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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평화로다_9유형

larinari 2011. 10. 6. 19:39

모님, 커피 한 잔 주세요_에니어그램과 함께하는 내적여정 10



구민 : 모님!

모님
: 구민이 어서와. 얼굴이 왜 이리 부숭부숭해? 어디 몸이 안 좋니?

구민
: 아… 그게요. 늦잠을 자서요. 일어나자마자 세수만 하고 온 거예요. 흐흐흐….

모님
: 아하! 구민이가 잠자는 숲 속의 왕자님이지. 호호호. 그럼, 아무것도 안 먹었겠네. 커피랑 토스트 하나 해줄까? 아니면 반찬은 별로 없지만 밥 먹을래?

구민
: 괘… 괜찮아요. 저는 아무래도 괜찮은데 괜히 모님 귀찮게 해드리네요. 뭐 그냥 더 편하신 걸로 아무거나 주세요.

모님
: 에이그, 됐네요. 뭐 이런 게 귀찮어. 빨리 선택해주는 게 안 귀찮게 하는 거야.

구민
: 아, 네. 그럼 뭐… 토스트….

모님
: 그래 그래. 후다닥 해줄게. 잠깐 앉아 있어. 어디 보자. 커피는… 음… 우리 구민이 브라질 커피 한 잔 맛있게 내려줘야지. 잠시만….






구민 : 커피랑 이렇게 먹으니까 맛있네요. 브라질 커피라고 하셨어요?

모님
: 응, 언젠가 내가 얘기했던 것 같은데, 브라질 커피는 중성적인 맛을 갖고 있어서 블렌딩을 할 때 베이스로 많이 써. 희한하게 브라질 커피만으로는 딱히 개성이 없는데 블렌딩을 하면 다른 커피의 개성을 한층 더 살려준다고 하더라. 자체로는 살짝 맛이 밋밋하지. 

구민
: 마음에 드는데요. 브라질 커피!

모님
: 누구하고도 원만하게 잘 지내고, 겸손하고 관대한 구민이랑 비슷하네. 맘에 들게 생겼다. 호호호….

구민
: 제가 그… 그런가요?

모님
: 그럼~ 평화의 사람(자아 이미지) 구민이잖아! 남의 얘기 잘 들어주고 불화도 잘 조정하고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해서인지 내가 구민이 싫다는 애를 못 봤어.

구민
: 에이, 모님. 무슨요….

모님
: 니가 평화의 사람이란 거 인정 안 한다구? 싫다구?

구민
: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좋죠. 평화의 사람이 되고 싶어요. 늘 평화롭고 싶구요.

모님
: 네 미니홈피 제목이 뭐였더라? '어제와 같은 오늘' 맞지?

구민
: 어, 알고 계시네요. 그냥 써 본 거예요. 그런데 사실 저는 오늘 뭔가 어제와 다른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어요. 그… 그냥 별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으면 싶달까, 그래요.
모님 : 구민이가 말하는 평화가 그런 의미니?

구민
: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아닌가요? 평화가 뭐죠?

모님
: 9유형의 자아 이미지가 '나는 평화롭다'인 것은 결국 9유형이 집착하는 것이 안정과 평화라는 거야. 때문에 안락하고 편안한 것을 좋아하고 있는 상황 그대로를 유지하려고 하지.

구민
: 안락하고 편안한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모님
: 물론,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어? 평화, 안락함, 안정감…. 다 좋은데 여기에 집.착.한다는 거야. 각 유형이 집착하는 것들이 그 자체로 나쁜 게 아니라 거기에 매여 있다는 게 문제지. 대체로 9유형들이 침착하고 느긋해 보이는데 어때? 구민이 내면도 그러니?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런가?

구민
: 복잡하죠. 딱히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솔직히 복잡해요. 아닌가? 모… 모르겠네요.

모님
: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서 실은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거야. 어느 9유형이 그렇게 말하더라. 꼭 전화해야 할 데가 있는데 하루 종일 '전화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결국 안 하고, 전화 한 통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썼다고.

구민
: 와, 완전 제 얘긴데요. 실은 아까 여기 오면서 버스를 탔는데요. 커브 돌자마자 햇빛이 쫙 들어오는 거예요. 거기서부터 계속 직진이었는데 속으로 '자리 옮겨야지. 옮겨야지.' 하다가 내릴 때까지 그냥 있었어요. 이런 건가요?

모님
: 그래, 그래서 9유형들은 비폭력적인 힘을 쓰는 사람들이야. 중재하고 화평케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꾸물대고 그저 가만히 있으면서 고집을 부려 수동적인 공격을 한다는 거지.

구민
: 가만히 있는데 그게 어떻게 공격이 되나요? 저 자신이 별로 행동하는 게 없는데 공격이라구요?

모님
: 그래서 수동적인 공격이라는 거야. '나는 한 게 없다'고 하지만 하기 싫은 일에 대해서 딱히 표현은 하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하지 않을 수 있잖아. 9유형들의 수동적 태도가 오래갈 때 다른 사람을 화나게 만들고,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주로 공격적인 유형들이겠지) 폭발하게 만든다고 해. 결국 9유형들이 그렇게도 지키고 싶은 평화는 가만히 문제만 안 일으키는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서 지켜지는 게 아니라는 반증이지.

구민
: 조금 어려운데요. 약간 알 듯도 하고…. 음… 그런데 좀 쉽게 설명해 주시면…. 제가 아까 제 속이 복잡하다곤 했지만 그건 그냥 뭐랄까? 가끔 저를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없을 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구요. 실은 제가 단순한 사람이에요. 모님.

