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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SS 영혼의 친구

황혼의 친구

larinari 2010.02.04 13:48

photo by forest님



황혼의 어머님과 하루 데이트를 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어머니랑 하루를 온전히 함께 해드려야지 하고 있었다.



우리 어머님들이 고생없이 살아오신 분 많지 않을테지만....
사실 결혼 전에 세상에 우리 엄마처럼 고생하신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그런게 아니었다. 시어머님을 알면 알수록 '고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는 삶을 살아오셨던 것이다. 그런 삶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감내해 오시느라 몸과 마음이 너무 많이 망가신 것 같다.
늘 호소하시는 건 두통이지만 나는 확신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두통이 아니라 메말라 갈라진 마음이시라는걸. 물론 수 년 동안 두통을 잘 본다는 병원이란 병원, 한의원이란 한의원, 검사란 검사, 건강보조식품 내지는 의료기 까지 두루 섭렵하셨고, 그 때마다 늘 동행해 드리면서 얻은 결론이다.



얼마 전 에니어그램 연수를 보내 드리고, 두어 권 책을 사다 드렸다. 그러고 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신데 늘 하루에 30분 씩 통화하는 것으론 아쉬움 그 자체. '어머니, 수요일날 시간 비워 두세요. 저랑 데이트예요. 제가 드라이브도 시켜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드릴 거예요' 하고 전격 통고.
수요일에 뫼시러 가서는 '어디 가시고 싶으세요?' 했더니 '거기 있잖냐. 양수리에 우리 그전에 갔던 연꽃 있고, 그 옆에 멋있는데...'  눼에, 정기사 두물머리로 갑니다~~~








그리고 나서 커피는 봉쥬르카페에서....
대추차와 커피를 사이에 두고 기나긴 얘기를 풀었다. 뭐, 딱히 주제가 있는 건 아니다. 일정 정도 내 맘에서는 치료적 상담의 저의가 없지 않았지만 아주 편한 수다와 수다를 풀어놨다. 얼마 전 현승이가 '엄마, 고부간의 갈등이 뭐야? 하고 물어온 적이 있었는데 고부간스럽지 않은 대화라고나 할까?








아주 오래 전 이런 저런 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미리 계획한 것이 없었는데 돌아보니 내적여정의 먼길을 떠나온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을수록 이 길은 내게 은총의 길이었다.
이 은총의 길을 어느 새 나는 아프고 외로운 60평생의 삶을 살을 살아오신 어머님께 조금 씩 나눠드리고 있다. 이것 역시 예상에 없던 일이다. 나는 오랫동안 어머니의 상처로부터 나오는 부정적인 기운으로 힘들었고, 요즘도 가끔 그렇다. 그럴 때마다 원망도 하고, 불평도 하고 비난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러해야 하듯이 '어머니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는 말자'는 소극적 태도였다.



어머니 편에서는 세상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얘기를 할 수 있고, 가장 힘들 때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채윤이 에미인 것이다. 기분좋을 정도의 무게로 책임감을 느낀다. 아니 가끔 엄청난 책임감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나는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사랑하기를 포기하지만 않으면 그나마 어머니를 궁극적으로 책임지실 그 분이 하실 일임을 안다. 



맨 위의 사진은 '해질녘의 두물머리'라는 이름으로 forest님이 찍으신 것이다. 저 사진의 나무처럼 황혼의 어머니의 마음은 메마른 가지를 앙상히 드러내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잉잉 울고 계시는 듯하다.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사람이 친구가 되어드려야 하지 않겠나.


뱀의 발)
지난 번 아버님 생신상 이후로 포스팅이 본의 아니게 어두워~워워워~   한데다가,
바로 기도하러 떠나는 등 잠수타는 분위기가 돼서 그게 시어머님 때문이었나 걱정하신 분들 계신가효? ㅎㅎㅎ 그렇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기도하러 떠난 건 예전부터 계획된 것이었고요.
그럼에도 걱정해주시는 말씀만 들어도 그게 사랑인 줄 알아 마음에 감동과 위로가 되었답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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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 프로필사진 hs 2010.02.04 21:26 아주 귀한 시간을 가지셨군요.
    시어머님과 며느리 사이에도 하기에 따라서 친해질 수가 있죠?
    아무래도 친정 엄마와의 사이 같지는 못 할지라도....
    두분의 모습을 보는 마음이 흐믓해집니다. ^*^

    봉쥬르~~!
    지난 번에 우리 초장 나들이 때 들러서 왔었는데 어찌나 사람이 많든지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기찻길도 있고 분위기가 아주 좋았었지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2.05 10:39 신고 요즘은 친정엄마보다 통화를 더 많이 한다는...^^

