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인 성장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면 일기를 써라.
일기를 쓰되 정직하게 써라.


이것이 남편과 내가 함께 힘주어 말하는 몇 안 되는 인생의 지침 중 하나다.
<내 영혼을 위한 일기쓰기>
<하나님을 만나는 글쓰기>
<치유하는 글쓰기>
등은 최근에 읽으며 위의 지론에 힘을 실어준 책들이고,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를 비롯한 이오덕선생님의 글들은 거의 20여 년 전에 읽었던 책들이다. 그 때 나는 겨우 한글을 읽거나 말거나 일곱 살 짜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유치원 선생님이었는데 왜 그리 목숨 걸고 읽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저런 경험으로 인하여 죽어나는 건 결국 우리 딸 채윤이가 되었다.
학교공부 제대로 데리고 가르치는 것 없는데  일기쓰기 만큼은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공들여 함께 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쓰게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용을 써 본 것이다. 그렇다고 쓰기나 읽기보다는 듣기나 말하기에 관심이 있는 채윤이가 썩 일기를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그.런.데.
어젯 밤에 '정직한 글쓰기'는 삶을 변화시킨다고 믿는 엄마에게 대박 감동을 안겨 준 사건이 있었으니.....






하룻동안 해야 할 일들을 하루종일 미루고 미루다 밤 9시가 되면 시작하는 두 놈들의 방학생활. 가급적 잔소리도 협박도 분노폭발도 하지 않으려고 두고 보던 중이었다. 마냥 두고봐 줄 수는 없었던 엄마가 특유의 '너희들 마음대로 해' 한 마디 던지고 '기약없는 묵비권 행사'에 돌입했다.






엄마의 묵비권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협박이요, 엄포요, 공갈이기 때문에 두 녀석 다 완전 열심히 숙제에 매진하였다. 알아서 일기도 쓰고 간간이 찔러보는 엄마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니까 포기한 듯 보였다. 그 때 띠리릭, 문자가 왔는데 '사랑하는 엄마의 첫 번째 보배. 채윤' 한테서 온거란다.
이 문자에 웃지 않을 수 없었고, 마음이 풀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들과 이런 저런 얘기 나누며 훈훈한 마무리를 하던 차에! 채윤이가 일기를 쓰다가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야겠다' 고 맘을 먹었다고 했다. 스스로 쓴 일기에 자신이 속상한 얘기로 시작해서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 그리고 그걸 편지로 써야겠다는 결론을 찾은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배운, 말하자면 시험치려고 외우기에나 적합한 '직접 전하는 것이 힘들 때 편지를 이용한다'는 내용을 기억해내서 삶의 지혜로 적용하다니...)






문자보다 더 반갑고 감동적인 것이 이것있다.
혼자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쓰다가 얻은 통찰의 결과라니 말이다.
초딩 4학년이 아직도 틀린 철자법으로 어이없게 만들기도 하지만, 됐다. 됐어. 정직한 글쓰기를 통한 자기성찰이 된다면 철자법이 대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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