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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사람

영애

larinari 2010. 9. 5. 22:12



1994년 1월, 지금 다니는 한영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다니던 교회의 담임 목사님이 새로 오시는 과정에서 지도자들의 거짓말에 상처받아 만신창이가 된 마음이었다. 곡절 끝에 집 가까이에 있는 한영교회로 교회를 옮기게 되었고, 초등부 교사를 하게 되었다.
전에 교회에서 어린이 성가대 지휘를 하면서 너무 행복했었기에 몇 달을 '한영교회에서 성가대를 만들어 다시 한 번만 지휘할 수 있다면....' 하며 기다리고 기대하며 보냈다. 역시 곡절 끝에 성가대를 조직했고, 어린이 성가대 아이들과 함께 내 생애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들이 갱신되고 또 갱신되는 경험을 했다.


예배가 시작하려는 순간때 눈동자의 움직임도 없이 나를 향하던 아이들의 눈망울. 그리고 내 오른손의 까딱하는 움직임에 한 목소리처럼 내던 '사랑의 주'.... 지금 생각해도 매주일 거룩한 설레임으로 심장이 잠시 멈추는 느낌이다. 돌이켜 보면 정말 그 일을 사랑했고, 함께 했던 아이들을 사랑했고, 그 일을 통해서 하나님을 사랑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 그 아이들이 알든지 모르든지 내 기도 속에서 성가대 아이들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며 축복하고 울던 시절이었다. '이 아이들 당신의 아이들로, 믿음의 사람들로 자라게 해주세요. 진짜 삶으로 하나님 찬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해 주세요' 
아이들은 자라서 중등부로 가고, 고등부가 되고, 어느 새 청년이 되었다. 그리고 2008년 11월에 남편은 그 아이들이 있는 청년부의 담당 교역자가 되었다. 아, 오늘의 주제는 이게 아닌데 서론이 무척 길어버렸다.



 



얼마 전 아주 늦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하나 받았다.
카드에는 '늦어서 죄송합니다' 라고 씌여 있었지만 이건 죄송하다는 것도 무색할 정도의 늦은 크리스마스 카드다. 그러니까 한 십 몇 년 정도 늦은 카드다.ㅋ
한영교회 어린이 성가대 창단 멤버, 창단 시에 4학년으로 가장 어렸던 영애가 중등부에 가서 나에게 쓴 카든데 이제야 내 손에 들어왔다. 이건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닌게, 당시 나도 성가대 아이들에게 엽서를 많이 보내곤 했는데 가끔 책을 뒤지다보면 그 때 아이들에게 써놓고 붙이지 않은 엽서가 툭 툭 떨어지곤 하니 말이다.


아무튼 영애의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제일 중요한 point는 이거다. '올해 안으로 꼭 시집 가세요!'ㅋㅋㅋ 덕분에 나는 그 핸지, 그 다음 핸지 시집을 왔다.





영애는 내 마음에 특별하게 남아 있는 아이였다. 성가대 원년에 막내여서도 그랬고, 아마도 6학년 졸업할 때까지 주일에 거의 빠진 적이 없었을 것이다. (요즘은 컸다고  늙은 선생님을 놀려대기도 하지만) 순하고 착했고, 늘 약간 촉촉하게 젖은 듯한 눈으로 시키는대로 열심히 찬양하던 아이였다. '예수 귀하신 이름, 아름다우신 영광의 주...' 하는 찬양의 솔로를 하던 작고 떨리던 목소리도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중등부로 올라가면 그렇게 무서워하고 존경해마지 않았던ㅋㅋㅋ 정신실 선생님을 쌩까기 시작하는데... 가끔 교회에서 부딪히면 여전히 그 때 그 마음이라는 느낌이 들던 아이들 중 하나가 영애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서 영애가 대학생이 되고 어느 해엔가 사랑부의 찬송 율동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먼발치서 지켜보았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찬송 율동 선생님을 할 때 똘망똘망 하게 앉아 있던 녀석이 바로 그 자리에 선생님이 되어있다니...







