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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날개 7번, 책임감을 내려놓다 본문

정신실의 내적여정

6번 날개 7번, 책임감을 내려놓다

larinari 2008. 3. 2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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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문턱에 들어서 에니어그램을 만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내적여정 2단계 연수를 마치고 된통 마음을 한 번 앓고나서 흐릿했던 것들이 많이 명료해졌습니다. 1단계 연수에서 얻은 새로운 통찰들이 마냥 좋았고 뭔가 멋진 도구를 손에 쥐게 될 것 같아 부풀기만 했었습니다. 2단계 연수 내내 나와 같다고 규정되는 7번 유형 사람에 대한 거부감에 힘들었습니다. 


예, 저 7유형입니다. ㅠㅠ


7번 유형의 자아이미지는 '나는 행복하고 멋지다' 입니다. 긍정적인 특성이라고 한다면 쾌활하고 명랑하며 낙천적이고, 아이처럼 호기심이 많고 천진난만. 기발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에다가 이상주의자로 사심없고 자발적이고 활동적이라죠.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맞습니다. 맞고요.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특징은 결국 7번의 집착이 되기도 하죠.
모든 일을 결정하는 기준이 '쾌락'과 '재미'니까요. 지루한 것은 견디지를 못하죠. 한 가지 일이나 한 사람에게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이 어렵고요. 부풀린 긍정주의 낙천주의로 피상적인 삶을 산다는데 맞아요. 고통에 직면하는 것 너무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오토메틱이예요. 그러면서 저는 한 때 이걸 믿음이라고 생각했다죠. 자신에 대한 과장된 견해를 가지고 자기도취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거 이거 '자아팽창' 이라는 거죠. 다 내가 한 일 같고, 다 나 때문에 좋아진 것 같고, 내가 빠지면 모임이고 찬양이고 뭐고 다 안될 것 같다는 이 자아도취 말예요.

고통, 인생의 슬픔 이런 것들은 악덕으로 여겨서 멀리하고, 회피하고 십자가를 피해서 곧장 부활로 달려가고 싶어한답니다. 고통, 아주 조금만 와도 직면하기기 어려워서 죽을 것 같다고 과장해 버립니다. 마구 극단적으로 과장해 버려서 고통의 실체를 보지 않는 거예요. 분위기는 다 띄워 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치고 빠지는 야비함이란....제가 이런 사람이라니까요.

7번의 어린시절은 유복하과 행복한 환경이 갑자기 깨졌거나 큰 정신적인 충격을 겼을 사람들이 많다네요. 아마도 사춘기가 막 시작하던 시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경험이 제게는 큰 치명적인 충격이었겠죠.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은 하늘과 땅처럼 다른 삶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아버지 한 사람 돌아가셨는데 우리를 대하는 교인들, 친척들의 태도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변했다는 건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건강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험이었어요.

7번유형이 맺어야 할 성령의 열매는 '건전한 기쁨'이라죠. 저같은 7번들은 '나는 참 기쁘다'라고 생각하는 날이 많고, '내가 매일 기쁘게 순례의 길 행함은...'하는 찬양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정작 '진정한 기쁨'은 모른다는 거예요. 요즘은 '의식성찰 일기'라는 것을 쓰면서 '진정한 기쁨' 에 대해서 구하고 찾고 있으며 찾아가는 길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키(key)가 하나 더 있습니다. 

6번의 날개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7번의 설명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7번이라 하기에는 제게는 '완벽주의자 스러운' 구석이 있었거든요. 제 동생이 언젠가 하는 말이 '그래도 누나는 한 번 맘 먹은 거 끝까지 해내는 그런 게 있잖아' 하길래 코웃음을 쳤습니다. '내~애가 그런게 어딨어?' 자꾸 생각해보니 뒷심 없는 7번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6번 날개였습니다. 6번의 자아 이미지는 '나는 책임감이 강하고, 나에게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한다' 라는데요.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이후 저는 더 이상 7번의 페르조나(가면)만을 가지고는 살 수가 없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엄마와 동생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돌아보니 중고등 시절에 공부도 '책임감'으로 한 것 같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해. 우리 엄마가 젤로 치는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니깐 서울교대를 가서 선생님이 되가지구 엄마를 기쁘게 해야하고, 무엇보다 가정에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어야해' 이거 였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 지금껏 돈을 벌지 않아본 적이 없다는 것도 최근 생각났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물론이고 대학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를 하면서도 밤에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으니깐요. '돈 벌지 않는 나'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상상도 안되고 허용도 되지 않았지요. 결혼 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상황이 그렇고, 내가 하는 일에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마음 한 구석 '경제적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내내 내려놓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나친 책임감으로 어떤 분야에서는 융통성을 잃기도 한다는 그 6번. 6번의 날개를 펼쳤던 거예요. 항상 어떤 일이 일어나면 최악의 경우까지 상상하고 대비하는 안전제일주의자가 되어 있었지요.

