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있는 월요일.

남편이자 애인이며 돌쇠이며 영적지도자이신(너무 띄웠다 ㅋㅋ) JP님과 커피 한 잔.
무르익어가는 대화 중에.....
'그래서 여보, 로맨틱한 사랑에 빠진다는 건 결국 어떤 종교적인 체험을 갈구하는 것이고, 결국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이상화한 여성 즉, 아니마를 갈망하는 것이라고 해' 라며 내가 지식의 기염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때 옆에서 만화책 땡기고 있던 올해로 초딩이 되는 김현승 군.
'아! 엄마, 저 책에 있는 아니마 말하는 거지? 저기 있는 책, 아니마와 아니무스!'
'야, 짜식 진짜 유식하다'ㅋㅋㅋㅋ


'야, 김현승! 책 좀 찾아와. 사회적 하나님 어딨어? 파파기도는? 이순신책은?' 이러면 도서관 사서처럼 냉큼 뛰어가서 책 찾아오는 거 아주 좋아하는 놀이다. 일종의 책 찾아오는 강아지라고나 할까?


이 놈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책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워왔지만....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은 이렇다.
내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종교적인 세상에서, 하나님을 위해서 뭔가라 되라고 하는 교회의 가르침 속에서, 하나님을 전심을 다해 지켜드리라고 부추기는 가르침 속에서, 뭔가 열심히 기도하고 잘하면 복을 주시고 잘 되게 하실 거라는 왜곡된 하나님을 붙들려는 내 자신 속에서 말이다.
어떻게 사랑의 하나님을 배울 수 있었을까?
내게 사랑의 하나님을 가르쳐준 분들은 래래 크랩, 헨리 나우웬, 제랄드 메이, 달라스 윌라드, 고든 스미스, 안셀름 그륀, 데이비드 베너....최근에 웨인 제이콥슨 까지....  이런 저자들의 정직한 글들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책을 읽을 줄 몰랐으면 어쩔 뻔 했어!


김현승에게 '야, 너 로보트들이 다 누워있고 저게 엉망으로 돼 있잖아.  니가 정말 니 로봇을 사랑한다면 잘 돌봐줘. 닦아주고 똑바로 세워주고' 아빠랑 둘이 잔소리 했더니...
로봇 하나 하나를 책꽂이 각각의 칸에 세워 놓고는...
'엄마! 내가 얘네들한테 책을 지켜주라고 했어. 인제 얘네들 한 칸에 모여있지 않고 따로 따로 책을 지킬거야'


없었으면 큰 일 났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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