    그러게요.
    십년 전에 남편이랑 데이트 할 때 다니던 곳인데...
    점점 그 때 그 느낌이 아니더라구요.
    다행히 저는 평일이었고 점심시간 지나서 갔더니 그나마 좀 낫더라구요.
  • 프로필사진 거바라 2010.02.05 00:26 감동이네요~
    두물머리 사진이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2.05 10:40 신고 늦게까지 안 자고 고생이 많으시네요.
    애들 자면 빨리 빨리 주무세요.ㅋㅋ
  • 프로필사진 mary 2010.02.05 14:02 나두 감동이네요, 두물머리 사진이^^.
    어쩐일로 저런 사진을 건졌을까?? 했거든.
    나두 묻고 싶네, 고부간의 갈등이 무어냐고.
    저 머리 쨟은 사진보니까 상큼발랄, 어려보인다.
    몇해전 사진이긴 하겠지만..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2.05 19:54 신고 저 위에 '거바라'님은 사진이 볼수록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고 기가 막힌 사진이라네요.

    저 사진은 아마 현승이 낳던 해 사진이예요. 참 한 해 한 해 달라요.ㅠㅠㅠㅠㅠ
  • 프로필사진 BlogIcon *yoom* 2010.02.05 15:06 신고 ㅋㄷㅋㄷ 저희 엄마도 정기사 이십니다아...
    모님 사진 네개중에 상좌(?)쪽에 사진이 제일 최근 인가욤?
    근데 저 이번에 빠마하고 온거 하길 잘한거 같아용
    대만족 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2.05 19:55 신고 상좌 쪽은 4년 전입뉘다~

    이번에 와서 잘못하고 간 건 떡볶이 안 먹고 간 것 밖에 없어.ㅋㅋㅋ
  • 프로필사진 iami 2010.02.05 17:15 시모님과의 넉 장 사진은 두 분이 외견상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군요.^^
    자세히 보니까 JP가 모친을 닮았네요.

    어른들은 잘 들어 드리기민 해도 좋아라 하시는데,
    적극적인 경청과 미러링(중간에 요약 질문하는 거라고나 할까요)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거 같아요.

    근데, 기도 다녀오신 후 키가 조금 자란 거 같은 느낌이 드네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2.05 19:53 신고 아~ 요즘 조금 더 높은 힐을 신고다녀서요.(좀 춥죠?ㅋ)

    그니깐요. 저희 아버님이 소시 적 진짜 훈남이신데 JP님의 외모엔 어머님 유전자만 집중적으로 몰렸다니깐요.
    그래서 챈이까지 할머니를 닮았어요.ㅠㅠㅠㅠㅠㅠ

    어머님이랑 다니면 '친정엄마신가부다?'하는 얘기 많이 듣는데 대체로 기분 나쁘거든요. 근데 iami님 말씀은 듣기가 좋으네요.ㅎㅎㅎ
  • 프로필사진 호호맘 2010.02.10 21:39 이곳에와서 시어머님과의 글이 올라오면 전 항상 부러워여~
    저도 지난주에 간만에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백화점 쇼핑을 같이 다녀왔는데...
    막판에 좀 깨는 말씀에 빈정 팍!! 상해서 집에오고...
    남편한테 이야기하고 당신 엄마는 이래!! 라며 한방날렸는데...
    흐흐... 저도 10년이 넘으면 이렇게 편안하게 글을 올릴 수 있을까요?
    이번주가 걱정이네요.
    우리호야 이번주에 대표기도라는데 예배 참석못할까봐 걱정이네요.
    남편을 꼬시고 있어요. 같이 2부예배가자구...
    9시에 아침먹고 같이 빨리 치우고 새배하구 11시예배 참석하자구여.
    흠... 남편한테 11시예배에 부모님 모시고 가자고 할까요?
    그럼 같이 가실까요?
    흠... 뭐가 좋은건지 모르겠어요.
    같이 예배드리고 나의 시간을 뺏기는게 좋은건지
    지금처럼 그냥 일주일에 한번 나의 편안한 시간을 갖는게 좋은건지...
    부모님을 하나님앞에 모시고 나가고는 싶은데
    아직까지는 좀 두렵네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2.12 16:05 신고 명절이 코 앞이구나.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 그런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 속에서 시부모님을 전도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안고 있으니 두 배로 힘들겠다.

    일단은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을 즐기려는 마음도 필요한 것 같아. 교회 한 번 나오시고 안 나오시는 것보다 두 분과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돼서 호호맘이 행복해지는 것이 먼저 같아. 평안한 명절 되기를 기도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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