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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이야기

현뜽, 말들의 풍경

larinari 2009.08.05 18:18

일단 억울하다 싶으면 정면돌파해서 죽자구 덤비는 채윤이.
결국 그 자리에서 따질 거 따지고 사과 받을 거 사과 받고, 사과 받으면 지도 사과 하고 끝내는 채윤이.그런 누나와는 달리 정면돌파보다는 돌려 말하기, 엄한 말 하기로 상대방 입을 한 방에 틀어막는 현승이. 그런 현승이의 요즘 말. 말. 말.

# 1

토요일에 있는 중요한 음악회를 위해서 쇼스타코비치 재즈 모음곡을 연습하고 있는 현승이. 물론 빡세게 연습하는 것도 싫지만 더 못 견디겠는 건 무엇인가?
현악기 특성상 음정을 정확히 내는 게 중요한 부분인데 어느 부분 음정이 그렇게도 되질 않는다. 여러 번 엄마한테 지적도 받았던 터. 연습을 지켜보던 엄마가 암말 없이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썼나보다.
갑자기 활을 밑으로 떨구고 한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흑흑.... 울면서 하시는 말씀.

'엄마! 흑흑... 나 너무 못 하지?'


내가 참 연습하기 싫어서 우는 애들 숱하게 봤어도 음정이 맘에 안 들어서 우는 애는 보다 처음 봄.

# 2

토요일 연주회는 '횡'이라 불리는 독일로 피아노 공부하러 갔던 누나의 연주회다. 거기에 실력도 나이도 안되지만 어찌어찌 곁다리로 곁다리로 끼게 된 것. 예전에는 바이올린 연습이 한 곡에 세 번 정도면 끝났는데 요즘은 엄마가 불렀다 하면 열 번이니... 것두 '일.단, 열 번!'
오늘 아침에는 거의 목이 갈라져가면서 애절하게 하는 말이...

'엄마! 앞으로 나 연습시킬 때 제발 일딴이란 말은 쓰지말아줘. 그냥 뭐 몇 번, 뭐 몇 번 이렇게 말해줘. 일.딴이라는 말이 너무 싫어'


알써. 이 자쉭아!


# 3  

빡센 연습으로 짜증이 이빠이 난 어느 날.
'엄마, 이 연주회 회영이 누나 때문에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렇지' 

'그런데 회영이 누나는 도대체 왜 한국에 온대?'


ㅋㅋㅋ 그르게. 횡이는 독일에 가만히 있지. 왜 한국에 들어와서 현승이를 일케 힘들게 한대?ㅋㅋㅋ


# 4

조금만 엄마가 차겁게 대해도 그거에 대한 보상으로 '엄마, 한 번 안아줘' 하고는 꼬옥 안고 그 상태로 한 30초 쯤을 유지해야 하는 좀 느끼한 녀석. 가끔은 이러고 있다고 벌떡 일어나서 엄마를 잡아 끌면서...
 
'엄마, 우리 침대에 가서 안고 잠깐만 같이 누워있자'
 
이러고요... 너 자꾸 그러다  니네 아빠한테 들키면 듁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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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Comments
  • 프로필사진 영애 2009.08.05 20:57 일단이란 말 정말 어정쩡한 말이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 신뢰할수 없는 말!! ㅋㅋㅋㅋㅋ

    그래도 착하게 저렇게 설거지까지 도와주고
    귀여워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8.06 10:15 일딴이란말 엄마들이 쓰기에는 아주 좋은 말이지.ㅎㅎㅎ

    착하게 설거지 하는 게 아니고..
    누나 성경학교 갔을 때 아침부터 심심하다고 놀자는 거야.
    엄마는 할 일이 많다. 설거지도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한다 했더니 설거지 자기가 할테니까 놀자고 저러고 있는 거.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8.05 21:59 푸하하하.. 같이 누워 있자~ ㅋㅋㅋ
    이거 이건 완전 대박입니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8.06 10:16 쫌 더 대박은요..

    가끔은 침대에서 목을 끌어 안고 누워 있다가 제가 밥을 해야 한다거나 해서 벌떡 일어나면 기겁을 하고는 저를 밀쳐 다시 눕혀놓고 목을 감싸 안으며

    '엄마, 우리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이러는 거요.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털보 2009.08.05 22:44 난 이 집 아이들 얘기를 들으면 왜 우리 딸 어린 시절이 자꾸만 겹쳐지는지...
    어느 해 방학 때 아침에 일어나더니 엉엉 우는 거예요.
    왜 우냐고 했더니 방학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그만 늦게 일어났다고...
    그래서 방학이 그냥 노는 거지 계획은 무슨 계획이야.
    그렇게 계획세워서 지키지 말고 방학 때만이라도 실컷 놀아.
    그랬더니 정말 그날부터 숙제도 안하시고 실컷 놀았다는...
    내가 참 애를 그렇게 키웠는데 어떻게 걔가 제대로 자랐는지 그것도 신기해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8.06 10:19 원래 애들이 그래야 하는 길로 가도록 하신 게 저렇게 잘 자라게 된 밑거름이 분명해요.
    문지 얘기를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하는데요 모두들 놀라거든요. 부모님이 대단하시다고 어떻게 그렇게 키우시냐고... 헌데 잘 생각해보면 그게 정상이고 초딩부터 죽어라고 학원 다니면서 자유라곤 경험해 볼 순간 조차 못 갖는 게 비정상인 것 같아요. 지극히 정상적으로 양육하신 걸 보고 저도 정상적으로 양육해 보려고요.^^

