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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임상 음악치료사도 고민한다. _ 음악치료의 방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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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임상 음악치료사도 고민한다. _ 음악치료의 방법

larinari 2013.09.07 21:00

<International Piano>2013, 8월호

 

치료하고 있는 아이들이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같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게 되는, 이른 바 통합교육 시스템 안에 있는 아이들이다. 때문에 음악치료 역시 비장애 아이들에게 적용해도 무리가 되지 않을 질적인 음악활동을 하자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매 치료시간마다 빼놓지 않는 루틴(routine) 활동이 클래식 음악 감상이다. 한 음악을 여러 세션 동안 반복해서 듣고 주제선율은 키보드로 쳐주면서 익히도록 하기도 한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성인에게도 어려운 일이 잡념에 빠지지 않고 집중하여 음악을 듣는 일이리라. 하물며 인지적인 약점을 가지 지적장애 친구들이겠는가. 다행인 것은 청각자극은 시각자극과 달라서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하다면 웬만해서는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이야 질끈 감아버리면 보기 싫은 것 안 볼 수 있지만 아무리 귀를 막아도 소곤소곤 들리는 소리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집중력이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겠지만 여하튼 지속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음악 감상을 할 때마다 아이들 입에 초콜릿을 한 조각씩 넣어준다. 청각과 함께 미각을 함께 자극하려는 의도이다. 반복되는 음악과 반복되는 달콤한 미각적 자극이 공감각적으로 일으키는 느낌을 기억하게 하기 위함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날 비발디의 <사계> ’ 1악장을 들었다. 초콜릿의 달콤함이 기억력을 자극했는지 두어 세션 후부터 아이 하나가 , 하면서 창밖의 벚나무를 가리킨다. (아이고, 신통방통해라) 훅훅 더운 바람이 불면서 제대로 여름이 시작된 것 같아서 <사계>여름’ 3악장을 듣기 시작했다. 더운 날에 흐느적거리며 녹아내리는 초콜릿 대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고 여름을 들으면 좋은 자극이 되겠다 싶었다. 헌데 아무래도 아이스크림은 음악을 압도해버릴 것 같다. 아이들을 꾀거나 홀리는 힘이 강해서 도통 음악에 귀도 마음도 내주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말이다. 일단 손에 들고 먹으려면 시선과 더불어 주의가 온통 아이스크림으로 향할 것이다. 아이스크림이라 하더라도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가 좋다. 치료 계획을 세우며 이런 생각을 하다가 냉장고에 있는 체리주스 생각이 났다. 그걸 입에 들어갈 크기로 얼려서 가져가는 것이다. 입에 쏙 넣어주고 시원한 바다 사진을 보면서 여름 3악장을 듣다보면 여름의 느낌이 제대로 전달될 것 같다. (그래, 그거야!) 얼린 체리주스 한 입, 유레카! 아이에게 딱 맞을 멜로디 하나가 떠올라서 행여 잊을세라 눈에 띄는 종이를 집어 악보를 그려놓거나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사용해 허밍으로 녹음해 놓을 때의 기쁨과 맞먹는 발견이다.

다음 세션은 뭘로 어떻게 하지? 이것은 음악치료 실습수업을 듣던 대학원 1학기 때부터 임상 10년이 넘은 치료사가 된 지금까지 늘 달고 사는 고민이다. 그간 만들어놓은 노래며 활동들이 나만의 매뉴얼이 수두룩하지만 주부 20년 차가 되어서도 오늘 저녁 뭐해먹지?’ 고민하는 것처럼 늘 새로운 고민이 된다. 그러니 음악치료사는 창의력으로 먹고산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음악적 창의력은 물론이거니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즉각적인 음악적 반응으로 피드백을 주는 능력, (체리주스를 얼리겠다는 발상까지 포함하는) 음악 외적인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어이쿠, 음악치료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창의력이 있어야 하는 거야?’ 성급한 오해는 하지 마시라. 무에서 유는 아니다. 지천에 널린 것이 음악이고, 무수한 악기가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는 아니니 말이다. 그리하여 오늘의 지상(紙上)강좌는 음악치료의 방법론이다. 이 지상강좌를 거듭할수록 곤란한 상황이 된다. 음악이며 음악활동이라는 것이 일단 들어야 하는 것인데 음악치료 세션이라는 그 다양한 소리의 향연을 종이 위에 늘어놓으려니 말이다. 그것도 오선지가 아니라 백지 위에 글자의 나열이라니. 할수록 난감함에 부딪힌다. 그러나 어쩌랴. 글이 독자에게로 가 음악이 들리는 기적이 일어나길 빌며 오늘도 글자의 나열을 시작할 밖에. , 강의 고고씽이다.


