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소망을 가지고 이 땅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2011년 부활절에 부활의 소망이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이제 마음을 추스려봅니다.


시아버님, 아니 그냥 아버님. 우리 아버님께서 지난 주에 암선고를 받으셨습니다.
일흔을 넘기신 연세에 누구보다 건강하시고, 허리도 꼿꼿하시고, 동안이시고, 잘생기신 아버님이 말이죠.
몇 년 전 까지도 다 큰 현승이가 걷다가 힘들어하면 바로 업어주시고,
옆에서 질투하는 채윤이까지도 업어주시던 아버님이셨습니다.


사랑하던 또 한 사람이 죽음의 자리 가까이 갔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별다른 특별한 말도 못하고 이별의 인사를 하고 왔습니다.


이런 일들로 고난주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 이후로 울며불며 보낸 시간 어떻게 갔는 지 모르겠습니다.


부활의 신앙에 대해서 뼈아프게 생각하고 느껴봅니다.
믿는 모든 사람들이 부활을 소망한다는데 우리는 부활은 확신하지만 부활 전의 필수 코스인 죽음은
그냥 넘어갔으면 싶고, 내게는 없었으면 싶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패스였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은 너무 슬프고 두려운 일이라 우리 삶에서 지웠으면 좋겠는,
입에도 담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그래서 정말 하나님이 우리 기도를 들으신다면 죽음은 되도록 먼훗날에, 아니면 아예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제거해주시길 바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보다 죽음이 아주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 우리는 늘 죽음으로 한 발짝 씩 다가가는 삶을 삽니다.
직장을 잃을까 두렵고, 아이가 잘못 클까봐 두렵고, 사람들에게 거절당할까 두렵고, 몸에 병이 생길까
두려운,,,, 우리의 크고 작은 두려움들은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두려움과 맞닿아 있는 지 모릅니다.
죽음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다는 건 천국이 그렇게 가까이 있다는 뜻도 됩니다.
또 지금 여기서 천국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함, 실패, 고통을 피하고 외면하고 '긍정'으로 덮으려는 노력으로
죽음의 그림자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천국을 꿈꾼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2011년 부활절에 부활의 영광을 꿈꾸고 붙들기 전.
피조물인 나 자신의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며 무릎을 꿇습니다.
죽음이 이미 삶 안에 들어와 있듯 내 삶의 빛과 그림자를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천국도 이미
지금 여기에 있음을 믿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기도의 나눔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버님이 부활의 소망을 붙드시길 기도해 주세요.
부활의 소망을 붙드시기 위해서 우리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이 내 뜻대로 내가 선택해서 살아온 것
같지만 실은 내가 주인이 아니었음을 알고 고백하며.
피조물된 우리 자신을 인정하고 그 분께 온전히 내어맡기는 믿음을 가지시길 기도해 주세요.
아버님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장 약하고, 무력하고, 실패같아 보이는 십자가를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일 때
진실한 부활의 영광을 붙들 수 있음을 알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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