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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쁜 십자가라니!_'헌신 페이' 권하는 교회에서 부르는 노래 본문

기고글 모음/내 맘에 한 노래 있어

참 기쁜 십자가라니!_'헌신 페이' 권하는 교회에서 부르는 노래

larinari 2017.01.24 10:39


내 맘에 한 노래 있어2 [QTzine 2017년 2월호]


 

거절하지 못하는 병이 있다. 안 되는 상황에, 내키지 않으면서도 하고 보는 사람들이다. ‘예예해놓은 일 뒷감당 하면서 내가 미쳤지하면서도 말이다. ‘나는 거절을 잘 못해요라고 하는 말 뒤에 그래서 착한 사람이다라는 자의식이 깔려있는 건 아닌지. 요청받는 일이 교회 일일 때는 어떨까? 주님의 일이라면 더더욱 거절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배웠고, 조금 버거워도 십자가 지는 것이 순종의 길이라고 배웠다. 성가대 반주부터 시작해서 구역 특송 연습까지 불려 다니는 반주자가, 청년부 수련회에 단기선교며 성경학교까지 따라다니느라 여름 한 철 다 보낸 성실한 청년이 차마 불평도 못 하게 하는 찬송이 있다.

 

너의 마음에 슬픔이 가득차도 주가 즐겁게 하시리라

아침 해같이 빛나는 마음으로 너 십자가 지고가라

참 기쁜 마음으로 십자가 지고가라

네가 기쁘게 십자가 지고가면 슬픈 마음이 위로 받네 (458)

 

예수님을 따르는 십자가의 길, 그 길을 따르느라 힘들고 지쳐도 결코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 등의 짐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즐거운 마음으로 십자가 지고 가라찬송 부르다보면 심지어 힘들어 하지도 말아야 할 것 같다. 아침 해같이 빛나는 뽀송뽀송한 마음으로 십자가를 지라니! 불평이나 원망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우연히 지나가다 잠깐, 억지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졌던 구레네 사람 시몬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억지로라도 십자가를 진 덕에 집안이 복을 받았다는 얘기이다. 타인의 요구, 특히 교회에서 받는 봉사의 요청을 억지 십자가로 져야 할까? ‘억지로 기쁜 것은 과연 기쁜 것인가?

 

인간의 심리학적, 영적 발달에서 가장 성숙한 경지에 이를 때 드러나는 덕이 자발적 자기희생이라고 한다. 인간의 몸을 입으신 하나님,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셨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습이다. 십자가는 바로 자발적 자기희생의 표상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십자가 지는역설을 푸는 열쇠는 자발성에 있겠다. 착한 이미지가 손상될까봐, 상대가 섭섭해 할까봐, 순종하지 않으면 벌 받을까봐 두려움에 이끌리는 선택이 아니라 기꺼이 나를 내어주는 사랑의 선택 말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진 십자가는 참 기쁜 십자가일 수 있는 것이다.

 

착한 청년들의 노동력과 재능과 시간을 무한정 요구하는 교회, ‘헌신 페이권하는 교회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 시키는 교회(어른)나 시킨다고 다 하는 사람이나 분명 돌아봐야할 지점이다. 그렇다고 날 선 감정으로 내가 왜 해야 하는데요?” 교회에서 시키는 일은 일단 거부하고 보는 것이 주체적인 신앙인의 길도 아닐 것이다. 분명 사랑의 길은 희생의 길이니 말이다. 타의가 아니라 자의의 희생과 순종이 되기까지, 묻고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겟세마네의 예수님처럼 말이다.

