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
아~놔, 오늘 저녁 준비하다가....
오늘은 우리 사랑하는 JP씨. 이럴 땐 도사님이라고 불러주는 게 적절할텐가?
JP도사님이 수요예배 설교하시는 날이라 시.간.이 중요하신 도사님께 시.간.에 맞춰 저녁식사를 올려드리게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중이었따!
간만에 굴비를 쫌 구워볼려고 손질을 하다가...
늘 보던 굴비의 옆모습 대신 어쩌다 정면을 봤을 뿐인데... 섬뜩.
길게 앙다문 입 하며.... 위엄있는 콧잔등 하며...
굴비님의 카리스마가 빠~~~악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가끔 굴비의 살을 뜯을 기회가 있다면 젓가락으로 저 놈을 통째로 들어 정면으로 눈을 맞춰 보시라. 젓가락질 하던 손가락이 후덜덜 하실 것이다.
그니깐 말하자면 평소에 내가 보던 굴비는 바로 이 옆 모습.
구울 때나 접시에 세팅할 때도 늘 저 모습이시다.
저 모습이실 때는 그저 '날 떼어 잡수. 날 구워 잡수' 하시는 모습인데....
정면으로 아이 컨텍을 딱 하고 났더니만 세상에.....
딱 나를 쏘아보시는 눈매에 한 때 저 분이 바다를 휘젓고 다니셨을 그 장면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집에 혼자 있는데 있었던 일이라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결국 얼렁 손질해서 지글지글 끓는 후라이팬에 휙 던지는 것으로 일단의 해프닝은 마무리 되었다.
아, 그러나 나는 잊지 않기로 했다.
접시에 두 마리 세 마리 씩 비쩍 마르게 구워져 있는 저 굴비도 한 때는 푸른 바다를 가르는 물고기였다는 것을.....
좀 더 오버를 해서 잊지 않기로 했다.
진짜 당장 한 입에 먹어치워도 아깝지 않을 듯 우습게만 보이는 그 어떤 존재라도 한 때는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고결한 그만의 카리스마를 품을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듯 비루해 보이는 나, 인간 정신실도 내 딴에는 우주와 견줄 대단한 존재라 믿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 제목에 관한 변 :
'주부, 굴비와 눈을 맞추다'로 가려고 했었다. '눈을 맞추다'보다는 '눈이 맞다'가 더 선정적이기 때문에 댓글이나 조회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해서 '눈이 맞다'라는 다소 내용과는 동떨어진 제목으로 낙찰을 봤다. 난 댓글과 조회수에 연연하는.... 굴비의 옆모습과 같은 비루한 블로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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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포스팅 제목보고...그리고 굴비의 얼굴을 보고 섬뜩했다는 것이
더 저에게 큰 웃음을 준 이유는...
요즘 독일에서 굴비 덕분에 웃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자세한 얘기를 제가 하기엔 좀 어려운 얘기인지라 ㅋㅋㅋ
아무튼 서울과 독일에서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굴비가 소재로 등장한 점 너무나 신기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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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2010.01.14 09:25
고 놈(주부랑 눈맞은 놈이라 분명 놈인 것이 분명하여~^^) 참 싱싱하게도 생겼네요.
lari님이랑 눈 맞을 정도면 꽤 눈이 높은 놈인 것이 분명하고...ㅋㅋ
제목에 관한 변에서 한번 더 크게 웃고 갑니다.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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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2010.01.14 11:39
저희 집 냉장고에서 굴비2마리가 대기 중인데..
전 후라이팬으로 바로 넣어야겠어요ㅋ
사실, 어제 형님이.. 좀 피곤해 보이더라구요...전 오랜만이라 좋긴 했지만..
끊임없이 움직이시고 아이들에게 반응해야하고
육아(?)와 가사에 지친(지친까진 아니지만)느낌??^^ 이젠 만만치않은 아이들과~ 헐
오랜만에 뵙는 형님에 대한 다른 느낌이랄까???^^ 힘내십쇼~* -
hs 2010.01.14 15:23
굴비 한마리 가지고도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시네요.
암튼 재주꾼이시라니까....^^
담에 밥상에 굴비가 올라 오면 정면으로 눈싸움 한번 해 봐야지.ㅋ
해봐야 질 것이 뻔하겠지만... -
호호맘 2010.01.14 23:58
흐흐... 우리집두 어제 반찬 굴비~~ ㅋㅋ
더 섬득한건... 울 호야 밥먹다가 갑자기 굴비에 손을 데더니
굴비입을 쫙 벌렸다..."엄마 생선이 뭘 먹은것 같아. 입속에 이게 뭐지?"라며
입을 쫙 벌리는데 순간 넘 섬득해서 굴비 접시를 싱크대로 치워놨는데...
그래두 그 굴비가 날 처다보는것 같아서 바로 쓰레기봉지루~~ㅋㅋ
난 생선 머리가 같이 올라오는건 싫더라구여...
근데 굴비는 어떻게 손질이 안되다보니...
흐흐... 난 그래서 삼치가 좋아... 삼치는 살때 손질두 해준다여~ ㅋㅋ
날씨가 너무 너무 추워서 속상하네여...
집에서 같여지낸지가 벌써 50일이나 되었는데...
빨리 날이 풀려서 환이녀석 끌고 돌아다녀야 하는데...
하~~ 오늘도 까페모카가 무자게 땡기는데...
월욜날 건대병원가는 날~~ ㅋㅋ 그날 스타벅스에서 한잔 땡겨야겠네여~
주일날 뵈여~ -
털보 2010.01.15 08:37
궁금한게 있는데 굴비는 저러고 앞을 보고 다니는 거예요,
아님 쟤도 옆만 보고 앞은 그냥 통박으로 굴리면서 가는 거예요?
아무리 눈을 맞춰 보려고 해도 도통 옆만 보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눈을 앞으로 굴린 굴비를 본 적도 없는 거 같구.
시야각이 넓어서 앞도 보이는 건가..
카멜레온은 눈을 거의 360도로 회전시키던데 굴비는 그런 거 같지를 않거든요. -
myjay 2010.01.15 20:31
선정적인 제목은 서재석 편집장님이 압권이었는데요.^^
갑자기 뜬금없는 생각...
재밌는 포스팅입니다. 굴비와 눈맞다..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