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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마음의 환대

자아를 잃은 떡볶이

larinari 2010.10.10 09:53





불과 이틀 전  미친 존재감으로 여러 사람 각각의 처소에서 침흘리게 만들었던 떡.볶.이.
홍합과 어우러져 완전 어이없이 존재감 상실하다.


'푸하하하..이거 홍합탕이예요? 떡볶이예요? 이거 뭐예요?'
이건 목자모임에 일등으로 도착한 미친 존재감의 '직딩'의 첫 마디.
'이거, 너 들어오기 직전까지는 해물떡찜이었는데 지금 막 이름 바꿨다. 홍합 떡볶이다. 왜!'


그렇다. 이건 사실 홍합탕도 아니다.

맨 처음 이것은 오랫만에 하는 목자모임을 위한 메인메뉴, 그 이름도 럭셔리한 '해물떡찜'이었다. 허나, 다소 길어진 조리시간으로 인해서 물의가 빚어지면서 기타 등등의 해물이 그 형체를 상실하며 쪼그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끝까지 껍데기의 가증스런 존재감으로 버티던 홍합에 의해서 육안으로 관찰되는 건 오로지 떡과 홍합만 남게 된 것이다.


결국, 미친 존재감의 홍합 껍데기로 인해서 이것은 해물떡찜의 정체성은 잊은 지 오래, 떡볶이로서의 존재감 조차 희미해진 것이었다.







그러나.


떡볶이면 어떠하리, 홍합탕인들 어떠하리.
그저 오랫만에 만나는 우리 목자들 잠시나마 입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면.
가래떡의 탄수화물에 그들에게로 들어가 약간의 두뇌활동을 위한 에너지원이 되어준다면.
해물 나부랭이 안에 들어있는 키토산이 그들 몸에 항암효과를 조금 내고, 혈당상승과 콜레스테롤을 조금이라도 억제해준다면...
암튼, 다소라도 피가되고 살이 된다면 말이다.
그 이름이 뭐 대단한 것이겠느냐 말이지.


사모인들 어떠하리, 목녀인들 어떠하리, 음악치료사인들 어떠하리, 동네 아줌마인들 어떠하리.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눈꼽만큼이라도 '사는 맛'을 일깨울 수 있다면.


아니.
때로 영양가 없고 맛이 없는 떡볶이인들 어떠하리.

내가 사는 세상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뭐 어떤 기여를 하지 못하면 어떠하리.
어제 하늘은 저렇게 맑았고 구름은 저렇게 예뻤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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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10.10.10 23:09 신고 홍합의 어두운 기운이 떡볶이의 존재감을 상실케 하긴 했지만
    해물의 깊은 양념맛때문에 진짜 맛있었어요
    ~~비록 혀깨무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ㅋㅋㅋ뇌가 제대로 영양섭취했어요~!
    게다가 금값이라는 야채 샐러드에 홍옥 후덜덜
    오랜만의 나눔이었는데 혼자 일찍 나와서 아쉬웠습니당~~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0.12 11:04 맞다! 맛있었으면 혀를 깨물어줬어야지. 혀도 안 깨물고 피도 안 흘리고 먹어주니까 맛 없는 줄 알았지.ㅋㅋㅋ
    챙목자, 너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감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어.^^
  • 프로필사진 Duddo 2010.10.10 23:39 동네 아줌마 확 와닿는데요ㅋㅋ
    사는맛을 일깨워주시는 감사한분
    ^^저 근데 약발이 떨어졌나봐요 ㅠㅠ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0.12 11:05 약발 떨어졌음 빨리 와. 어서~어. 주사는 니가 잘 놓는지 모르겠지만 약은 쌤이 좀 칠 줄 안다. 와! 약 쳐줄께.ㅎㅎㅎ
  • 프로필사진 forest 2010.10.11 11:50 바로 옆 동네 아줌마는 침 넘어갑니다. ^^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0.12 11:06 사실 저건 실패한 메뉴라고 생각했는데 힌트를 하나 얻었어요. 본격적으로 홍합과 떡볶이를 접목해봐야 되겠어요. 나중에 품평 한 번 해주세요.^^
  • 프로필사진 myjay 2010.10.14 01:04 아.놔.ㅜ.ㅜ.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10.14 11:03 신고 나중에 카페하면 myjay님은 평생 떡볶이 공짜회원쯩 드릴께요. 카페에 떡볶이를 메뉴를 넣을까 말까 고민인데.. 그간 밤시간 떡볶이 사지으로 고문당하신 노고를 생각해서 언제든 오시면 공짜로 떡볶이 드리겠습니다. 진심!ㅋ
    카페를 하게되면 말이죠.ㅎㅎㅎ
  • 프로필사진 myjay 2010.10.14 01:05 이런 걸 음식의 영성이라고 할까요?
    제가 편집자라면 사모님의 음식 포스트로 요리책을 만들고 싶어요.
    레시피보단 공동체가 돋보이는 편집으로...
    그러면 영성이 떠오리지 않을까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10.14 11:07 신고 정확하게 보셨네!!!
    전 사실 공동체와 사랑, 나눔의 영성을 한 접시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음식만한 것이 있을까 생각하곤 해요. 음식 포스팅이 날이 갈수록 그런 의미로 자리잡아 가는 것 같구요.

    myjay님 공학도로서 전공살린 직장생활도 꽤 하셨는데 출판쪽으로 투잡을 가지시거나 이직을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 쩝쩝쩝.... 출판업계에서도 저를 쫌 알아주셔야 얘기가 되는데 말이죠.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쏭R 2010.10.14 10:07 ㅋㅋㅋㅋ 기타등등의 해물이 녹아 있었군요ㅎㅎ 이글못봤음 몰랐을 뻔해씀당^^;;
    암튼 넘넘 맛있었어요!!배불르서 안먹을라 했는데..ㅜㅜ 결혼식에서 뷔페먹은 것 대박후회하면서 남은 해물떡찜은 제가 싹~~^ㅡ^*ㅋㅋㅋ

    굴탕면, 두부청경채조림, 강된장, 해물떡짐, 김치찜, 크리스마스 만찬, 각양각색의 떡볶이.. 기타 등등 어떻게 만들어주시는 것마다 이리 맛있는지..

    모님, 언제 요리 강좌두 개설주셔요!!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10.14 11:09 신고 우아, 그 동안 먹은 거 제대로 꿰고 있네. 하고 놀랬는데.... 혹시...너 댓글 쓰기 전에 요리포스팅 쭉 검색해서 메모했지!ㅋㅋㅋㅋㅋ

    내가 다른 건 다 강좌를 개설할 수 있어도 요리강좌는 어렵다. 요리는 과학이 아니라 말로 설명이 되는 게 아니야. 요리는 기냥 마음으로 하는거야. 모랄까... 기도하듯? 예배드리듯?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2010.10.16 17:22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10.21 22:56 신고 이거 갖고 포스팅 한 번 할 날이 있네!
    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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