㅎ


난리죠. 1학년 꼭두각시 하는데 애들 공연보다 엄마들 촬영이 완전 메인 같죠?
이제 운동회에서 디카는 완전 '약한모습'이고 DSLR들 메시고 촬영하는 게 대세예요.
오전에 저학년을 다 끝나서 점심을 밖에서 먹을 수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추위에 너무 떠셨다면 따뜻한 걸 먹자고 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제안에 순대국을 먹었다는....
운동회 마치고 순대국으로 마무리한 유치원생 내지는 2학년 어린이가 어디 또 있나 몰라요.ㅋ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선물  (20) 2008.11.26
선물 세트  (13) 2008.11.19
책, 놀아주는 여자  (8) 2008.09.04
작명의 미학  (12) 2008.08.23
放學  (24) 2008.08.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