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를 낳자마자 바로 풀타임 일을 시작하면서 양육에 관해서 세웠던 계획이 생각보다 많이 틀어졌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시부모님께는 아이들을 맡기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분명했는데 결국 시부모님 덕에 두 아이를 일곱 살, 네 살 까지 키울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시부모님과 완전히 분가하고 올해 채윤이가 학교를 들어가면서 어찌 어찌 하루하루 버티고 지내왔습니다. 아빠도 없는 상황에서 두 아이 데리고 일 스케쥴 조정하면서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도 이용하면서 지내왔죠.

채윤이가 24개월 때 쯤,  놀이에 빠져 놀기에 '엄마 앞에 가게 가서 시금치 사올께' 했더니 그러라고 했죠. 잠시 시금치 한 단 사오는 사이에 채윤이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울면서, 무서운 나머지 오줌 싸 놓고, 할 줄도 모르면서 전화해보겠다고 전화기 들고 난리치고...
"엄마 엄마 안나(자기를 스스로 그렇게 불렀었음) 깜짝 놀랬어" 하면서 그 날을 잊지 못하던 채윤이 입니다. 그 때문인지 채윤이는 지금까지 집에 혼자 있는 걸 너무 무서워합니다. 최근까지도 현승이랑 같이 있으면서도 현관 앞에 음식 쓰레기 버리는 것도 못 가게 했으니까요.

그랬던 채윤이가 이번 2학기 부터는 일주일에 두 번 학교 특기적성 마치고 집에 와 혼자 열쇠를 열고 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학원 가서 현승이를 찾아주고요, 어느 날은 현관 앞에서 만났는데 현승이 짐을 지가 낑낑대며 다 들고 오대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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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가 혼자 들어오는 날에는 식탁에 편지를 써놓고, 간식을 준비해 놓기도 하고, 무엇보다 채윤이가 제일 좋아하는 돈 천원을 올려 놓지요. 돈 천원을 가지고 가게 가서 50원 짜리 쵸코렛 하나를 사 먹고는 950원을 다시 갖다 올려놓는 아직 개념없는 채윤이.^^

내일 일을 알지 못하고, 당장 이번 학기 끝나고 다음 학기에는 애들을 또 어떻게 오후에 돌리다 퇴근 시간에 맞춰서 만날 것인가가 고민이기도 합니다. 현승이를 내년에는 채윤이 다니는 학교 병설 유치원에 보내려고 접수를 했는데 내일 모레 추첨을 한답니다. 꼭 돼야 하는데요..
이렇게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려니 하루 하루 근근이 살아나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루하루 이렇게 자라주고, 조금씩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해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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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쓴 일기의 맨 마지막 문장 '이제는 집에 혼자 들어오는 게 별로 어렵지가 않다' 이 말이 어찌나 엄마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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