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첫째 주일로 남편은 이우교회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우리는 이우교회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첫 만남, 첫 예배를 함께 드렸습니다. 네 식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떨림과 긴장의 시간을 보냈을 터. 2부 예배에 인사를 드리자 커다란 케잌이 등장했습니다. '기쁜 날 좋은 날 우리에게 목사님을 보내주신 날' 환영의 노래 소리로 긴장이 확 풀리고 말았습니다. 직접 만드신 케잌의 하늘 색 톤이 마음을 밝혀줍니다. 맨 위에 우뚝 선 이우교회, 김종필 목사님 환영합니다, 무엇보다 안경 낀 김종필 목사님 쿠기! 옮겨오는 과정에서 살짝 망가졌는데 손과 머리에 크림 묻은 종필 쿠키를 보니 <토이 스토리>가 떠오릅니다. 상자에 넣어 집으로 옮겨 오는 동안 신나게 눈싸움 한 모양이지요.


뉴스에서 스쳐 지나 듯 본 기사의 어느 교회 이야기. 이우교회의 첫 시작이었답니다. '이우'는 '이삭의 우물'입니다. 우물을 파고 빼앗기고, 우물을 파고 내어주었던 바로 그 이삭의 우물입니다. 이우교회의 이야기는 기나긴, 아픈 한국교회의 이야기입니다. 이우교회를 알게 된 이후에도 한 식구가 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다렸고, 기다려주셨습니다. 우리 가족에게도 이우 교우님들에게도 다시 한 번의 모험과 도전이겠지요. 섣부른 낙관이나 비관은 내려놓습니다. 긴장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오늘의 시간을 투명하게 살아내야 하겠지요. 남편의 섬김이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눈싸움 하는 어린 아이처럼 가볍고 투명하게 말입니다. ​​




환영의 시간에 찍은 사진을 보다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어?...... 아! 5년 전 한영 TNT 공동체를 떠나오던 날입니다. 제 의상이 같군요. 아이들 키는 물론이거니와 귀엽게 하품하던 현승이의 시크한 오늘의 표정(실은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에 어쩔 줄 몰라 다. 당황하신 고갱님 심정입니다)이 세월을 말해줍니다. 채윤이는 위아래 사진에서 다 웃고 있지만 네 사람 중 가장 변화무쌍한 5년을 보냈습니다. 사진을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니 지난 5년을 지우고 TNT로부터 이우 공동체로 바로 날아온 느낌입니다. 그 전 주에 사임 인사를 하고 한 주 지나서 부임 인사하는 느낌. 100주년교회에서의 5년을 잃어버린 5년이라 해야 할까요, 꿈 속 같은 5년이라 해야 할까요.




TNT 떠나오던 날이 기억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 건 아주 복잡한 수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말로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은 그날 제어할 수 없는 눈물로 흘러나오고야 말았지요. 3년 동안 그야말로 함께 울고 웃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떠나오던 날 하루 종일 흘린 눈물은 3년 눈물의 종합판. 열정을 쏟으며 뜨거운 공동체를 체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남편의 마음에는 목회에 대한 회의감의 쌓여갔습니다. 결국 사역지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목회 자체를 그만두는 선택을 했습니다. 사랑하니까 떠나는 거야, 식의 말이 안 되는 말을 TNTer들에게 남겨야 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다른 문이 열리고 바로 양화진 언덕에 전임 목사로 정박하게 됩니다. 어느 집이나 그렇지만 특히 목회자 남편의 진로는 가족의 진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양화진에서의 5년, 제게는 치명적인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상식적인 교회, 목회자에 대한 상식적인 처우에 자꾸 감동하는 나 자신이 유치하고 우습다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명해지는 또 다른 목마름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타 교회 수련회 강의에 가서 한 식구 같은 분위기를 보면 부러워서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대형교회 스크린 예배 속에서 존재를 숨기고 사는 것이 목회자 아내로서 나쁘지 않은 경험이지만 어릴 적부터 경험했고 꿈꿨던 교회는 결국 살을 부대끼는 공동체였으니까요. 정말이지 인간은 얼마나 간사한가요. 사람으로 상처받아 물러나 앉아 홀로 되지만 다시 사람이 그리운 것은 관계로 부름받은 인간의 딜레머입니다. 그분 계획표 속에 있던 치유의 시간이 끝나가는 모양이었습니다. 이것이 교회인가, 매주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 옆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고 예배를 드리고 나오면서 자꾸 묻게 되지요. 이것은 교회인가. 남편을 향한 그분의 시간표 역시 어떤 마침표를 향해갔을 것입니다. 올 여름 교구 수련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비로소 '함께 살을 부대끼는 목양, 목회'의 맛을 보던 순간. 저 역시 그 수련회에 참석하여 함께하는 기쁨을 조금 느껴보았습니다. 그때는 이미 이우교회 부임이 결정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일 이우교회 첫 예배에 100주년 7교구 가족분들이 함께해주셨습니다. 남편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저는 자주 뵙지도 못한 분들이었지만 따뜻한 격려과 힘이 되었습니다. 아, 우리가 마침내 주님 나라에 들어가는 날 TNT 친구들, 7교구 교우들, 이름도 모르는 수천 명의 100주년 교우들과 진정한 한 가족으로 살 것입니다. 그날에는.





목회 자체에 대해서 늘 회의하는 목회자가 목회자들로 인해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교우들을 만났습니다. 남편과 이우교회 교우들입니다. 그만큼 함께 마음을 같이 하는(호모 쑤마돈!) 공동체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는 뜻일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첫 출근하던 날 점심 때 찾아오신 한 연세 드신 집사님의 기도문입니다. 첫만남에 함께 기도하기 위해 써오신 것이라고 합니다. (설교에서 인용하는 것을 허락하셨기에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제 마음 속에서 일렁이던 근심과 두려움이 이 기도문으로 잠재워졌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오늘 이곳에 선 남편의 소명을 일깨우시는 주님의 목소리 같았습니다.


"오늘 지금은 장에 가신 엄마를, 혼자서 집을 지키며 기다리던 아이에게 그 엄마가 돌아온 시간입니다"

남편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균형잡힌 말씀의 젖을 내는 엄마가 될 수 있도록 건강하고 따뜻한 가정을 일궈가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좋은 엄마 되기를 기도합니다. 엄마에게 실망하고 엄마에게 상처받아 많은 눈물 흘리신 분들께 사랑의 엄마 되기를 기도합니다. 엄마의 아내로서 그렇게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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