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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마음의 환대

치킨맛 공룡 열 마리

larinari 2015. 11. 12. 08:28

 

 

# 치킨맛 공룡 한 마리

 

엄마, 나 오늘 머리만 감을래.

촤아아아아아아아.....

위이이이이이이잉.....

엄마, 나 준비 거의 다 했어.

아침 뭐 먹어?

 

 

# 치킨맛 공룡 두 마리

 

그 엄마 벌떡.

부시시 부시시.

비틀비틀.

냉동실 안으로 고개를 먼저 디밀고 들어가 혈투를 벌인다.

티라노사우르스 열 마리 포획.

 

 

# 치킨맛 공룡 세 마리

 

엄마, 아직 멀었어?

나 오늘 시험 끝나고 소정이랑 옷 사러 갈 거야.

내가 맡긴 돈 가져간다.

 

 

# 치킨맛 공룡 네 마리

 

그 엄마 냉동실 야채밭으로 간 지 오래.

양상치도 뽑고, 시들시들한 배추 잎사귀도 몇 장 득템.

배춧잎보다 더 시들시들한 손놀림으로 티라노사우르스와 야채를 합체.

 

 

# 치킨맛 공룡 다섯 마리

 

위이이이이잉......

아빠 일어났니?

어, 언제 일어났는데. 머리 다 감았잖아.

김채윤, 너 8시에 나가야 해? 아빤 그 시간에 못 나가는데.

아오, 너 자전거 타고 다녀라.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 치킨맛 공룡 여섯 마리

 

다 먹지 마. 공룡은 좀 남겨 놔. 현승이도 먹어야 해.

정신실, 훌륭해. 힘 내. 정신실은 앞으로 작은 거인이 될 거야.

엄마 오늘 음악 수업 가?

김채윤 오늘 시험은 몇 점 맞을 예정?

20점은 아니야. 그래도 다 포기.

 

 

# 치킨맛 공룡 일곱 마리

 

현승아, 8시야. 일어나.

아, 너 오늘 10시 등교라고 했나?

엄마, 이리 와. 여기 누워있어.

안아줘. 등 긁어줘. 꼭 안아줘.

야, 엄마는 일어날래. 이러다 또 잠들겠다.

잠깐, 엄마 우리 10 분만 이러고 있자.

 

 

# 치킨맛 공룡 여덟 마리

 

엄마, 왜 내 돈 만오천 원 안 갚아?

오늘도 돈이 없어?

있네! 오, 오천 원 짜리 있다.

엄마, 나 원래 시간에 나가서 우노 집에 가서 놀다가 학교 가기로 했어.

우노가 생일 선물로 건담 받았는데 만드는 거 도와달래.

알고 보니 우노도 건담 좋아하더라.

나 나간다.

 

 

# 치킨맛 공룡 아홉 마리

 

저 중생 셋 밥 먹일 의무가 없다면

오늘은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 비닐장판에 쩍 달라붙어 있어도 좋을 날.

'요즘 하늘은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건지

저건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금만 뛰어도

정수리를 쿵! 하고 찧을 것 같은데...'

장기하가 '싸구려 커피' 다 부르고 다음 곡 부릅니다.

'세상은 지옥이다'

이어서 부릅니다.

'너 요즘 왜 그래'

 

 

# 치킨맛 공룡 열 마리

 

밥 챙겨 먹일 중생을 셋이나 붙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셋이 나만 바라보고 있으니

공룡 때려 잡을 힘이 나고 살아갈 힘이 납니다.

다 좋은데... 오늘은  낮게 내려 앉은 하늘 좀 어떻게 당신 쪽으로 좀

끌어 올려주시고, 숨을 좀 편히 쉴 수 있게 해주십쇼.

사실 저는 당신 밲이 없습니다. 제 맘은 당신이 잘 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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