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과 결혼을 할까 말까, 회사를 그마둘까 말까, 이 일을 할까 말까...
아주 중요한 결정들을 맞닥뜨리면서 삽니다. 매일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건 아닙니다만 사는 게 시들해질 때면 인생이 그렇게 흐물흐물한 게 어딨냐는 듯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럴 때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있을까? 이걸 하는 것일까? 저걸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하며 조언을 구하고 기도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 최소한 내 맘 가는대로 확 선택해버리는 것보다는 좋은 태도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이라고 구하고, 그렇다고 확신하며 선택하는 것이 또 항상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러 번 선택의 기로를 넘으면서 정해진 '하나님의 뜻'이 떡하니 내 앞에 던져지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때마다 수없이 고민하고 아파하고 조급해하다 넘어지곤 했지요. 그렇게 해서 늘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며 살았지만 '내가 수수께끼 같이 숨겨지 하나님의 뜻을 알아맞췄는지, 아니면 못 맞췄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이제껏 해온 선택들을 돌아볼 때 '감사하다' 는 정도의 고백은 정직하게 할 수 있는 듯 합니다. 무엇보다 결혼 이후에는 정말 선택하고 분별하는 일이 우리 부부를 더욱 자라게 하고 서로 사랑하게 했다는 것이 분명하니까요.
후배들이 진로를 고민하거나 이런 저런 선택의 상황에서 '어떤 게 하나님의 뜻일까요?'라고 물으면 저는 답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뜻은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는 말씀을 떠올리며 하나님의 뜻은 네 마음의 '온전한 평안' 아닐까? 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나를 향해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되어라' 라고 말하며 기대하는 부모가 아니라 '너 자신이 되어라.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라.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 라고 말씀하시는 분임을 압니다. 하나님의 가장 큰 관심은 내가 무엇을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언제나 그 하나님 자신으로 인해서 온전히 만족하고, 온전한 샬롬을 누리며 사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정말 어떤 일을 선택할 때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다면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내 안의 거짓 목소리가 아니라 가장 정직한 목소리, 그러니까 단적으로 말하면 내 안의 숨은 동기가 되겠지요. 내 안에 숨은 동기가 무엇인가? 내가 오른편을 선택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왼편으로 가려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이걸 알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작업이 아님을 압니다.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깊은 침묵과 기도를 통해서 내 안에서 말씀하시는 성령님을 듣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건 특별한 분별의 때만 필요한 훈련이 아닙니다. 매일은 선택의 연속이니까요.
<분별의 기술>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 그 자체일런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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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2009.06.18 13:39
울 딸 이야기로 포스팅 하고 났더니 여기도 새로운 포스팅이 올라왔네요.
이미 어느 정도 중반의 길로 접어든 이 나이에도 선택의 기로에 서서
답을 구하고, 기도하고, 침묵해야 할 일들이 있는 걸 보면
인생 자체가 수많은 선택들로 이루어진 길이 아닌가 싶어요.
오늘의 탁월한 선택은 자전거 벙개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님~^^ -
선생님 포스팅 오늘 완전 ㅠ
기다림의 시간 동안 품어야 할 기도와 마음이 어때야 하는지 알게 되네용^^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에 왜 이렇게 저 구절이 와닿을까요 ㅎㅎ~~
그런데 쌤....
분별의 기술 너머 보이는 X리스타 따라잡기 ㅎㅎㅎ
이제 35권만 읽으시면 되는거에요?ㅎㅎㅎ -
hs 2009.06.19 08:29
예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늘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때 목사님의 말씀이 어떤 결정을 할때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면 마음에 평안이 주어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씀을 듣고 나의 마음에 평안이 있나?하며 기도를 하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지금도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지나고 나서 생각이 드는 것은
"그래,이런 일도 내가 겪어야 될 일이니까 겪게 하셨을 꺼야."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요. -
yoom 2009.06.19 10:14
4월초에 큰 선택에 기로에 있었던 한 사람으로,,,
뭐 거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과 맞먹는 신중함으로 임했지만
진짜 이게 맞다 아니다는 없는것 같아요.
감사하다 정도에..완전 공감이 가요^^
에니어그램 감을 잃어가는거 같아 벼르고 있었던 에니어그램의 지혜 책 샀어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이라 읽기가 어렵지는 않지만
여기서 진짜 강의를 함 해주셔야 에니어그램으로 얘기 할 칭구가 생길 듯 ㅋㅋ-
나 문자받고 순간 놀랬다가 혼자 눈물 찍어냈어.ㅜㅜ
어젯밤에 문득 윰에게 기회라는 생각이 들더라.
가까이에 누가 있든 없든, 반드시 혼자만의 고독의 시간을 통해서 진실한 나를 만나고 하나님을 만날 시간이 필요하거든. 그 곳에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읽으면서 너의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걸 되든 안되든 일기장에 정리해 놓는 과정이 쌓이다보면 이런 저런 깊이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될거야. 꼭 부탁! 굳이 의식성찰이 아니더라도 꼭 써라! 뭐든 써!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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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갱 2009.06.19 13:52
사모님..
지금의 저의 마음에 참 많은 위로가 되는 글이에요..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이 어떤 건지 그 당시엔 정말 헷갈리지만..
지나와서 생각해볼때
"가장 최선의 길"로 인도해주셨다는 걸 확신하고 또 확신할 수 있죠...
흠..전..지금..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
영애 2009.06.19 23:50
하루에도 수십번 그만둬?? 이런 생각을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 안하도록 노력하고
감사함으로 일하려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실제로 옮기지도 못하면
제 스스로 만족감만 떨어지는 것 같아요...ㅠㅠ
지금의 길이 최선의 길임을 믿고 내일도 홧팅할께요!!
선생님도 홧팅!!
위의 민경언니도 홧팅!!^^ㅋㅋㅋ -
뮨진짱 2009.06.20 15:18
"하나님의 뜻은 어떻게 알죠?"이런 질문에 정석같은 대답을 듣는 것보다
사모님의 글이 저에게 공감을 만들어주네요^-^
더 깊은 묵상에 애쓸게요!! -
신의피리 2009.06.22 10:56
누가 사역자인지 몰겠네..
얘네들이 왜 다 여기와서 그러나...^^;;;
하긴 larinari 묵상의 출처의 반은 내 꺼니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