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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100시간의 인내

larinari 2019.03.01 20:43



"바쁘시죠?"

라는 인사 참 듣기 거북한데

안녕하세요?

라는 말 대신 듣는 인사가 되었다.

"바쁘다기보다는....... 미주알고주알 메추리알 타조알......."

설명하고 싶은데 다들 바빠서 길게 설명할 시간은 없으니

늘 조금 억울한 느낌으로

"아, 네...... 그렇죠. 뭐"

라고 얼버무릴 뿐.


바쁘냐고 묻는 말에는 여러 뜻이 있지만, 

우리 한 번 놀아야지, 

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

직장 다니는 사람이, 월화수목금 출근하는 사람이 아무 시간이나 약속 잡을 수 없는 정도.

그 정도로만 바쁘다.

그 정도가 바쁜 거라면, 내가 바쁜 게 맞다.


여유가 없다, 빡빡하다,

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강의, 음악치료, 상담,

이 없는 시간엔 읽어야 할 것, 써야 할 것들이 번호표 뽑고 기다리고 있다.

 

바쁘진 않지만 여유는 없는 시간에서 100시간을 뺐다.

1, 2월 내내 일주일에 이틀, 10시부터 5시까지 앉아 강의를 들었다.

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이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이후에는 없었던 스케쥴이었고.

강의에서 듣는 사례를 마주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강사나 같이 듣는 사람들의 태도가 견딜 수 없는 순간도 있었다.

30년 전 고민했던 여성주의 담론을 새로운 얘기처럼 들어야 하는 것도 고역.


성폭력 전문상담원 자격증이 꼭 필요하냐고들 묻는다.

꼭 필요하진 않다.

그래도 왠지 해야 할 것 같았다.

첫날부터 후회했다.

내가 왜? 미쳤지! 이걸 2월 말까지? 죽었다!

결국 100시간 잘 버텨냈다. 

누가 등떠밀었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이다.

하고 싶어서 한 것이기에 버틸 수 있었다.


목회자·성폭력·생존자·글쓰기·자조모임이 곧 다시 시작이다.

100시간의 인내는 이 모임을 위한 씨 뿌림이다.

100시간 공들인 나만의 목욕재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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