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에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추석, 설 명절에 흔하디 흔했던 장면들,
꿈만 같다.


생후 10개월 증손자와 95세 할머니가 눈을 맞췄다. 한 세기 가까운 나이 차이다. 사람을 알게 되면 이름부터 물어보고, 그 이름을 성경 안쪽에 적고 굳이 ‘이름’ 불러 기도하던 할머니.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은 한 번 들으면 외우니 적을 필요도 없다. 할머니가 그렇게 사랑하는 손녀 ‘지영이’가 낳은 ‘준우’의 이름은 듣자마자 마음에 새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할머니는 귀도 눈도 어두워 정확히 들을 수 없고 글자를 읽을 수 없으니 새로운 단어가 입력되지 않는다. 준! 우! 준우! 주누! 고래고래 알려드려도 입력불가. 자꾸만 ‘아가, 아가~아’ 손을 내밀어 보는데 아가는 엉덩이를 뺀다. 아가는 아가대로 10개월 뇌로는 백발이 규명되지 않는다. 마주하면 무조건 좋은 우리 엄마랑 뭔가 비슷한데, 결정적으로 하얀 저건 뭐지? 못 보던 생물첸데. 아가, 아가, 손! 슬금슬금 엉덩이 빼기. 내내 그런 줄 알았는데 제 엄마 지영이 카메라에 이런 장면이 담겼다. 하얀 할머니 머리, 헤~ 바라보는 준우 눈빛. 백발 할머니의 표정은 안보여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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