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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larinari 2019. 11. 14. 23:23



Carl Jung은 '동시성'이라 하고 우리 동네에너 '성령의 인도하심'이라고 한다. 도모한 일이 흘러가다 누군가의 도모를 만나 내 통제 밖의 일이 되는 것. 그리고 일을 도모한 각각의 사람에겐 계획과 다른 생의 선물이나 배움을 얻게 되는 것. 말을 다 하지 않아서 그렇지, 전처럼 '거침없이 블로깅!' 생활이었다면 신비주의자의 블로그가 되었을 것이다. 연구소를 통해 본격적으로 치유와 성장의 동반자로 많은 이들과 연결되면서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10월 마지막주에 단회 글쓰기 강의를 했다. [나찾수다:나를 찾는 수다]라는 이름으로 비정기적 사려 깊은 수다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갑작스레 결정되고 진행되었다. 내적여정이든 강의든 많은 10여 명 정도의 신청을 받는다. 공지를 올리자 금세 마감이 된다. 강의는 거의 재능기부이고, 주최하는 연구소 입장에선 비효율적인 프로그램들이다. 그래서 그래야 할 이유가 100개이기에 기쁘게 고집하는 방식이다. 공지 올리면 금방 마감이 되는 인기에 연연하는 나로서는 기분은 참 좋다.


그렇게 기분좋게 마감이 된 후 연구소 카페로 쪽지가 하나 날아왔다다. 미국 뉴저지 사시는 독자였다. 언니와 함께 십몇 년 만에 고국을 방문하신다며, 연구소의 에니어그램 강의 듣는 것이 한국 가면 꼭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라고 했다. 에니어그램 세미나 일정은 맞지 않아 포기하였는데 마침 나찾수다와 시간이 맞는다며 꼭 참석하고 싶다고. 고국 떠난지 20년 넘었는데 처음으로 방문하는 엄마 같은 큰언니께 선물로 선사하고 싶다고. 


이런 부분에서 원칙을 지키는 편이지만 뒷구멍 자리를 만들었다. 이미 내 글쓰기 강의 들으신 분께 자진 취소를 종용했고, 기꺼이 취소당해주었다.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몰랐다. 누구에겐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흔한 글쓰기 강의일지 모르겠으나 두 분께는 여행 속 특별한 경험이 되셨으니. 물론 내게도 마찬가지이다. 마침 연구소에서 급하게 글쓰기 강의를 계획했고, 마침 두분이 한국 여행을 오셨고, 마침 강의 안내를 보시고, 마침 용기를 내어 쪽지를 보내셔서 성사된 '동시성'이 만든 만남이다.


신비하게 교차된 만남을 한 번으로 흘려 보낼 수가 없어서 여행 일정을 여쭈었더니 대중교통으로 느슨하게 즐기는 여해이었다. 마침 모처럼 비는 날이 있어서 서울 외곽 드라이브 데이트 신청을 했고 성사되었다. 양평이냐, 양수리냐, 남한산성이냐.... 식사도 경치도 놓칠 수 없다, 고민했다. 언니께서 좋아하시는 메뉴를 고려하여 당첨된 곳이 남한산성. 


정말 멋진 고국의 가을 하늘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주 그냥 미세먼지가 뿌옇다. 속상해도 너무 속상해서 나도 모르게 '아이고, 파란 하늘에 단풍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말끝마다 후렴구로 반복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남한산성 도착하여 식사 하고 나왔는데 하늘이 저렇다. '사모님이 하도 파란 하늘 아쉬워 하시니 하나님이 저리 해주셨나봐요' 라고 하신다. 나도 그렇다고 믿는다.



 

큰언니께서 두부 좋아하신다 하여 손두부집에 갔는데 성공! 두부찜은 물론 들기름에 구워져 나온 두부 스테이크를 맛있게 드셨다. 여행 최고의 메뉴라고 하시니, 얼마나 보람이 돋아서 어깨도 치솟고 기분도 막막 좋아졌다. 식사하고 커피 마시는 길지 않은 시간 두 분의 인생, 생의 이면을 듣는 영광을! 두분은 나의 일상 하루에 함께 하신 것을, 나는 두분의 의미있는 여행에 동참한 것을 서로 감사감사 하였다.


<커피 에니어그램>을 보시고 커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뉴욕 커피 맛집을 찾아 원두를 사오시고, 쿠키를 사오신 마음과 정성. 어쩌다 작가 되어 써서 내놓은 글에 부끄러움도 많지만, 쓰길 얼마나 잘했나. 글쓰기 강의 하길 잘했고, 두분을 초대한 것은 또 얼마나 잘한 일인가. 나는 좋은 사람이기도 나쁜 사람이기도, 따뜻한 사람이기도 차거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나를 좋은 사람 만들어 주는 이 만남이 얼마나 고마운가. Juug의 동시성 또는 성령의 인도하심은 잠시 내게 이걸 일깨워주려 꿈틀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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