2,3주 전 병원에서 말하지 말라는 진단을 받고는 최고로 심란한 상태에 있었던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두 아이가 엄마 아프다고 걱정을 심하게 하더니 애들은 애들이라고 금새 잊고는 침대 발치에서 까불고 놀고합니다. 두 아이를 지켜보며 '너무 무거워요. 몸이 아프고 이제 일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하나님, 너무 무거워요. 저 아이들 어떻게 키워요.' 하고 마음의 소리를 내뱉었어요.' 그 때 또 다른 목소리가 마음에서 울렸죠. '책임감 내려놔. 내가 책임져줄께. 내려놓으란 말이다. 애들에 대한 책임감 일에 대한 책임감, 사람에 대한 책임감 다 내려놔.' 고분고분 이 말을 들을리 없는 자아의 목소리가 '어떻게 내려놔요. 내년이면 또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니잖아요. 제가 내년에는 좀 내려놓으려고 했었죠' 하네요.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그 주 수요예배 가서 기도하며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하는 말씀이 생각나서 뜨거운 눈물이 났어요.

최근에 읽던 몇 권의 책 <융, 중년을 말하다> <하나님을 갈망하다>들은 지성과 영성을 일깨워 스스로 정리가 되도록 도와주었어요. 어제까지 위에 적은 내용들이 하나 씩 정리가 되면서 턱과 목이 아프던 것들도 거의 통증을 못 느낄 정도로 좋아졌어요. 그 책임감의 짐을  내려놓고 '쉽고 가볍다'고 하는 그 분의 멍에로 바꿔서 메는 중에 있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사랑의 멍에'인듯 해요. 이제부터는 사랑에 항복하고 참 쉼을 얻을 일만 남았네요.

이렇게 6번 날개를 가진 7번은 그렇게도 무겁던 책임감을 십자가 밑에 내려놓기로 했답니다.
다 내려놓고 왔는데 다시 그걸 만지작거리러 돌아가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요.

흐린 날이 지나고 맞는 파란 하늘과 햇살은 유난히 밝고 유난히 따뜻하지요.

15 Comments
  • 프로필사진 hayne 2008.03.26 14:46 재밌게 드라마틱하게 읽었다오.
    넘의 처절한 성찰을 그리 읽어 미안하다만은 결론적으로 그래도 괜챦은거지? 다시 만지작거리지 않기를...

    난 가끔 자신을 이렇게 깊이 들여다보는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 자신의 약점이 오히려 부각 혹은 고착화될 수 있지않을까 해서 말야.
    전에 썼던 에니어그램 유형 보면서, 난 5번이던가 시간,말,돈 모두 아끼는 유형 그거 아닐까 생각했거든.
    말을 아낀다는건 알고 있었는데 그 글을 읽다보니 시간, 돈도 아끼는구나..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었거든.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8.03.26 15:05 신고 그럼요, 이렇게 긴 글을 읽어주시는게 감사하죠.^^

    최근에 읽은 영성에 관한 책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아는 만큼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제 자신을 돌아볼 때 맞는 말인것 같아요. 헌데 정말 때로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라는 거지요. 그럴 때는 '앓는다'는 표현이 딱이라고 여겨질 정도예요. 약점이 엄청나게 부각이 되는데 그런 과정 때문에 고착될 가능성은 덜한 것 같아요. 5번이시라서 저희집 5번님과 통하시는데가 있으셨었나봐요.^^
  • 프로필사진 미세스 리 2008.03.26 15:02 내가 주인삼은 모든 것 내려놓고 내 주되신 주앞에 나가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 내려놓고 주님만 사랑해
    주 사랑 거친 풍랑에도 깊은 바다처럼 나를 잠잠케해
    주 사랑 내영혼의 바석 그 사랑위에 서리
    ===============================================
    오늘 신우회 모임에서 부른 찬양이에요.

    매주 수요일은..
    바쁜 업무에 지치고 가사일에 피곤하고..
    상사에게 마음 다치고 남편한테 서운한 맘이 최고조 상태.

    지금 회사로 이직한 후 수요일 점심때마다 드리는 신우회 예배는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주님이심'을 새삼 깨닫고 내려놓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절반이 남은 이번 주도..
    셀 수없는 하나님의 생각과 끝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기대하며 지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다시 업무 시작하려구요.

    고모.. 근데 지금 이 순간 하남으로 당장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8.03.26 15:04 신고 음.....왜냐면....하남에는 놀짱이 두 명이나 있으니깐.
    어른 놀짱 하나, 어린이 놀짱 하나!ㅎㅎㅎ
    실시간!

