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성경 읽기 진도가 역대상이다. 사람 이름으로 한 장 다 채우는 건 마태복음 1장이 갑인 줄 알았는데, 역대상이 갑 오브 갑이었다. 이름으로 본문 채우기가 9장까지 이어진다. 어릴 때는 눈으로 휙 훑고 지나쳤었다. 하나님의 나와 상관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책에서 '감사의 글'에 따로 모은 이름들처럼 말이다. 내가 관심 있는 건 '본문'이지 저자의 인간관계가 아니다.

어쩐지 이번엔 한 사람, 한 이름을 꼼꼼히 읽게 된다. 기나긴 인생이었을 것이다. 신앙과 불신앙, 사랑과 두려움을 오가며 40년, 60년, 80년을 이 땅에 머물렀을 것이다. 강한 용사이거나, 제사장이거나, 문지기로서 역할을 살며 자기를 구축했을 것이다. 고유한 인격을 지녔을 것이다. 그 인격의 맥락 안에서 선택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 선택이 모여 인생 이야기가 되고, 하나님 나라의 더 큰 이야기에 편입되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얼굴. 

생각해보면, 한 사람이다. 내 마음에 울리는 끝없는 번뇌는 한 사람과 맞닿는다.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는 것도, 삶을 향한 열정을 앗아가는 것도 한 사람의 얼굴이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한 사람의 얼굴이 되고 있다.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누군가의 지금 여기를 한 사람, 한 얼굴로 채워 생기를 앗아가거나, 삶의 기쁨을 불어 넣는다는 것. 한 얼굴, 한 이름이 가진 위력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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