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늦은 생일축하를 했다.

초등부 성경학교를 마치고 겨우 마음에 여유가 생긴 남편과 아이들 함께 롯데월드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주차를 하고 밥 먹으로 가는 길.

아~ 그 길은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아이들에게는 끊임없는 유혹의 길이다.

여자애들 남자애들 할 것 없이 애들이 좋아할 장난감, 인형, 악세사리는 다 있는 곳이니까.


그 길을 네 식구가 걷는데....

채윤이가 현승이 손을 잡고는 엄마빠 뒤를 쭐레쭐레 따라온다.

두 녀석은 장난감 구경에 약간 넋이 나가있는 듯도 하고.


남편과 걸으면서 '우리 애들은 이런 면에서 참 착해. 뭐 사달라고 떼쓰고, 바닥에 눕고 이러는 적 한 번 없었잖아.' 하는 얘기를 했다. 아닌게 아니라 신기한 장난감을 보면 '아~ 강아지가 움직인다' 하면서 쳐다보고는 입 헤~ 벌리고 보다가 이내 엄마빠 뒤를 쭐레쭐레 따라 걷는다.


그 유혹의 길을 걸으면서 '엄마! 나 저거 사 줘!' 한 마디를 하지 않았다. 두 녀석 다.


채윤이가 돌이 되기 전부터 장을 보러 마트에 가서는 이것 저것 쇼핑카트에 담으려고 할 때 마다

'채윤아! 우린 이게 필요하지 않아. 우리가 필요한 건 이거야'

'채윤아! 이건 집에 있어. 그리고 이건 있으면 좋지만 너무 비싸'하고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설명을 했다. 말이 빨랐던 채윤이가 돌이 좀 넘어서 아장아장 할 때 LG 마트에 장 보러 가서는 커다란 과자 한 봉지를 들고 와서는 '엄마! 이거 우리 피요해?' 하고 묻는 바람에 옆에 있던 마트 직원이 눈이 휘둥그래지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적부터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차분히 설명했던 것이 쌓여서 좋은 습관이 되어준 것 같다. 지 누나를 보면서 배우는 현승이 역시 뭘 사달라고 하다가도 사지 않아야 할 적절한 이유를 설명하면 잘 타협을 하곤 한다.


'채윤아! 우린 이게 필요하지 않아'

'이건 채윤이가 가지고 싶은 걸 알지만 우리가 사기에는 너무 비싸.

 살 수도 있지만 가지고 싶은 걸 다 가진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야'

'정말 채윤이가 갖고 싶으면 사 줄 수는 있지만, 엄마 생각에 그건 채윤이를 위해서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것이 젤 행복한 거야'


이렇게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끊임없이 가르치기!

갖고 싶어하는 채윤이의 마음을 묵살해버리지 않고 진실하게 엄마 마음을 전하기!

소신을 가지고 가르친 보람일까?


둘이 손을 꼭 잡고 롯데월드 쇼핑몰을 당당히 걸어가는 채윤이와 현승이가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200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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