모님
: 구민이 마음이 좀 상했나? 유형의 어두운 부분을 듣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구민이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는 걸 계속 생각하면서 들어줘. 알았지? 늘 언제나 무균질의 평화를 일구고 싶은 9유형이 회피하는 건 갈등과 대결이야. 9유형들이 저항이 가장 적은 방향을 선호하고, 누군가 나서서 선택한 일에 묻어가곤 하는 게 아마 갈등과 대결을 회피하려는 마음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예일 거야. 갈등이 저절로 해결되거나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며 끝까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구민
: 아, 모님! 진짜 저는 싸움이나 그런 복잡한 일이 닥치면요 그냥 스위치가 나가는 것 같아요. 저번에 도서관에서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싸움을 하더라구요. 신기한 건, 싸움이 일어나니까 거의 자동적으로 제 귀가 막히는 느낌인 거예요. 제 몸에는 갈등을 감지하는 장치가 있나 봐요. 감지되는 순간 모든 스위치가 나가요.

모님
: 와, 그 표현 기가 막히다. 하하하. 그래서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일이 벌어지면 9유형들이 잠으로 많이 도피한다고 해. 회의하다 의견이 안 맞아서 언성이 높아지면 바로 팔짱 끼고 눈 감는 사람들? 눈 감으면 바로 코 고는 사람들? 흐흐흐….

구민
: 으아, 진짜요? 부끄럽다. 제가 잠의 왕자잖아요. 복잡할 땐 자는 게 딱인데….

모님
: 복잡할 때는 잠으로 도피하는 게 딱이고, 더 근원적인 내면의 갈등을 보고 싶지 않아서 쓰는 9유형의 방어기제는 잠보다 깊은 혼수상태, 최면상태라고 하지.

구민
: 풉! 혼수상태요? 이거 원래 9유형 설명에 있는 건가요, 절 놀리시는 건가요? 제가 대체로 정신줄을 놓고 있긴 하지만 혼수상태는 너무 심한 표현이신데요…. 그러잖아도 실은 어젯밤에 아버지께 또 한마디 들었어요.

모님
: 저런…. 취업 문제 때문에?

구민
: 네. 열정과 자신감이 넘치는 아버지는 제가 너무 답답하신가 봐요.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일단 아버지 원하시는 대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열심히 안 한다고 속상해 하세요.

모님
: 구민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뭐야?

구민
: 글쎄요…. 그걸 잘 모르겠어요. 사실 웹디자인 쪽이 좀 끌리긴 해요.

모님
: 아, 그래서 작년인가 언제 학원 다니겠다고 하지 않았니?

구민
: 그러려고 했는데요. 제가 그걸 배운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기도 하구요. 그래서 아직….

모님
: 9유형의 근원적인 죄가 뭔지 아니?

구민
: 아까 읽어봤는데 게으름이 더라구요. 그런데 모님, 저 그렇게 게으르진 않아요. 정리도 잘 하고…. 제 방에 한번 와 보세요. 남자방치고 깨끗하다고 하는데….

모님
: 하하하. 그런 의미의 게으름이 아니야. 뭐랄까? 삶 전반에 대한 게으름이지. 누울 수 있는데 왜 앉아? 앉을 수 있는데 왜 서 있지? 하면서 쉽게 살려고만 하는 것? 말하자면 자기 계발에 태만한 자세 같은 것들. '그걸 배운다고 뭐가 달라질까'라고 너 스스로 말하잖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려고 하지도 않고, 남이 이끌어주길 바라고, 밖으로부터 자극이 주어지길 바라지 않니?

구민
: 아버지가 제게 답답해 하시는 그런 얘기들이네요. 저도 이런 제가 싫어요. 모님.

모님
: 결국 9유형들의 게으름은 자신을 하찮게 여기고 시시한 존재로 여기는 '자기 비하'라는 함정에서 오는 걸 거야.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에서 한 달란트 받은 사람과 같지.

구민
: 그런데 모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까 저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저는 '자기 비하'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낮게 생각하는데, 누구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거죠? 저희 아버지처럼 답답해 하시는 거요?

모님
: 에니어그램 여정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 자신의 유형에 붙들려 있는 사람은 주변 사람은 물론 결국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해. 나는 구민이가 모든 사람과 잘 지내고 화합하는 게 참 부러워.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난다. 헌데, 그 빛에만 만족하고 있으면 그 빛이 어느 새 어두움이 되기도 해. 평화에 매인 동기가 '갈등'을 회피하는 것임을 알고 인정하고 순간순간 멈출 때 구민이의 빛이 진실로 아름답게 빛나는 거지. 갈등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온몸으로 받아내고, 때로 나를 깨뜨리고 변화시켜서 얻는 게 진정한 평화일 거야.

구민
: 제가 그런 걸 할 수 있을까요? 저를 깨뜨리고 변화시키는 걸요. 제겐 너무 어려운 일이죠.

모님
: 못하지!^^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9유형이 맛보는 성숙의 열매는 행동인데, 네가 단지 '이제부터 행동하겠다'고 결심하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9유형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마찬가지지. 말하자면 네 평화유지 자동시스템이 지나치게 작동된다고 느낄 때마다 멈추고, 멈추는 그 순간 너를 지으시고, 네 이름을 아시는 그 분의 손을 잡는 거야. 그거면 되는 거야. 참 쉽죠잉?^^ 쉽고도 어려운 길, 그 길을 우리 함께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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