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셔서 식탁을 차렸을 때 의도적으로 웃길려고,
때로는 진심으로 종필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

'와~ 이거 뭐야? 첨 먹어보는 건데....'

손님을 초대해서 식사를 할 때는 손님 입장에서 가장 편안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동으로 하게 되는데 그게 그렇다. 너무 신경써서 차린 것 처럼 보이면 고맙지만 부담이 될 수 있고, 먹던 대로 했다는 것 역시 뭐 그리 기분 좋게 환대받는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적당히 신경쓰고, 적당히 힘은 안 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사실 요리를 좋아하는 내게 그리고 날이 갈수록 손님이 오는 식탁에도 특별한 에너지를 안 쓰는 내게 남편이 하는 농담은 내심 별로 웃기지도 않지만 껄끄럽지도 않다.

헌데, 한 두어 주 진짜 손님이 있는 식탁 없는 식탁에 성의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었음을 자수하지 않을 수 없다. 김가네 김밥에 시켜먹기 일쑤요.... 아, 도대체 뭘 멕였는지 생각조차 안나는군하.....ㅜㅜ

어느 날 저녁, 또 김가네 김밥으로 떼워볼 요량으로 손을 놓고 있었는데 밥을 드시고 싶다는 말에 홈플에서 대패삼겹살 세일로 사다가 버섯 쪼금 조랭이떡 조금 넣어서 막~악 구워가지고 늦은 저녁을 드시게 했다. 상추 씻기도 귀찮고, 쌈장도 귀찮고, 기름장도 다... 생략해서 대충 막막 그냥 구워서, 저거 하나. 저게에 김치.
많이 미안하 마음으로 '나 진짜 성의없이 밥 차려주지?' 했더니 정색을 하시며.....
'아니~이, 나는 전혀 성의 없다고 생각 안 하는데...'
아우, 기냥 이 말씀이 어찌나 감동이 되고 고마운지. 미안한 마음보다는 고맙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보다는 '계속 이렇게 편하게 가야겠다'는 안일한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성의는 없었어도 늘 기본적으로 사랑이라는 조미료는 기본으로 팍팍 넣어준다는 걸 알아주시는 말씀이려니 생각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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