2010년 9월. 영애는 남편의 그늘 아래 있는 어린양이고 또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네주민이다.
간호사라는 불규칙한 삶의 리듬을 넘어 영적 리듬을 잘 타는 영애이기를 기도하고 있다. 자주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공동체 사람들과 일정한 경험을 나누지 못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소속감을 잃지 않으면서 말이다.


'예수 놀라운 이름 아름다우신 영광의 주 임마누엘 함께 하시는 은혜의 구주 말씀이라'
오래 전 영애가 노래했던 것처럼 친구들, 선배들과 떨어져 홀로 밤을 지새우며 긴장 속에 병동을 지키는 자리에서도 '임마누엘 함께하시는' 그 분을 딱 붙들고 있으면 좋겠다. 아니, 이미 자신을 붙들고 있는 강한 손이 있음을 믿으며 삶의 형편에 관계없이 행복한 하루하루 살았으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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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10.09.05 22:58 신고 아 저 카드 정말 빵터졌는데...그렇죠. 역시 카드의 끝맺음은 뭐니뭐니해도 늘 "그럼 20000"
    중학교 때 똑뿌러진던 영애의 재발견...이에요.
    그래도 컸다고 늙은 선생님 놀려대기도 하는 영애가 전 너무너무 좋아요 ㅋㅋㅋ
    응근 주중에 보는데도 교회에서 보면 백만년만에 본 것처럼 인사하게 되요. 오늘도 민경언니 옆에 있는데 어찌나 방갑든지
    눈이오나 비가오나 격하게 코믹해지는 동시에 사랑스러운 duddo씨~~~
  • 프로필사진 Duddo 2010.09.06 00:23 어이없음을 코믹으로 승화시켜준 언니들(샘포함) 있어 함께 있으면 나도 행복해~~^^
    늘 울다 웃다를 반복해도 자연스러운 이들~~
    함께 늙어 갑시다 !!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10.09.07 00:08 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싫어 너나 늙어랏!!!!!!ㅋㅋㅋㅋㅋ(미안 ㅠㅠ)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9.07 00:10 신고 그거 참. 이상하게 들리네...
    '너나 늙어라'가 왜 나한테 하는 말로 들리냐?

    그나저나 너 잘 왔다.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저 위에 있는 사진에서 말이다. 중앙에서 오른 쪽 쯤에 1:1 가름마 한 애 누군지 아니? 너는 알 것 같애서 말이다.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duddo 2010.09.07 02:14 너나 늙어라!!!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궁금하다~~~
    저 1:1 가르마 정말 누굴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10.09.07 12:08 신고 아 쟤~~
    이름은 잘 생각 안나는데...
    아직 한영교회 다닌데요?ㅋㅋㅋ

    뭐 어쨌든 쟤도 많이 늙었겠네요.
  • 프로필사진 뮨진짱 2010.09.05 23:42 진심으로 아멘입니다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9.07 00:12 신고 진심이 팍 느껴집니다.^-^
  • 프로필사진 Duddo 2010.09.06 00:08 코믹하게 쓰실줄 알았는데 제목부터 너무 영.애.에다가 내용도 너무 감동적이잖아요 부끄부끄^^
    많이 늦은 카드라도 드릴수 있음에 감사해요^^
    전에 솔로곡에 대해 얘기 했을때 그걸 기억하고 계시다니 정말 신기했었어요 전 아직도 그때 그 예배 그 찬양이 생생해요^^떨려서 개미소리로 했던 ㅋㅋ
    암튼 넘 졸려 일찍 잠들었다가 목말라서 일어났는데 이런 감동적인 글에 눈물이 스르르..
    지금 여기에 ...계시는 그분을 믿으며다시금 힘을 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9.07 00:13 신고 놓치지 마. 지금 여기 계시는 그 분!^^

    도사님이 아침에 니 아이뒤 보면서...
    '어, 이 분 또 오셨네. 그런데 두또...이 분 누구야?'
    ㅋㅋㅋㅋㅋ
    두또! 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duddo 2010.09.07 02:12 ㅋㅋㅋㅋㅋㅋ
    완전 웃겨요!!!!
    두또!!ㅋㅋㅋㅋ
    도사님도 글은 안 읽으시나부다!!
    글만 보면 전 줄 알텐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민갱이요 2010.09.06 11:39 아 싸모님^^
    올만에 왔더니 읽을 포스팅이 넘쳐나요!!^^
    진짜 사모님 제자들~채영이 윤미 영애 등등 보면서
    평생 같이 공감하면서 웃고 나눌 수 있는 추억들이 있다는게 너무 좋아보여요!!
    진짜 지금도 옛날 꼬꼬마 사진 보면서 이렇게 추억들 되새길 수 있잖아요^^