음악치료의 방법을 분류하여 설명하는 것은 음악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만큼 다양한 접근이 있을 것이다
. 이 글에서는 클라이언트가 가지는 경험의 종류로 설명하려고 한다. 음악치료세션에 참여하는 환자가 경험하는 음악치료의 방법은 다음의 여섯 가지 정도가 될 것이다.음악 연주 그룹(Performing Music Group)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음악그룹이 이에 해당한다. 클라이언트는 아주 단순한 악기를 단순한 박으로 연주하는 것부터 피아노나 기타를 배우는 활동까지 각각의 기능적인 준비도에 따라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치료사가 하는 역할이 악기나 노래를 가르치고 합창을 지도하는 역할이라 할지라도 음악활동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음악활동을 통해서 음악외적인 행동을 변화시키는 치료목적을 지향하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즉흥연주 그룹
(Improvisation Music Therapy)

즉흥연주는 말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계획이나 연습이 없는 연주이다. 악기를 사용할 수도 있고 성악이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음악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즉흥연주의 치료적인 사용이 의미가 있다. 자신이 선택한 악기라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즉흥적으로, 자기 속에서 나오는대로 다양한 방식의 연주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제한속에서 선택하고 펼쳐내는 것은 어쩌면 건강하게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설명일지도 모르겠다. 클라이언트가 인식을 하든 하지 못하든 즉흥연주에 참여하는 것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즉흥연주는 음악치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고,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응용되고 적용된다.두 명의 치료사가 팀이 되어 한 사람은 피아노에서 다른 치료사는 환자를 도와 즉흥연주 피아노 연주에 반응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창조적 음악치료(Creative Music Therapy)라고도 불리고 창시자의 이름을 따서 Nordoff-Robbins Model이라 불리는 즉흥연주 치료가 있다. 또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에 입각하여 클라이언트의 내면세계를 자유연상 단어와 즉흥연주로 표현하게 하는 분석적 음악치료(Analytical Music Therapy)Priestly model이라 불리기도 한다. Riordan-Bruscia Model경험적 즉흥연주(Experimental Improvisation)는 기악과 성악, 몸동작 등의 음악적 경험을 하고 그룹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는 그룹 즉흥연주의 모델이다. 그 외에 Orff 등에 의해서 만들어진 임상적 올프슐벅 즉흥연주 모델(Clinical Orff-Schulwerk Improvisation)이 있다.

 

창작, 작곡, 노래 만들기(Creating, Composing, Songwriting)

오늘 날씨는 어떤가요. 노래로 대답해 보세요내가 아이들과 치료할 때마다 헬로송 이후에 부르는 노래이다. 그러면 아이들이 나름대로 노래를 만들어 대답한다. ‘오늘은 날씨가 더워요. 땀이 나요등등. 이렇듯 노래로 묻고 대답하는 노래는 음악치료 그룹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간단한 노래에 클라이언트가 두 마디 정도를 채워 넣어 부르도록 하는 방법부터 노래를 부른 후에 가사에 대한 느낌을 토의하는 방식,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담은 노래를 만드는 활동 등이 포함된다. 이 때 멜로디는 치료사가 작곡을 할 수도 있지만 기존의 곡을 편곡하거나 그대로 사용하면 참여하는 환자에게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게하여 보다 편안한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안치환의 내가 만약이라는 노래를 가지고 어떤 내가 만약 10억이 있다면으로 가사를 바꿔 나머지 가사 부분을 자신의 생각으로 채워 넣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의 욕구를 드러내거나, 감정을 표현하기에 좋은 활동이다. ‘Songwriting’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아동 환자로부터 성인 환자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적극적인 음악 감상과 말하기

노인환자 그룹에서 어르신들이 젊은 시절에 부르던 노래를 들으면서 그 곡의 제목을 맞히고 가사를 생각해내는 활동이 있다. 노인환자들이 20대에 불렀던 음악을 듣거나 다시 부르게 될 때 경직된 표정과 정서가 이완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에 젖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노래의 제목과 가사를 기억해내는 활동은 장단기 기억력을 자극하여 회복할 뿐 아니라 잃었던 삶의 즐거움 맛보게 하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감상을 보다 적극적인 활동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감상을 몸동작과 연결시키기, 음악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음악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치료방법들이다.

