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로.하.신. 부모님.
연로하신 부모님은 더 이상 우리와 대등한 입장으로 '관계'를 맺으실 수 없다.
는 것이 요즘 생각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은 우리와 대등한 입장에서 갈등을 하고 파워게임을 하셔야 하는 분들이 아니라 가급적 전혀 다른 차원의 대접 받으셔야 할 분이라는 것.
물론 혼자 깨닫게 된 것은 아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향해 가장 극진하게 섬기는 어떤 분들을 가까이서 뵈면서 배운 것이다.
친정 엄마는 물론이고, 시부모님을 향해서도 이제는 '연로하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드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니, 처음부터 '연로하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드렸다면 오히려 좀 더 쉬운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암튼, 시부모님께서 요구하시지도 않는데 하루 어딜 다녀오시자고 졸랐다.
8월에 남편이나 나나 노는 날이 많은데 부모님 모시고 어딜 다녀와야 맘이 편할 것 같았다.
'저희 금요일에 시간 있는데 어디 가시고 싶으신데 있으면 같이 가세요. 어머니' 했는데,
휴가철에 어머님은 어디 움직이고 싶어하질 않으셨다.
헌데, 가뜩이나 이래저래 바쁜 아들과 며느리. 정작 당신들이 마음이 동하고 여건이 허락할 때 시간이 없다 하면 또 섭섭해 하실 가능성이 많기에....마구 졸랐다.
'어머니! 금요일에 어디든 가요. 사람들 없는 데로 가면 되잖아요. 어머니 가요' 하고는 매일 매일 전화해서 졸랐다. 못 이기시는 척, 예전에 같은 교회 계시던 목사님께서 목회하시는 충청도 괴산의 골짜기로 가자 하셨다.
기꺼이, 자발적으로, 주도적으로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은 얼마나 새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인지....
어머니는 고기만 사시고 나머지 모든 준비는 내가 맡아서 하고는 아침 일찍 괴산으로 출발했다.
기다리고 계시는 목사님과 합류하여 이름 모를 계곡에 자리를 잡았다.

도착하자마자 채윤과 현뜽은 아빠를 끌고 물에 들어가 놀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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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아버지 없이 자란 나는 저렇게 아빠가 아이들과 놀고 있는 장면만 봐도
마음이 충만함으로 일렁인다. 내가 아이들에게 뭘 더 해주지 않아도 저렇게 젊고 건강한
아빠가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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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매일 매일 엄마의 잔소리에 지친 우리 채윤이.
맘껏 놀아라!  맘껏 자유로움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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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의 그림은 엄마와 딸의 그림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아빠는 오늘 아들을 재우면서 그랬다. '현승아! 아빠는 튼튼하고 운동을 잘 하는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아빠는 농구도 잘 하고 축구도 잘 하잖아'
그러니까 현승이가 '만약에 농구랑 축구를 못하면?' 했다.
아빠가 주저주저 하면서 '음....농구랑 축구를 못하는 아들은....음.....쫌...그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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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랑 목사님과 사모님.
딱 농촌 목회가 어울리시는 사모님과 목사님이신데 도회지 목회를 몇 년 하시면서 많이 힘들어
하셨던 것 같다. 애들처럼 물에 뛰어들어 노시는데 애들보다 더 해맑은 웃음이셨다.
어머님이 자식들을 데리고 어머님 아시는 누군가를 만나셨을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신 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됐다는데 며느리가 자꾸 오자구해서.....'하시면서ㅎㅎㅎ
그렇게 우리 어머니는 아이같은 '연로하신 어머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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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아! 엄마 잠자리 잡았어" 하는데도...
완전 외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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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물에 흠뻑 젖지 않고 바윗돌에 앉아 책이나 보고 사진이나 찍는 엄마.
엄마의 물장난에 엄마를 확 젖게 할려고 두 손 가득 물에 담았다가...
"엄마! 옷 또 있어? 없어?" 하고는 이내 엄마를 포기하는 채윤이 현승이가 엄마를 위해
잠깐 물 밖으로 나와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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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주.
손주가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시면서 항상 저렇게 안전을 위한 끈 하나만 잡고 손주의
등 뒤를 지켜주시는 할아버지의 사랑.
오매불망 할아버지가 원하시는 건 현승이.
감기 걸린 현승이가 어떻게 좀 나았는지,
현승이가  오늘 할아버지 집에서 잘 것인지 말 것인지.....
저 할아버지를 향해서 엄마는 요즘 '아버님'이 아니라 '아버지'가 자꾸 튀어나오는 건 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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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충분히 놀았다고 느껴지는 시점에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
그리고 정신없이 쏟아지는 소낙비.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딘가로 다 피하고 그 맑던 계곡물이 점점 흐려지고 흙투성이가 되어갔다.

밑에 사진은 불경죄!
비를 피하면서 아이들이 놀던 보트를 뒤집어 쓰고 계신 어머니와 사모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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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완전, 죄송임돠!!! ㅎㅎㅎㅎ
  1. BlogIcon forest 2007.08.04 16:39

    어머님 사진 자연스럽게 잘 나왔는데요... 뭘...^^

    정말 부지런 하시네요. 어제 다녀온 것 같은데 어젯밤에 다 정리해서 글도 뚝딱 뚝딱 해서 올리시고^^
    잘 하셨네요. 휴가의 십일조.^^
    부모님이랑 같이 한번이라도 살았던 사람들은 언제나 뭘 하든지 항상 부모님이 생각이 나요.
    먼저 챙겨드리고 나서 우리 일을 봐야 맘이 편하잖아요.

    근데 사진이 좋아지셨어요.
    아무래도 실력이 부쩍 부쩍 느시는 것 같은데요...^^

    • BlogIcon larinari 2007.08.04 16:44 신고

      매일 들락거리는 곳이 있거든요.
      그 곳 사진들이 기술도 기술이지만 마음을 찍는 렌즈를 갖고 계신 분이라서요.
      보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늘지도 몰라요.ㅎㅎㅎ

      아~ 사진공부, 마음공부하러 또 숲에 가야게따.

  2. 신의피리 2007.08.04 17:56

    '젊고 건강한 아빠' ..
    쬐끔 찔리네. 건강에서..

    글구, 핑크색 보이는 사진 올릴 줄 알았는데, 다행이구먼.

  3. BlogIcon forest 2007.08.08 09:50

    오늘처럼 비내리는 날에 오랜만에 집에 계시져? 라고 쓰려고 보니까...
    수련회 가셨네요^^

    저는 지난주 토욜에도 비 홀딱 맞고 거래처에 들어갔는데 옷에서 김이 솔솔 낫어요.
    그날은 지하철로 갔었거든요.
    그런데 오늘도 비 홀딱 맞고 또 갈 곳이 생겼답니다.ㅜ.ㅜ
    히히... 저도 비맞고 다닌다고 말하려고 들어왔어요^^

    • BlogIcon larinari 2007.08.08 18:22 신고

      아~ 뭔 말인지 알겠다.ㅎㅎㅎ

      마음이 딱 느껴져요.
      ^------------^

  4. 신의피리 2007.08.11 15:28

    며느리, 수고했다. 지혜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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