 

아버지,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실 수는 없나요?’ 땀에서 피가 배어 나오도록 하나님과 독대하여 지낸 밤. 그 지난한 밤을 지난 후 비로소 그러나 아버지여,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되기를 원합니다하시고 십자가의 길을 향해 자발적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셨다. 선택의 상황에서 불확실한 지점에 머무르는 것, 갈등을 오롯이 견디는 것이 가장 어려운 선택이다. 맹목적으로 순종하거나 맹목적으로 거절하는 것이 쉽지 말이다. 나의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타자의 요구를 명확히 하며 그 긴장을 견뎌내는 것은 겟세마네 예수님처럼 고독한 대면이다. 이 시간을 홀로 견뎌내는 사람만이 맹목의 희생이 아니라 자발적 희생의 덕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을 자랑삼거나 방패삼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부담되는 요구를 받을 때 멈추어 보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내가 이것을 하려는 동기는 두려움인가 사랑인가?’ 다시 자문하는 것이다. 이 질문을 하나님 앞에서 던질 때 그것은 정직한 기도가 된다. 그 정직한 대면 끝에 지는 짐은 억지로 지는구레네 사람 시몬의 십자가가 아니라 예수님의 방식을 따름이다. 그 길에서 참 기쁜 마음으로 십자가지는 신비를 알게 될 것이고, 그 신비는 슬픈 이웃에게 절로 흐르는 사랑과 위로의 강물이 될 것이다.

 

참 기쁜 마음으로 십자가 지고가라

내가 기쁘게 십자가 지고가면 슬픈 마음이 위로 받네








5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7.01.24 11:00 신고 이전의 어떤 연재글보다 애정이 가는 글인데요.
    영성적 삶, 일상의 영성을 '찬양'에 담아낼 수 있으니.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요리만 골라 차린 상 같거든요.

    MSG 첨가를 확 줄인 글이라 인기를 얻을 것 같진 않아요.
    모름지기 글이 읽히려면 도발적이거나 선정적인 요소가 들어가줘야 하는데.
    (글을 쓸때마다 안 그런 척 슬쩍슬쩍 첨가하던 재료였습니다. 하하)
    즐독(讀)!


  • 프로필사진 BlogIcon HungrySoul 2017.01.24 11:56 신고 안녕하세요? 100교회 오하나집사입니다. 친구들로부터 블로그를 소개받아,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과 묵상 그리고 아낌 없는 나눔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리고, 저는 이 글이 정말 좋아요. 저희 구역의 20대 청년들과 나누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죠^^

    (얼마 전, 100교회 친구들 모임이 있었는데, 안희정 도지사님을 방송에서 마주칠 때마다 목사님이 떠오른다고... ^^ 새로운 교회에서 새로운 사랑도 응원합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7.01.25 16:52 신고 아, 반갑고 감사합니다!
    물론 공유하셔도 되고요.
    30대 구역장으로 열심히 섬기는 모습 뵀던 것 같은데 이제 20대 청년들을 섬기시는군요.
    요즘 저희 부부가 안희정 도자사님 매력에 푹 빠져 있는데, 그분 닮았다는 말에 남편 어깨가 으쓱으쓱 하고 있답니다. ^^
  • 프로필사진 BlogIcon onyou hisbride 2017.01.29 23:14 신고 두번째 방문이에요. 작가님..사모님 글을 읽다보면 평상시에 고민했던 여러가지 생각의 조각들을 너무나 잘 맞춰 놓으신 것 같아서정리가 되고..참 좋아요.

    사모님 책과 글들을 읽고 저도 다시 저만의 공간에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도전과 유익을 주셔서 참 감사해요!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7.01.30 18:20 신고 아, 참 반가운 말씀이네요. ^^
    정직한 쓰기는 기도이며 성찰입니다.
    물개 박수로 응원해드려요.

    공적인 글쓰기와 강의를 하던 초기에 저는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저를 괴롭혔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럴 수 없다는 것,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것을 알았지요. 단 한 분이라도 저의 이야기로 사랑과 성장으로 자극받으신다면 그것은 선물이라는 것을 알았고요. 마음의 생긴 모양이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으셔서 공감되실 것 같아요. 감사할 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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