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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혼차, 혼독

larinari 2019.01.19 22:55



# 혼차


"엄마 요즘도 커피 열심히 하시니?"

"어, 차로 갈아타신 것 같은데요. 차를 많이 드세요."

라고 채윤이가 어느 바리스타 님을 만나 얘기 나누었다는데.

사실이다.

낮 하루 지내며 몸과 마음에 쌓인 미세먼지를 저녁마다 차로 씻어내고 있다.

남편은 설교 준비로, 아이들은 주일학교 캠프로(아, 하나는 학생, 하나는 선생님으로 갔다!)

가족을 모두 교회에 바친 토요일엔 심지어 혼차다.


# 혼공


"그만큼 배웠으면 많이 배웠지, 여자가 뭘 더 배운다고!"

엄마의 목소리가 마음의 귀에 늘 쟁쟁함에도, 쟁쟁하기 때문에 참으로 열심히 배우러 다녔다.

더는 배우러 다닐 일이 없겠지 싶었는데,

가장 시간이 없는 때, 100시간 짜리로 뭔가 또 배우러 다닌다.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인데, 가 앉아 있지면 조금 한심하다.

연구소 열어놓고 아직 개소식 계속식도 해야 하고,

써야 할, 쓰고 싶은 글도 쌓여 있고,

만나자 하시는 분도 많은데 일주일 이틀을 오롯이 바쳐야 한다니.

대학 1학년 때 고민했던 페미니즘 담론을 듣고 있을 때는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군가' 싶다.

하도 한심해서 가방 싸들고 나오기도 했다. 

누가 시키지도 요구하지도 않는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제일 한심하고,

혼공의 나날이 외롭기만 하다.


# 혼감(동)


세 번에 한 번은 좋은 강사가 온다.

열 번에 한 번은 어마어마한게 좋은 강사가 온다.

어제 강의는 근래 몇 년 사이 들었던 설교와 강의 통틀어 최고의 배움이었다.

내가 미쳤지, 이걸 왜 한다고, 이러고 앉아 시간을 버리고!

했던 속말들이 쏙 들어갔다.

오직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것으로 100시간 낭비가 아깝지 않군!

책으로 만났던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한채윤 선생의 강의였다.

집에 와 그의 글을 다시 읽었는데, 전에 봤던 그 글이 아니다. 

삶을 듣고 얼굴을 마주하고 다시 글을 읽으니 한 글자 한 글자 살아 움직이는 글이었다.


# 혼독


강의 들으며 언급되는 사람에 꽂히면 바로 알라딘에 검색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덕분에 매일매일 택배지만.

덕분에 매일 저녁이 설렌다.

오늘처럼 오롯이 혼자인 밤이라면 더욱.

소설로 만났던 캐릴 길리건을 성폭 강의 교재에서 만나고,

바로 검색했더니 표지부터 끌리는 신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초록이 얼마나 예쁘고 마음에 드는지.


이 밤아 끝나지 마라.

혼독의 밤아, 끝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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