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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이야기

힐링캠프_母子편

larinari 2013.12.21 19:14


 


엄마와 단둘이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는 현승이의 수다봉인이 풀립니다. 질문도 많고, 질문에 대한 대답도 무한 길고.... 오늘 생각해보니, 이게 현승이의 배려심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집에서 엄마는 집안일을 하거나, 원고를 쓰거나, 그래도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으려고 하니까 맘 편히 수다요청을 못하는 것 같아요. 아주 오랜만에 둘이 김포에 가느라 자동차 데이트를 하게 되어 힐링캠프 따위는 울고 갈 딥토킹을 하게 되었지요. 솔까말, 현승이와의 대화는 웬만한 어른들과의 대화보다 나을 때가 있습니다.




(무겁지 않은 질문으로 대화를 여는 상담자인지 내담자인지 모르겠는 현승이)


현승 : 엄마, 내가 빌라에 사는 건 여기가 처음이지? 나는 아파트에만 살았잖아. 엄마는 빌라에서 사는 게 어때?


엄마 : 뭐가 어때?


현승 : 아파트랑 살 때하고 어떠냐고. 좋다, 싫다 뭐 이런 거. 여기서 살아서 좋은 점이 뭐야? 망원시장?


엄마 : 망원시장은 좋은데 멀지. 명일시장이 짱이었어. 코앞이었잖아.

현승 : 아파트는 뭔가 좀 독특한 거 같애. 음... 그 안에 놀이터가 있고, 그 아파트 아이들이 놀고.... 그런 것 같지 않아? 하여튼 아파트는 뭔가 좀 다른 느낌이 있어. 그런데 내가 빌라에 익숙해졌어. 이런 동네에 살고, 또 여기서 노는 것도 좀 익숙해진 것 같애.

(잠시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다)

현승 : 엄마, 그런데 내 친구 **이 있잖아. 엄마 아빠가 아예 없는 건 아니래. 엄마는 미국으로 가서 어딨는지 모르지만 아빠는 중국에 있어서 가끔 보기도 한대
.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랑 사는 거야.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이는 불쌍해도 너무 불쌍해. 엄마 아빠를 아예 보지도 못하고 사는데....

(
친구 **이는 현승이가 3학년 때부터 관심을 가지던 친구. 할머니와 살아서 준비물도 못 챙겨와 늘 혼나는 아이. 생일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엄마가 생일잔치 해주면 안 되겠냐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현승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이 친구에게 더 차겁게 대하고 심지어 놀리기까지 해서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지요. 불쌍한데 자꾸 선생님 말씀을 안 듣고, 그래서 혼나고, 친구들한테도 놀림받을 짓을 자꾸 해서 더 놀림받고.... 이런 걸 보면서 답답해하고 속상해 했지요. ㅠㅠ)

엄마 : 그렇지. 그건 너무 슬픈 일이지
. 나이가 어리니까 더 슬프고 가엾은 것 같애.

현승 : 나는
김포 가서 하루 잘 때도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은데.

엄마 : 그러게, 너무 보고 싶지만 하루 자고 다음 날 집에 가면 엄마가 있지만 자고 일어나도, 아침이 돼도 여전히 엄마를 볼 수 없는 건 상상도 못하게 슬픈 일일거야. 그리고 어린 아이들은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고 그냥 자라는 거야.


현승 : 아, 엄마가 겪어봐서 아는구나.(외할아버지 추도식 시즌이니까^^)


엄마 : 엄마가? 아.... 그러게. 그러니까 엄마는 중학생이었으니까 조금 더 알았지만 더 어렸던 삼촌이 엄마보다 더 깊이 슬펐을 거라는 생각을 요즘 해.


현승 : 그래? 그러면 외할아버지 추도식 때 삼촌은 울지도 않고 히~ 웃고 그래도 마음으론 더 슬픈 거야?


엄마 : ㅎㅎㅎ 지금은 돌아가신지 오래 됐으니까 울만큼 슬프진 않아. 마음 속 깊은 곳에 슬픔이 남아 있을거라는 얘기야. 사실 엄마처럼 울거나 표현하면 오히려 괜찮아. 어린 아이들은 자기가 슬픈 줄도 모르고, 그걸 모르니까 표현도 못하지.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말이야.... 현승이가 울지 않았잖.....


현승 : 아니야. 엄마. 그만해. 그 얘긴....
. 하지마.

엄마 : 엄마는 이 얘기 언젠가 꼭 하고 싶었는데.


현승 : 아니 그게 아니고 나는 할 얘기가 없다고.

엄마 :(얘기 하지 말라면서도 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느껴져서 밀어부치기로 한다.) 현승이가 할아버지 많이 좋아했고, 할아버지 돌아가시는 게 슬펐지만 울지 않았잖아...
그래서 실은 엄마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 현승이가 우리 식구 중에 할아버지를 제일 좋아했는데 너무 슬퍼서 울지도 못한 것 같아서.


현승 : 그땐 내가 지금보다 더 어렸어. 누나는 울었잖아.


엄마 : 그러게. 어리기도 했고, 현승이는 사람들 있는데서 현승이 느낌을 보여주는 게 불편하지?


현승 : 응. 엄마 그런데.............. 나 사실은 그때 울었어. 장례식 때 밤에 잘 때 혼자 울었어.


엄마 : ...........................


현승 :
범식이 형아랑  누나들이랑 덕소 가서 잤잖아. 그때 혼자 훌쩍훌쩍 울었어.

엄마 : (이때부터 엄마 목소리는 갈라지기 시작 ㅠㅠ) 그랬구나. 엄마는 현승이가 너무 슬픈데 울지도 못해서 그게 아직까지도 마음이 아파.


현승 : ............................


엄마 : 그런데 엄마가 현승이 마음 이해 돼. 슬픈 게 힘들어서 아예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엄마도 어릴 적에 그랬던 것 같애. 그러다 보면 내가 슬픈지도 모르게 되거든. 그렇다고 슬픈 마음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현승 : ................................ 그렇구나. 내가 할아버지 생각 일부러 안 했던 건 더 슬퍼질까봐 그런 거였구나. 맞아. 그런 것 같아.  

 

사실 현승이는 누구보다 할아버지와 깊은 애착관계였는데 할아버지 투병하시던 시간, 임종시에, 장례식에서, 그 이후에도 거의 감정표현을 하지 않았습니다. 누나가 '넌 왜 울지도 않니?' 이런 식의 얘기를 꺼내거나 그 비슷한 얘기만 나와도 과하게 화를 내곤 했습니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라서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오늘 생각지 못한 기회에 이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현승이 스스로 '내가 슬픔을 보기 싫어서 회피했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자신의 정직한 감정을 인정하기 싫어서 끝까지 방어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완고한 나 자신이 이를 악물고 방어할 때 누군가를 참 힘들게 할 것입니다. '그렇구나. 맞아. 내가 그런 것 같아.'라며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이 말랑한 영혼이 라니... 참 사랑스럽군요. 훨씬 더 길고 깨알같았던 대화를 대화를 다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현승이에게는 물론이고 엄마에게도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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