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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이야기

이야기 정거장

larinari 2012. 3. 26. 01:17





내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일 중 하나가 블로그(처음엔 싸이 미니홈피와 클럽에서 시작) 글쓰기를 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두 아이의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해 온 것. 이건 두고두고 자화자찬 할 일이다.
호모 로쿠엔스, 즉 언어의 인간인 나는 두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주로 말의 발달에서 발견했다. 그걸 건져올리는 것이 양육의 최대 기쁨 중 하나였다. 왜? 나는 언어의 인간이니까.


# 현승 버스

네 식구가 마주앉아 식사하는 자리는 이야기 정거장이다.
며칠 전 현승이의 '말 버스'가 정차하여 또 하나의 어록을 남겨놓았다.
아빠가 목사고시의 관문을 통과하고 둘러앉은 기분좋은 저녁식탁이었다.
"아빠, 아빠 이제 목사님 되는거야? 헐~ 옛날에 아빠 신대원 다닐 때애~ 아빠 언제 목사님 되냐고 하니까 누나 6학년 따라고 해서 진짜 오래 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 말을 한 게 엊그제 같애"
이야기 정거장에 남겨진 현승이가 남긴 무수한 언어의 기록은 들춰봐도 들춰봐도 새롭고 말랑하고 폭신하다.


# 채윤 버스

어제 밤 엄마와의 말싸움 내지는 논쟁 내지는 공격적 대화 중에.
"나는 엄마가 사람 성격에 대해서도 잘 알고 다른 사람 마음도 잘 알아주고 그러니까 나에 대해서는 당연히 잘 아는 줄 알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딸이니까. 그렇게 기대를 했기 때문에 엄마가 이렇게 말을 하니까 난 너무 실망스러운거지"(매우 격앙된 말투임)
채윤이의 말은 늘 속시원하고, 힘이 있고, 분명하다. 채윤이 버스가 이야기 정거장에 멈춰서면 긴장할 필요가 있다. 질풍노도의 아우토반으로 들어섰으니 더욱 정신차리고 말씀을 들어드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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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3.26 01:24 신고 요 며칠 꼭 잘려고 침대에 누우면
    내 안의 '이야기 버스'가 정거장에 멈춘다.
    그래서 결국 연일 잠들기 직전 코딱지 만한 아이폰 자판으로 블로그 포스팅 하고 있다.
    페북에서 이 기술 하나 연마해욌다. 히힛.
  • 프로필사진 faithjp 2012.03.26 20:13 이거 좀 뜬금없는 얘기인 것 같지만, 당신 글솜씨가 이제 따라가기 벅찰 정도가 된 것 같애. 재밌고, 의미있고, 읽혀지고, 감동적이고, 생각하게 만들고, 책 내면 어떨까 상상하게 만들고, 말이야!
    이젠 아이폰 쥐고 있으니까 어디서고 보화 같은 글을 건져 올리는구나. 아! 그리고 보니 사진도 일취월장이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3.26 23:17 신고 내가 그라고 글을 잘 써?ㅎㅎㅎㅎ

    몇년 전 내가 책 내고 싶어서 ㅎㅈ을 할 때는 뜨악한 표정으로 보면서 자아도취에 오바쟁이 취급을 하더니만...
    (실은 아까 김포 가다 이 댓글 보고 우울한 기분 확 날아가고 운전하다 춤출 뻔했음)
  • 프로필사진 2012.04.06 12:34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4.06 17:25 신고 히야, 너무 반가워요. ^ㅡ^
    페북 안하면서 아쉬울 것 없는데 오로지 페북에서 만난 좋은 인연들과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질 수 없는 게 안타까워요. 지유님처럼!
    음... 출신성분이 그랬구나. 어쩐지 페북의 짧은 글도 예사롭지 않다 싶었더니. 바로 건너갔다 왔어요. 블로그 활동 열심히 해요. 지유님 같은 분들은 블로그에서 호흡이 긴 글을 꾸준히 써나가는 게 여러 모로 정말 좋은 일 같아요. 블로그도 사실 친구가 있어야 지속적으로 활동하게 되더라구요. 댓글을 달아주고 댓글로 인해서 또 새로운 통찰을 얻고... 그런 글쓰기의 유익은 페북과 비할 수가 없죠.^^ 우리 이제부터 블친해요.
  • 프로필사진 2012.04.09 10:14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4.10 18:59 신고 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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