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 없는 교회에서 목회하는 남편이 한 번씩 특별 새벽기도를 도모할 때는 나름 의미가 있어서(또는 받은 은혜가 있어서)이다. 신년 새벽기도를 한다고 했다. 전도사님과 단둘이 나가서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주제는 "해피 앤딩을 위한 여섯 개의 메모"란다. 교인 평균 연령이 나보다 딱 10년이 높은 교회이다. 새로 등록한 젊은 부부들을 제외하고 남자 교우 중 남편은 거의 제일 젊은 축이다. 이력으로나 성향으로나 청년 · 젊은 부부 목회에 최적화된 목사라 생각했는데, 인생이 알 수 없듯 목회자의 길도 알 수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 지금 여기를 받아들인 남편은 은퇴 이후의 삶, 그리고 '좋은 죽음을 위한 좋은 삶'에 꽂혀 있었다. 남편이 말하는 해피 앤딩은 단순한 죽음이 아님을 안다. 오늘이 가장 아름다운 현재이라는 뜻이다. 실존적 신앙은 실존적 죽음을 온전히 믿는 것이라는 것을 남편과 수도 없이 얘기했었다.

 

'해피 앤딩'이란 단어에 마음 머물러 신년 기도회에 끌렸다.  "J 전도사와 둘이만 나가서 할 거야." 이 말도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수요 기도회 할 때마다 "당신 와서 찬양 인도할래?" 먹히지 않을 말을 한 번씩 던지던 기억도 나서 "내가 새벽기도 찬양인도할까?" 했다. 옆에 있던 현승이는 작년 신년 새벽기도회 때 ppt를 맡아 개근하고, 아침에 먹던 해장국의 맛, 집에 와 2차로 자는 달콤한 잠의 맛을 떠올리며 "아빠, 나도 갈래." 했다. 채윤이는 우리 교회 교인도 아니지만, 엄마가 오랜만에 하는 찬양인도니 반주자로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반주자 말고 일당 쳐주는 반주 알바로 섭외했다. 

 

월, 화, 수 3일 기도회 하고 폭설과 함께 한파였다. 이사한 우리 집은 교회와 꽤 멀어졌고, 가장 높은 언덕배기에 있다. 걱정하시던 운영위에서 목, 금, 토 새벽기도를 취소하고 한 주 연기하여 다시 월, 화, 수로 진행하기로. 날수로는 일주일이지만 체감은 2주의 새벽기도였다. 얼마만의 찬양인도인가. 텅 빈 교회당에서 방송용도 아니고 오프라인 용도 아닌 청중을 가늠할 수 없는 찬양을 했다. 음정 틀려, 박자 틀려, 선곡 구려. 채윤 현승에게 구박받으며 하루하루 날짜 지우듯 지나며 새벽 기도를 마쳤다. 

 

좋았다!

 

내 인생 마지막 특새의 기억이 끔찍하다. 그 특새에서 여러 번 불렀던 "하나님께서 당신을 통해 메마른 땅에 샘물 나게 하시기를" 이 찬양은 트라우마에 가깝다. 그 2,3년의 특새, 수요기도회가 혼재되어 고통으로 남아 있다. 방언 기도를 받기 위한 특별 기도회도 있었다. 그때는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다. 평신도에서 갑자기 목회자의 아내가 되어 강요 당하고 감시 당하는 새벽기도는 고통이었다. 공교롭게도 내 인생에서 깊은 기도에 대한 목마름이 가장 절절할 때였기도 하다. 아마 한국 교회에 대한 소망의 마지막 빛이 꺼져버린 나날이었지 싶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지만, 얼마 안 가서 깨달았다. 내 마음이 캄캄해졌다고, 내 안의 소망이 무너졌다고 그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님을. 내 마음이 가장 캄캄할 때 내 하나님은 가장 환하게 다가오신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내게 하나님을 보여주던 지도자에게 실망했다고 해서 나의 하나님까지 망하시진 않는다는 것도. 새벽기도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심지어 남편이 목회자가 된 탓이 아니라는 것도.

 

한 주, 아니 두 주간, 오전에 줌 강의 있는 날에 새벽기도 마치고 와서 눈을 붙이지도 못하고 오후 4시까지 달려야 하는 날이 있었다. 몸은 한 없이 피곤했지만 좋았다. 음정 틀려, 박자 놓쳐, 선곡 구린 찬양도 나는 좋았다. 많은 청중 염두에 두지 않았고, 매일 한 분 정도의 교우를 생각했다. 그분이 이 찬양으로 힘내시면 좋겠다, 기도할 용기 내시면 좋겠다, 이 정도의 바람밖에 없었다. 내 마음에 품은 그분이 누군지 그분 자신도 세상 누구도 알 수 없으니 좋았다. '해피 앤딩을 위한 여섯 개의 메모'로 이어지는 남편의 설교도 좋았다. 죽음을 등에 짊어지는 삶이 아니라 앞으로 끌어 안는 삶을 살겠다는 용기는 삶에의 열정이 되었다. 20여 분의 기도 시간이 좋았다. 그 어느 때보다 막막한 2021년을 그 어느 때보다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오래전 그날, 트라우마로 남은 특새며 새벽기도와 화해하고, 그 시절 사람들과 화해하고, 내 하나님과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었다. 자발적으로 하는 게 짱이다!

 

 

 

  1. 2021.02.02 10:55

    비밀댓글입니다

  2. 2021.02.03 03:55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21.02.05 16:26 신고

      뭉클하네요!
      정말 싫고 마음 깊은 곳에서 거부하는데도 그 속으로 사시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요. 그런 울림과 속삭임이 들리신다면 힘을 빼고 이끄심에 따라야 하는 때인가 싶기도 하네요. 맞아요. 들어가보면 알게 될 거예요.

      책은 올 상반기 끝에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예상은 그러한데 모든 게 일단 들.어.가.봐.야. 제대로 알게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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