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가 시간이 많아져서 유치원 입학식에도 참석하고,
입학식 마치고 롯데리아도 가고,
어떤 날은 같이 산책도 해주고,
산책 하고 나서는 던킨도넛에도 가고 한답니다.
던킨도넛에서 있었던 일.
식구들 모두 던킨도넛을 좋아하지만 사실 달아서 얼마 먹지를 못해요.
최근 채윤이가 베이글의 담백한 맛에 푹 빠졌지요.
덩달이야 지 입맛이 어떻든 누나가 하는 건 다 해야 하니깐
덩달아 '베이글 하나 추가요!' 이렇게 된답니다.
아이 둘이 베이글 하나 씩 시키고 엄마는 크림치즈 들어있는찹쌀도넛을 하나 시켰어요.
테이블에 받아와 보니 현승이 눈에 엄마가 달랑 도넛 하나 먹는 게 좀 그랬나보죠.
"엄마! 엄마는 왜 쪼그만 거 먹어? 엄마도 베이글 좋아하잖아. 베이글 먹어."하길래...
"돈이 아까워서 그래." 하고 툭 생각없는 말을 던지고 말았지요.
현승이는 이 말을 또 마음에 담았나봅니다.
베이글을 내밀면서 "엄마 짤라서 먹고 줘." 합니다.
그걸루두 맘이 불편했는지.
좀있다가 "엄마, 그런데 그거 하나만 먹어도 배는 많이 부르지~이?" 합니다.
점심 대신 먹는거였거든요.
어쩌나 보려고 "아니지. 이거 먹고 배가 어뜨케 불러."했습니다.
다시 아무 말 없이 없습니다.
한참을 먹다가 다시 "엄마! 그래도 엄마가 좋아하는 거니깐 맛있긴 맛있지." 합니다.
현승이 마음이 이뻐서 "응, 맛있기도 하고 이것만 먹어도 사실은 배 불러." 했더니,
헤~ 웃으면서 안도의 숨을 몰아쉬네요.
그런 대화가 오갈 때 채윤이는 뭘하냐고요?
채윤이는 일단 먹으러 가서는 먹는 거에만 집중합니다.
아~언제 나와. 하고 있다가 나오면 정신없이 먹는 거예요.
잠깐 휴지 가지러 가면서도 이러죠.
"엄마! 내꺼 먹으면 안 돼. 한 입도 먹지마."
저걸 딸이라구.....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들죠.
요즘에는 롯데리아에서도 커피가 얼마나 럭셔리해졌는지...
일단 종이컵도 아니고, 잔이 저렇게 크고 넓으니 꼭 커피빈
커피 같잖아요?
집에 있으니 애들 데리고 동네 한 바퀴 돌다보면
꼭 저런데 들어가서 감자튀김 하나 도넛 하나라도 먹어줘야 하고,
그러면 엄마는 또 커피 참을 수 없고...
그래도 봄햇살 등에 업고 아이들 손잡고 느긋하게
동네를 걷는 기분은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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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ne 2008.03.11 12:14
채윤이 대목에서 완전 깔깔이다~
사실 채윤이가 별스런건 아닐텐데 현승한테 비교되는 경향이 좀 있다.
현승아 엄마 아빠맘을 넘 챙긴다~~ 난 왜 이게 좀 걱정이 되냐??
근데 롯데리아 없어진게 아니고 이사간거야? -
♧ forest 2008.03.11 12:17
저는 저 기분 아주 잘 알지요.
뭐.. 부자가 된 것도 아닌데 여유있는 발걸음에 남부러울 것 없이 좋고,
뭐 특별한 일없이 잠시 시간이 나면 약간 불안하기도 하고...^^
봄날 바람도 빛도 아주 좋아요. 흠뻑 여유에 젖어보세요~
아마도 아들키우는 맛이 그런건가봐요.
저는 아들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 딸보다 아들이 어릴 적엔 더 애틋하게 구는 것 같아요.
딸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의 애틋함을 키우는 것 같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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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s 2008.03.11 22:50
현승이나 채윤이에 관한 글을 읽으면 언제나 입가에 함박 웃음꽃이 핀답니다.ㅎㅎㅎㅎ
에 쿠~! 조~오기 아빠 말씀을 현승이가 듣는다면 아빠한테 완죤 정내미가 떨어 질 것 같은데....ㅋㅋ -
사니 2008.03.12 08:41
와 !! 완죤 여유다^^
날씨가 좋아지긴 했지?
나도 요즘 퇴근하고 의진이데리고 집에 오면 주차해놓고 동네 한바퀴돌거덩
우리집 앞에 3:30분이라는 분식집이 있는데
거기가서 의진이랑 데이또 하거덩
근데 그 자식 내가 먹는 천원짜리 떡볶이가 늘 탐나는지
"엄마는 어른이니까 매운 것 먹고 나는 빵(핫바) 먹어" 먹는 내내 옆에서 떠든다니까... 아직 현승이처럼 엄마 생각이 깊지는 못하제ㅜ.ㅜ
그래두 내가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는데
의진이랑 현승이 닮은데가 많은 것 같아....
동네 한 바퀴돌다가 언제 던킨앞에서 벙개 한 번 해 볼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