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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SS 영혼의 친구

죽어도 죽지 마!

larinari 2018.07.28 17:52




더위 때문에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닌 밤이다.

환경의 영향을 직방으로 받아 감정이고 행동이고 널을 뛰는 나는 안방-거실, 침대-소파를 오가는 밤이다.

잠결에 에어컨을 틀었다 껐다, 스마트폰을 들어 뉴스를 봤다 말았다 하는 밤이다.


새벽이 되어야 더운 공기도 진정이 되고 나도 진정이 되는 것 같다.

5시쯤 되면 제대로 잠을 자기 시작한다.

침대에 안착하여 제대로 잠이 들기 시작하는데 '끙끙' 본능적으로 안 듣고 싶은 소리가 들린다.


눈을 반만 뜨고 보니 죽은 듯 자던 남편이 일어나 엎드려 끙끙거린다.

여보, 아파?

아니야. 가슴이.....


'아니야'까지만 접수하고 잤다.

잠이 들자 꿈이 널을 뛰었다.

잠들기 직전에 회피한 것을 꿈이 정직하게 이어 받았다.

남편이 죽을까 봐 두렵다.


신혼 초, 내가 정말 김종필과 결혼 했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할 때 매일 걱정하고 매일 확인했다.

김종필, 죽으면 안 돼! 죽어도 죽으면 안 돼!


가장 사랑하던 남자를 죽음으로 잃어버린 여자의 병 짓이다.

가장 행복하던 순간에 행복을 빼앗긴 자.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중학교 1학년 12월.

그 12월의 1일, 일기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행복이 극에 달했던 신혼 초, 그 트라우마가 되살아 와 매일 확인했다.

그럴 때마다 '죽음'은 입에 담지도 말라고 김종필이 화를 냈다.

그럴 때마다 '아, 당신은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모르는구나,

입에 담지 않는다고 피해지지 않아. 당신은 죽음을 모르는구나.'

좌절했다.


2011년. 

아버님과 한솔이를 한 달 사이에 잃은 남편은 비로소 죽음을 알게 된 듯 했다.

2012년 봄, '죽음을 짊어진 삶'이란 글을 쓴 남편은 나보다 한 걸음 앞서게 되었고 든든한 사람이 되었다.


오늘, 써야 할 원고가 두 개.

집중하고 싶었다.

식구들이 모두 나가자 얼른 정리하고 늘 드리는 '향심기도'부터 시작했다.


향심, Centering prayer인데.......

한 곳으로 향하지 않는 마음으로 침묵 가운데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다

입을 열었다. 예상치 못한 말이 방언처럼 터졌다.

 

주님, 노회찬 의원 돌려주세요. 이럴 수는 없어요!

그리고 바로, 

'주님 채윤이 아빠 죽으면 안 돼요. 죽음이 얼마나 가까운지 알지만 저는 견딜 수 있지만

채윤이와 현승이 좀 봐 주세요. 저처럼 아버지 잃은 상실감에 청소년기 보내지 않게 해주세요'


향심기도 드리다 중간에 포기한 것 처음.

그러다 밑도 끝도 없는 기도가 터져나온 것도 처음.

이게 내 본 마음인 것은 자명한 일.


한참 기도하다 눈물 끝에 웃음이 좀 났다.

가장 행복한 때에 사랑을 잃는 법이니, 다소 불행한 지금 사랑을 잃을 리 없을 거야. 

이럴 때가 아니고 원고를  쓸 때지!


원고, 채윤이 입시, 선교 여행 가 있는 현승이, 설교 준비하는 종필,

마음에 살아 있는 여러 벗들을 떠올리며 기도하다 눈을 떴다.


-----------


김종필, 죽어도 죽지마. 

죽으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라고 했더니,

알았어. 당신한테 죽으면 두 번째 사망이야? 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에 빼앗기는 일은,

내가 죽은 자처럼 사는 것과 같다.

두 번째 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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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 프로필사진 아우 2018.07.31 10:27 '죽어도 죽지마. 죽으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내 대산데 훔쳐간거아니지? 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8.07.31 10:36 신고 '죽어도 죽지마!'는 나도 신혼 때부터 했던 말이고. 언젠가 이 얘기 하면서 '어어, 나도 그런 얘기 했었다' 공감 했었잖아.
    엊그제 남편에게 '죽으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라고 한 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아우 님 대사 그대로 가져다 쓴 거 인정. 몰래 훔쳐오진 않았.
  • 프로필사진 김의현 2018.08.04 23:55 '나의 아저씨' 볼 때 마다
    어! 드라마에 내가 아는 목사님 나오신다. 했어요.
    볼매 김종필목사님 건강하시군요^^
    사모님 글, 종교중독을 인상깊게 읽었어요
    근데 저는 알 듯 말 듯 살짝 어렵네요. 궁금함도 생기고.
    나중에 글 주인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세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8.08.08 11:22 신고 진정한 볼매 김의현 목사님! ^^
    지난 번 연재 글 쓰면서 목사님 생각하고 남편과도 한참 얘기 나눴어요.

    누가 누구를, 누구의 어떤 행위를 종교중독이라고 말하기는 참 조심스러운 것이죠. 그래서 알듯 말듯 하실 것 같아요. 같은 행동이 중독이기도, 건강한 발달 상의 행동이기도 하니까요.

    글에서 언급한 책에서는 중독성의 여부를 다른 사람을 관해하게 대하고 존중하며 대화가 가능한지라고 해요.

    결국 저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냉혹한 성찰, 타인의 영적 여정에 대해서는 '오직 모를 뿐!'이라는 태도를 잃지 않아야지, 하며 지내요.

    혹 이 부분에 대해 강의 하거나 자료를 정리하게 되면 보내드릴게요. 한국은 너무 더운데 계신 곳은 어떠신지 모르겠어요. 모든 상황 평탄하지만은 않으실 것이나 평강은 잃지 않으시길 기도 할게요 :)
  • 프로필사진 김의현 2018.08.11 11:10 앗! 아직도
    저희 부부가 두분의
    대화에 등장인물로 나온다니 감사하기도 궁금하기도 한데요

    언젠가 제가 목회하는 교회에
    예고없이 앉아 겸손한 예배자로 예배하셨던 것처럼
    저희 부부도 이우교회에 앉아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두 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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