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부웅~ 2016번 버스가 떠나갑니다

버스 전광판에는 이렇게 써 있네요


곧 도착 : 2017번


버스가 기다린다고 생각하지마요

버스 운전수는 나 자신이에요

당신이 느리게 갈수록 버스는 빨리 떠나요


그래도 당신이 조금 서두른다면

앉아서 쉴 시간은 있을 거에요


한 번 버스를 놓쳤을 때는

그 버스를 잡으려 하지 말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세요



열다섯이 된 시인 김현승이 어릴 적부터 천착하는 주제는 '시간'입니다.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 그렇더라도 내 인생은 내가 운용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네요.

'당신이 느리게 갈수록 버스는 빨리 떠나요'

시간이 빠르거나 느리게 흐르는 것이 아님을 피력합니다.

버스가 빨리 떠난다기보다는 그렇게 느끼게 될 거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조금 부지런히 사는 게 좋겠다는 새해를 맞는 각오를 담은 것 같군요.

그렇다고 지난 세월에 대해서 연연해 할 일도 아닙니다. 

다시 잡아탈 수도 없는 지난 버슬랑 잊고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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