    그러잖아도 저희 딸 어제 일기가 방학계획에 관한 것이었는데요.ㅋㅋㅋ
  • 프로필사진 2009.08.05 23:11 고단수 현승이~
    마지막 말 멘트 아무리 7살이라지만 느무 느끼해요 ㅋㅋㅋ
    그나저나 요즘 이래저래 눈치 보여서 이 말을 잘 못했는데
    여기서 속시원히 해야겠어요. ㅋㅋ

    현승이 속눈썹 진!짜! 기네요!!!!!
    (무슨 임금님 귀 당나귀귀도 아니고 이 말 하려다 몇 번 꾹 참았어요 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8.06 10:20 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큰 웃음.
    그래 속이 시원하니?
    그러고보니 나도 속 시원히 현승이 손눈썹 진짜 길죠?
    이런 말 좀 해보고 싶당.ㅋㅋ
  • 프로필사진 2009.08.05 23:51 ㅋㅋㅋ 근데 우리는 엄마랑 저랑 동생이랑 침대에 누워서 부벼 안는거 디게 좋아해요. 근데 엄마-아빠, 엄마-나, 엄마-동생 요러케만 하고 우리 딸들과 아빠는 물론이요, 저랑 동생은 절대 안하고요 ㅋㅋ
    (아빠는 특별한 날만, 뭐 생일이나...용돈 크게 주실떄?ㅋ)

    거실 지나가다가도 마주치면 잠깐 안아주고 하는데 그래서 울 엄니가 너는 필히 자주 허그를 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혀..
    우리 식구 다 이런데 그 녀석만 멀뚱하믄 안되잖아. 요래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8.06 10:22 윰도 나랑 비슷해서 은근히 좀 뻣뻣한 여자라...
    나중에 꼭 현승이 같은 애를 한 번 낳아봐야해.
    안아준다는 것, 그것에 담긴 큰 사랑과 위로를 알게 되드라. 그걸 아들한테 받아봤다닌깐.ㅋㅋㅋ
  • 프로필사진 hayne 2009.08.06 08:32 푸하하 일.딴. 현승이의 기분 백번 이해가.
    일단다음에 꼭 이단에 나오니깐 그렇지.
    어쨋든 넘 웃긴다. 현승이는 심각한데..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8.06 10:22 생각해보니 어록이 몇 개가 더 있어서 오늘 추가 포스팅 해야겠는데요...

    현뜽이도 나중에는 잉글리쉬로 어록을 기록하도록 해줄런지요.^^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8.06 14:56 추가 포스팅 기대 기대~
    그에 못지 않은 털보의 어록도 있건만 19세금이어서 올릴 수도 없구요. 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8.06 23:07 19금 어록, 기대 기대!!!ㅋㅋㅋ
  • 프로필사진 iami 2009.08.06 09:22 음~ 현승이한테 싱크대 맡기면 물이 좀 튀겠군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8.06 10:23 물도 좀 튀고,
    비눗물도 좀 남고,
    그릇은 약간 엉망진창으로 엎어져 있고요...

    결국 설거지는 현승이 몰래 다시 하게 되어있죠.ㅋㅋ
  • 프로필사진 수기 2009.08.06 11:15 아,,, 현승이ㅋㅋㅋㅋ
    현승이 관찰인데,, 강도사님이 떠오르는 저의 머리ㅍㅎㅎㅎㅎㅎ
    사모님의 글은 깊이도 있지만 너무 재밌어요ㅎㅎㅎ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8.06 23:06 재미 없으면 못 사는 여자가
    의미 없으면 못 사는 남자랑
    한 10년 살았더니 깊이도 쫌 생겼나? ㅎㅎㅎ 막 이래..
  • 프로필사진 BlogIcon 해송 2009.08.07 09:03 신고 어린 아이라고 대~충 넘어 가면 안 될 아이가 현승이....
    앞으로 현승이를 어떻게 대할까/생각을 하고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jp님께서 질투 안 하시나 모르겠네.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8.07 13:47 신고 질투 많이 하시죠.ㅎㅎㅎ
    애들이 가만 보면 다들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가끔 저도 깜짝 놀란다니까요.
  • 프로필사진 2009.08.07 12:18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8.07 13:45 신고 일헌, 괜한 고생을 시켰나보다.
    고생 많았다. 고맙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강언 2009.08.08 14:48 신고 현뜽이의 마지막 대사가 낯 익어서 어디서 나왔는지 곰곰히 생각해 봤어요.
    이제 생각이 났어요.

    홍상수 영화에 주로 나오는 남자들의 멘트죠. "엄마"만 여자 주인공 이름으로 바꾸면 됩니다.

    홍상수와 김현뜽은 전혀 범주가 다른데 멘트는 비슷하네요. ^^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8.10 11:48 그니깐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랍지요.
    그 외에도 현승이가 침과 함께 흘리는 많은 말들이 '엄마'를 '애인'으로 바꾸면 딱인 대사들이 많다니깐요. 그런 걸 보면 질투하시는 JP님은 '그래봐야 다 소용없어. 저 자식 장가가면 당신은 껌이야' 이러죠.^^
  • 프로필사진 뽕!!★ 2009.08.08 22:16 아..
    현승이 내껀데...ㅠ

    요즘 너무 먼 당신이 되버린 현승이네요.
    누나들이 좋ㄷㅏ고 그러고..

    제가 나이 들고 있다는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현승이랍니다.

    마음이 아파요.ㅠ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8.10 11:49 그르게 말이다.
    현승이가 애초에 유나껀데...^^

    그렇게 보내고 또 새 애인을 맞아들이고 하는거야.
    그 놈들 그렇게 물고 빨고 이뻐하면서 키워가지고 유년부 초등부 올려 놔 봐라. 나중에 '선생님 알어?'이러면 '누구세요?' 이런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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