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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마음의 환대

저격 취향 국수 간장

larinari 2018.12.15 08:34



음식궁합 참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내가 돈까스 시켰는데 남편이 '나도 돈까스' 이런 건 없다.

내가 돈까스 시키면 남편은 쫄면, 답은 정해져 있다.


이번 주 연구소 개소식에 가장 효율적이며 유능한 요리사이신 벗님께서 음식을 해오셨다.

그분의 식재료와 요리법은 따를 수 없는데, 

감동적인 것은 고급스런 유뷰초밥과 잡채에 가장 맛있는 김치를 챙겨오신 것이다.

'이게 아무리 맛있어도 기름지기 때문에 김치 없으면 소용 없다!'면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음식궁합이란 이런 것.

금요일 저녁 채윤이는 치킨 주사 맞을 때가 지나서 금단현상 오는 중,

엄마, 치킨. 치킨. 치로 시작해서 킨으로 끝나는 거 먹으면 안돼?

실은 나도 살짝 치킨 주사가 잘 맞는 체질이라 둘이서 한 마리를 뚝딱했다.


현승이가 학원 마치고 하원한다는 알림 문자가 왔다. 

아, 얘는 뭘 먹이지? 이사 한다고 장도 안 보고 있는 중이라 급조할 것도 없는데.    

"현승아, 저녁 뭐 먹고 싶어?" 먹고 싶다고 답해 봐야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지만 

최악의 경우 맥도날드 햄버거를 허락하겠다는 각오로 물었다.


"간장국수? 엄마, 나 오랜만에 간장국수 먹고 싶은데. 집에 국수 없지?"

국수가 왜 없어?!!!!!!!!!

이 결핍된 식재료 환경 속에서 어쩌면 가능한 것을 콕 찝어낼 수가.

간장국수 위에 스팸과 새싹 채소를 토핑으로 얹었다.

언제 어디서 먹어도 좋은 스팸, 싫어하지만 먹을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야채.


저 세 조합은 맞지 않는 음식궁합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먹는 사람이 감동하며 맛있게 먹는다면 그건 궁합이 맞는 것이다.

현승님의 저격을 제대로 취향한 간장국수라고 생각한다.

존중입니다, 취향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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