    저도 요즘 중등부 아이들한테 강조하잖아요ㅋㅋㅋㅋㅋ
    나중에 청년부 되고 결혼해서도 무조건 나랑 연락해야된다고 ㅋㅋㅋㅋㅋ

    영애가 이 포스팅으로 더욱 기운내서
    우리 공동체에서 영애 스스로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깨닫고 화이팅하길
    저도 바래용^____________________^♡

    영애 화이팅!! 천사 모님도 화이팅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9.07 00:14 신고 어느 새 내가 주일학교에서 가르쳤던 아이들이 우리 채윤이 현승이 선생님이 되어 있더라고.
    민갱이도 J군과 이 교회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지.ㅎㅎㅎ
  • 프로필사진 forest 2010.09.06 18:52 우리 부부에겐 산소같은 이영애보다 더 어여쁜 영애샘이랍니다.
    영애샘의 율동이랑 환한 미소는 백만불짜리예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9.07 00:15 신고 영애, 얘가 산소 그 자체고 엔돌피 그 자체인 애예요.^^
  • 프로필사진 2010.09.07 21:13 주일날 이미 모님을 나꿔챈 분이 바로바로 영애언니였군요
    충분히 양보할수 있습니다 ㅋㅋ (뭐래 ㅋㅋㅋ)
    뭔가 '꽃보다 사람 마음 영애' 이렇게 읽으니까 인간극장 제목같아요 ㅋㅋ
    근데 정말 감회가 새로우실 듯해요 다들 꼬맹이였던 애들이 다들 늙어서 선생님도 하고 또 결혼한다 그러고... 전 채윤이가 청년부 올라올까봐 겁나요 ㅠㅋㅋㅋ

    그리고 지금에서야 밝히는데요 사실 사모님 율동선생님하시고 성가대 하실땐 결혼하신 줄 알았어요 ㅋ 지송해요..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9.09 17:32 신고 얘가 얘가....
    내가 동안 신랑 만나서 그렇지 요즘 쫌 찌그러졌지만 나도 꽤 동안이었어!ㅋㅋㅋ

    우물쭈물 하지마 채윤이 청년부 돼서 '경화언니! 커피 한 잔 해요' 그럴라..
  • 프로필사진 BlogIcon *yoom* 2010.09.08 00:34 신고 에고...밤에 읽다가 왠지 그냥 눈가가 촉촉...
    그리고 다들 보고 싶네요ㅜ
    그러다 내려와서 빵.빵.빵..웃어버렸네요 ㅋ
    이게 모님 블로그의 묘미여요.
    근데 저는 duddo를 듀도 라고 읽었는데...아마 불어식 발음이었나봐요 ㅋㅋ
    다음 주일에 다들 시골 내려가지 말고 예배 나오기예여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9.09 17:35 신고 왔다 간 지 오래된 거 아닌데 이번에는 유난히 긴 것 같이 느껴진다. 추석아! 어서 온나~ 윰아, 어서 온나~
  • 프로필사진 hs 2010.09.08 22:52 두분이 각각 제자로....

    영애 선생님이 복이 많은 거죠?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9.09 17:37 신고 실은 저희 복인지도 모르겠어요.
    초등부, 고등부때 가르쳤던 아이들을 성인이 되어 만나면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사람에게 일하시는 그 분의 손길을 보게 되기도 하구요. 또 아이들의 신뢰가 큰 힘이 되기도 하구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털보 2010.09.09 12:46 앗, 나도 아는 영애씨 얘기닷.
    저는 그 영애보다 이 영애가 울나라에서 젤 예쁜 영애라고 알고 있어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9.09 17:37 신고 이 영애는요. 착하고 이쁜데다가 우끼기도 해서 최고예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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