 

적극적인 음악 감상과 상상

음악의 연상 작용을 통해서 환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법인데 대표적인 것이 GIM(Guided Imagery and Music)이라는 것이다. 이완되어 차분해진 몸과 마음으로 클래식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떠오르는 이미지를 통해서 의식의 심층적인 부분을 여행하는 것이다. 이때 이미지는 스스로 떠올려 보여주는 환자 내부의 단면일 수도 있고, 문제해결을 위해서 치료사가 유도하는 도움을 받아 불러일으켜지는 이미지일 수도 있다. 개인 또는 집단으로도 시행하는 GIM은 전문적인 훈련과정을 거친 치료사에 의해서 실시된다. GIM에 참여하는 피치료자는 상징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상상과 현실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에고가 약하거나 신경적 손상을 가진 사람에게는 효과가 적은 치료방법이며, 정신분열증 환자와 같이 사고기능에 어려움이 있는 환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

 

삶을 위한 리듬

드럼 소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치유그룹의 배경 등으로 사용되어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리듬패턴이 일정하게 유지될 때 우리의 몸과 마음은 거기에 맞춰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살아있는 사람의 몸이 한결같이 연주해서 내는 소리인 심장박동이 드럼소리에 공명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거의 모든 민족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타악기와 리듬패턴을 가지고 리듬그룹을 경험하게 하는 치료의 형태가 삶을 위한 리듬이다. 모든 참가자가 드럼을 비롯한 단순한 타악기 연주하면서 활동에 집중하고, 연주하는 동안 대소근육을 활발하게 움직이고, 그룹의 다이나믹 속에서 즐거움을 경험하고, 협동심을 발달시키게 된다. (수십 여 개의 드럼과 타악기들이 질서가 있는 듯, 없는 듯 끊임없이 연주될 때 느껴지는 역동을 글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위와 같은 것들이 환자가 경험하는 입장에서 해 본 음악치료의 방법이다. 이것들을 가지고 환자의 필요에 맞게 계획하는 것이 치료사의 중요한 임무인데 기억할 것은 방법필요에 선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뜻인가 하면, 아무리 좋은 노래, 좋을 활동이라 할지라도 환자의 치료적 필요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의미 없다는 것이다. 또 아무리 좋은 음악치료의 방법이 있다할지라도 환자를 음악의 세계로 안내하는 치료사가 신뢰롭지 못하면 라디오에서 나오는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듣는 효과보다 못할지 모른다. 때문에 음악치료의 방법론에 앞서는 것이 치료사와 환자간의 신뢰적인 관계(rapport)이며, 환자의 필요와 상태에 대한 주도면밀한 관찰이다. ‘어떤 증상에 어떤 음악하는 식의 처방전이 있을 수 없듯이 어떤 환자에게 어떤 활동이라는 단순한 등식도 없다. 같은 활동이라도 환자에 따라서 변형하고 응용하여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100명의 환자에게 100개의 치료방법이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 왜 아니겠는가. 대상이 어떤 환자군으로 분류되는 비인격적 집단이 아니라 나름의 인격과 얼굴을 가진 사람인데 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치료사는 연구와 고민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오늘 내가 환자를 만나 치료한다는 것은 유일한 고유함을 지닌 한 사람을, ‘지금 여기라는 유일무이한 상황에서, 음악이라는 시간의 예술을 통해 만나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어제의 노래를 그대로 부른다하여 같은 노래라 할 수 있겠나. 음악치료 임상 십 몇 년, 쌓아둔 노하우가 노트북 폴더에 꽉꽉 들어차 있다 해도 치료세션을 앞두고 여전히 기분 좋을 만큼의 스트레스를 가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사용할 노래나 악기에 대한 고민일 때도 있고 체리주스를 얼려서 보냉병에 담는 기분 좋은 수고로움일 때도 있다.

 

 


 

 


2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털보 2013.09.08 15:28 언젠가 드럼 연주를 들으면서 저게 마치 심장소리같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랑할 때의 심장 소리와 차분하게 명상할 때의 심장 소리가 달라서 그 심장소리만으로도 연주가 되는 건가 싶더라구요. 엇, 내 느낌이 틀린 건 아닌가 보구나 하면서 읽었어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3.09.08 20:02 신고 이 말씀 언젠가 블로그에서 읽은 적 있어요.
    많이 공감이 됐었어요.
    드럼 연주는 분명히 심장과 다이렉트로 연결될 거예요.
    음악도 예술이어서 인가요? 음악을 들으시는 귀도 특별하시다니까요.
    물론, '불놀이야' 노래하실 땐 더 특별하신 것 같고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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