    우리 지희가 기냥 날마다 날마다 자라고 자라고 또 자라는구나. 기특한 것이 꼭 고모 같단말야.ㅎㅎㅎ
    언제 휴가내서 한 번 놀러와.
  • 프로필사진 BlogIcon 유나뽕!!★ 2008.03.26 15:33 하남에 놀짱한명 추가요~~~~★~ㅎ
    아그아그..ㅠ 얼른 나아버리시라구욧!!ㅠ
    현승이도 금요일 예배때 와서 울어대고..
    주일날 싸모님 모습뵈니까.. 뭉클 뭉클 ㅠ


    전 애니어그램 수련회때 한번 해봤는데
    2번이 10개 7번이 9개 나오고..또 뭐더라~ㅎ
    전문적으로(?) 한게 아니라서 ㅎㅎ


    흠..저도 내려놓을것 투성인데 잡고 놓지를 못하는것 같아요.
    싸모님은 만지작인데 전 꽉잡고 있는것 같은 느낌;;

    마음으론 아..이러면 안되는데 놓아야 하는데. 하지만 머릿속에선 싫어! 이거할거야! 이러고 있는듯..우엑!!

    저도 더 많이 기도하고 노력해야겠어요^^

    싸모님 블로그 오면 저에대한 반성도 많이하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요~

    감사합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8.03.26 20:09 신고 많이 좋아졌어. 고마워~
    금요일 이후로 현승이가 계속 우울모드였나봐.
    오늘 유치원 상담 갔다 왔는데 이번 주 유치원에서 자꾸 눈물 그렁그렁하면서 엄마 보고 싶다하고 잘 놀지도 않았다네....^^

    엠비티아이든 에니어그램이든 어떤 유형인지 그 결과를 아는 것보다 스스로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 자신의 내면의 역동을 인식하면서 말이야.
    유나는 아직 젊으니까 지금부터 그런 작업을 부단히 하면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될거야.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생각의 끊을 잘 붙들어. 기도하면서...^^
  • 프로필사진 나무 2008.03.26 18:05 사모님의 맘이 어떨지 조금 아주 조금 이해가가요
    저도 그렇더라구요 내려놔야지내려놔야지하면서도 내려놓는것도 제맘대로 되지않음을 알게 되구 그것까지도 성령님께 맡기는 순간이 오더라구요
    손에 꽉 움켜지고 있던 것이 결국은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내가 쥐고 있는 것이 결국 하나님앞에서는 무익하는걸 알게 되더라구요
    사모님을 더 귀히 쓰시려는 하나님의 준비된 고난처럼 느껴져요^^ 사모님의 글을 보며 저는 무슨 유형일까 무지 궁금해져요 요즘 저도 저에 대한 고민이 많거든요 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8.03.26 20:11 신고 맞아요. 내려놓는 것도 의지로 하려고해서 되는 게 아니죠. 의지로 하려는 순간 결국 몸과 영혼에 힘이 들어가게 되구요.
    유형을 아는 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어쨌든 나의 밖으로 나가서 나를 바라보는 시각을 하나 갖게 되는거니까요. 기회가 되면 좀 도와드리죠.^^
  • 프로필사진 BlogIcon forest 2008.03.27 01:29 이 긴 글은 나중에 볼게요.
    지금 깜빡 깜빡 졸려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8.03.27 16:44 신고 꼭 보세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forest 2008.03.31 08:55 아침에 이 글을 읽으니 너무 차분해지는걸요.

    글과 상관없이 웃기는 얘기 하나.
    짐을 내려놓으면 붙는게 있는데...
    마음에도 살이 붙구요.. 몸에도 살이 붙을거예요.
    제가 장담하리다~^^ 히히~
  • 프로필사진 h s 2008.03.27 22:39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온갖 걱정으로 꽉 잡고 있는 손을 놓으라고 하시는데 우리는 도와 달라고 하면서도 그 손을 못 놓고 있어요.ㅠ ㅜ
    놓으면 책임져 주실텐데....
    그것이 너무 어렵지요?
    그것마져도 우리는 할 수 없으니 성령님께 도우심을...?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03.29 10:00 내려놓는 것도 의지를 가지고 하려면 금방 실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의지를 발동하는 순간 또 내 힘이 빡~ 들어가버리니깐요. 그냥 놓는다~아~ 쉽고도 어려운 것 같아요.
    ^^;;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08.03.29 14:42 이제야 읽었네.
    어젯밤 대화 전에 이걸 먼저 읽었다면
    훨씬 더 이해의 폭이 넓었을텐데...
    조금 있으면 결혼 9년차인데,
    신혼 때나 지금이나 '공감'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8.03.29 20:54 신고 과연 폭이 넓어졌을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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